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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잡러강사 Oct 09. 2022

역시는 역시다.(2탄)

금방 사귄 인연도 찐 인연이 될 수 있다.

긴 인연에도 이유가 있지만, 짧은 만남일지라도 찐 인연이 되는 사람이 있다.

우리는 어차피 혼자 살 수 없다. 그 누군가는 옆에 있어야 한다. 즉, 연결의 힘으로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이왕이면 나와 결이 맞는 사람을 두는 것이 좋은데, 말처럼 그게 쉽지 않다.

짧은 기간에 그 사람을 어떻게 안다고. 사람은 겪어봐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 긴 인연이면 모두 좋은 인연인가? 그것도 아니다. 내 주변에도 길이만 길었지

모두가 좋은 인연은 아니었다. 스쳐가 주었으면 하는 인연인데 어쩌다 보니 지금까지 온 케이스도 있다.  그러므로 꼭 길이가 길어야만 좋은 인연이라고는 할 수 없다.

결국, 결이 맞는 진국인 사람을 찾는다는 것. 그것이 우리의 핵심 공통과제인 것이다.



내가 만난 인연들의 특징


몇 가지 유형이 있다. 이를테면,


첫 번째, 대놓고 다정다감한 유형

이 유형은 일단 내 칭찬을 잘해준다. 그리고 본인도 유사한 칭찬 듣는 걸 은근히 좋아한다. 정작 본인의 자존감은 하락되어있다. 칭찬으로 북돋아주면 겸손하게 손사래를 친다. 당사자만 모르는 호불호도 확실하다. 자신만의 기준으로 테스트해보고 아니면 가차 없이 마음속으로만 사요나라.  

 

두 번째, 긴가민가 했는데 알고 보니 진국인 유형

말투가 딱딱하고 처음부터 나에게 막 다가오거나 그렇게 호의적이진 않다. 그러나 알면 알수록 매력이 양파껍질 같은 유형. 깊이 있는 철학자. 심도 깊은 진지한 말을 좋아한다. 본인이 가지지 못한 걸 내가 하면 좋아라 하고, 진심으로 칭찬해준다. 한번 인정하고 믿는 사람에게는 절대적 순수한 사랑이지만, 한번 퇴짜 놓은 사람은 두 번 다시 돌아보지 않는다.


세 번째,  처음에는 다른 사람과 먼저 친했는데 결국엔 나랑 더 친해진 유형

이런 사람이 잘만 하면 내 귀인이자 솔메이트일 가능성이 있다. 이런 경우는, 내가 좋고 친하다고 생각했던 다른 사람의 소개로 만나던가 아니면, 원래 친했던 그 사람이 별로였는 데, 그 주위에 있던 사람이 의외로 나랑 잘 맞으며 이어진다.


그 이야기를 해보겠다. 나는 우선 많은 단톡방이 있다. 온라인에서 맺어진 인연이 오프라인에서 만나기도 하고 오프라인 모임이 온라인으로 만나기도 하니, 그 톡방에서 본 사람들을 또 다른 톡방에서 보는 게 부지기수이다. 그러다 보니 교집합 인연들이 무수하다.  

이런 가운데 나는 처음부터 친해지는 폭이 그리 넓진 않다. 시간이 갈수록 내가 하는 웃긴 말들이나 나의 진정성을 보고 먼저 말을 걸어 주시거나 내가 매력을 느껴 먼저 관심을 보이며 친해지는 케이스다.

서로를 닉네임으로만 부르고, 가볍게 인사하고 좋은 일에 축하하며 좋은 말만 해주는 관계...  

그렇게 누가 누군지도 잘 모르고 시작하는 관계들 중에서, 짧지만 깊게 이어지는 인연들이 있다.

