그래도, 다시 신발을 신고 나서는 이유
가끔은 그렇다.
잠들기 전, 침대에 누운 채로 생각한다.
‘내일이 제발 안 왔으면 좋겠어.’
수업과 아무 관련 없는 아이들의 장난과 배배 꼬인 말들,
관계자의 어이없는 말투,
내 수업을 너무 궁금해하는 프로베낌러들,
수당을 몇 배 초과하는 수업 외 과업들…
하루를 시작하기도 전에 지쳐버렸다.
눈은 뜨지만 눈을 뜬 게 아니다.
몸은 움직이지만 내 의지와는 상관없는 것 같다.
나는 살아있는 걸까, 살아지고 있는 걸까.
그 경계가 흐릿해진 채로 이불속에 몸을 숨긴다.
그런데도, 이상하게도
결국에는 다시 신발을 신는다.
세수하고, 밥을 몇 숟갈 뜨고, 아이를 깨우고,
주차장에 있는 차에 몸을 실으러 가는 길이
천 리 길처럼 느껴지는데도 말이다.
그날도 또 그렇게 시작된다.
내일이 오는 게 싫다고 생각했지만
정작 그 내일이 오면,
나는 별일 아닌 듯 다시 살아낸다.
왜일까.
아마도 삶이 그런 것 같다.
무게가 느껴지는 날에도,
그 무게를 달아볼 겨를 없이
나는 또 살아내야 하는 이유를 만난다.
어쩌면 아주 작은 것들.
창문 너머로 비치는 햇살,
허구한 날 떨어지는 살림살이들,
따뜻한 커피 한 잔,
앞날이 창창한 나이에
한 달 한 달 적은 월급을 걱정하는 남편,
체험학습을 길게 다녀보고 싶고,
기타를 배워보고 싶은 아이들,
적어도 1년에 한 번은 해외로 여행 가고 싶은 우리 엄마.
더 늙기 전에… 더 늦기 전에…
그런 마음들이,
내가 다시 신발을 신게 만드는 걸지도 모른다.
내일이 오는 게 싫었던 날이 있었다고 해서
내가 약한 건 아니다.
그런 날에도 결국 다시 신발을 신는 나,
이미 충분히 잘 버티고 있는 거니까.
아니, 정확히는
잘 버티고 있는 건 아닐지도 모른다.
그냥 하는 거다.
그냥 사는 거다.
때로는 그냥 하는 대로 했다가,
조금 우울한 날이 있다.
그냥 하는 대로 했는데,
희망 차고 보람 되는 날이 있다.
삶은 그렇게 흘러간다.
가끔은 무거워도,
가끔은 이유 없이 가벼워도.
나만 잘하면 된다.
내가 잘되면 된다.
나는 그렇게,
어깨를 짓누르는 무거움을 잠시 묻어 놓고,
하지만 모든 걸 다 지나온 사람처럼
또 하루를 살아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