한창 코로나일 때는 온라인상으로만 보다가 오프로 만나면 어떨까 궁금했었다. 기대 반 호기심 반으로 그분들을 만났다. 나는 우리가 실제로 만나면 할 말이 있을까 했는데, 웬일~ 말이 해도 해도 끝없이 나오고 심지어 시간이 모자라기까지 했다. 그리고 개인 브랜딩, 마케팅과 같은 발전적인 이야기들로 꽉 채웠다. 오프로 원래 알던 사이였으면 이런 발전적인 요소들이 나오지 못했을 수도 있겠구나 생각했다. 사적인 이야기로도 충분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때 만난 두 분과 지금껏 돈독한 사이를 유지하고 있다. 아니 어쩌면 그 뒤로 훨씬 돈독해졌을 거다. 우리는 커뮤니티 모임 때마다 빠지지 않고 만나며 사적으로도 만나고 있다. 만날 때마다 서로 응원과 영감을 북돋아 주고 신선함을 준다. 얼마 전에는 대표님과 모임을 하러 지방까지 동행했다. 대표님과 안지는 이제 햇수로 3년 남짓 되었는데, 10년 이상은 된 사람처럼 정겹다. 신기하게도, 그 대표님과 함께 만난 사람들이 다 좋다. 좋은 사람 옆에는 결이 비슷한 좋은 사람들이 항상 모이게 마련이다.    

 


해가 되는 인연을 널리 알리고 싶을 때는,


첫째, 할까 말까 할 때는 역시 안 하는 편이 낫다.

이미 여러 심리서에도 등장하듯 "누가 너에게 해악을 끼치더라도 앙갚음을 하려 들지 마라. 강가에 가만히 앉아 있으면 곧 그의 시체가 떠내려 가는 것을 보게 되리라."는 노자의 말처럼, 내가 하지 않아도 언젠간 드러나게 되어있다. 최근 다른 사람 등에 빨대 꽂으며 기회만 노리는 사람들을 목격했는데, 알고 보니 다들 그들을 피하고 있었다. 그리고 평가는 냉정했다. 그 사람들은 남들보다 기회는 더 많이 얻었을지 몰라도 직접 경험한 사람들의 혹독한 평가를 들어야만 했다. 내가 노력하지 않아도 사람은 겪어보면 다 알게 되어있다.


둘째, 말해도 안전한 대상을 찾는다.

정말 누군가에게 털어놓지 않고서는 못 베기는 상황이거나, 이게 지금 나에게 해를 끼친 건지 아닌 지 긴가민가 할 때가 있다. 그럴 때는 이왕 털어놓는 거 안심보험을 들어놓는 격으로 안전한 상대를 찾자.

나는 그런 사람들이 내가 사는 곳 가까이에도 있지만, 저 멀리 지방에도 있다. 이 이야기와 전혀 상관없는 사람, 또는 내가 지혜를 얻을 수 있는 넓은 혜안을 가진 사람.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런 사람이 떠오르지 않는다면, 안심보험 중에서도 제일 짱짱한 보험이 가까이에 있다. 바로 가족이다. 가족이 내 상황을 어떻게 이해하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의외로 가장 신박한 묘안이 가족에게서 나올 수 있다. 특히 나와 제일 안 맞는 가족의 말이 탁 들어맞을 때가 있다. 나와 안 맞는 다른 성향이지만, 그래도 나의 가족이기 때문에 내 입장에서 내가 예상치 못했던 가장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대책이 나올 수 있다.


셋째, 가치 있는 일에 투자하자.

분명 나에게 불쾌하고 무례했다면, 다른 이들에게도 그럴 가능성이 많은 종자일 것이다. 그러니 굳이 내가 신경 쓰고 처치하려 하지 않아도 된다. 그보다는 나 자신을 위해 시간을 쓰자. 리사 펠드먼 배럿 박사의 책'이토록 뜻밖의 뇌과학'에 따르면, "뇌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생존을 위해 에너지가 언제 얼마나 필요할지 예측함으로써 가치 있는 움직임을 효율적으로 해내도록 신체를 제어한다"라고 한다. 가뜩이나 생존을 위해서도 이렇게 많은 에너지들이 필요한 데, 가치 없는 일은 과감히 잊으려고 안간힘을 써보자. 가만히 있으면 계속 생각 날 수 있으니 몸을 움직이는 것도 좋다. 별거인 듯 별거 아닌 그 일을 잊기 위해 나에게 도움 될 만한 유익한 것을 시도해보자. 사람 일은 사람으로 치유된다고 나와 결이 맞는 새로운 인연을 만드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이다.

등잔 밑이 어둡다고 그 인연은 의외로 가까이 있을 수 있다. 지금 여러분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바로 그 사람이다. 김연경 선수가 도쿄올림픽 때 위기의 상황 속에서 동료 선수들에게 외치던 응원 한마디가 떠오른다.

"해보자! 해보자! 해보자! 후회하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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