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1 허무에서 신앙으로 )
"강물은 바다를 채우지 못하고, 눈은 보아도 만족함이 없나니…" (전도서 1:7–8)
― 채우려 했으나 비어 있는 자리, 그 자리를 하나님으로 채운다.
전도자의 고백 속에 세월의 꽃잎
머리 위로 살구꽃이 피기 시작한 지 오래다.
그 흰빛은 단순한 아름다움이 아니라,
세월이 남긴 흔적이었고 하나님께서 내 머리 위에 얹어 주신 시간의 꽃잎이었다.
세월에 대한 전도자의 고백처럼
중년의 삶에 남은 것은
끝없는 수고가 남기는 공허였다.
강물은 바다를 채우지 못하고 눈과 귀는 결코 만족을 모른다.
나는 그 말씀 속에서 내 모습을 보았다.
애써 쌓아 올린 것들은
바람에 흩날리는 먼지 같았다.
시간은 남루했고,
육체는 지쳐 있었다.
마음은 허무의 수렁에 깊이 빠져들었다.
하나님 앞에서
사람들은 나를 잊을 것이다.
나 역시 수많은 이름들 속에 묻힐 것이다.
그 사실은 두려움이 아니었다.
다만 그 앞에서
온 마음이 흔들릴 뿐이었다.
"나는 결국 하나님 앞에 선 존재일 뿐이다."
믿음이라는 이름으로 이 언덕을 넘어가고 싶었다.
그러나 인생의 정답은 난해했고,
오답은 치명적 부끄러움으로 남았다.
믿음의 처방전
내 신앙은 단단하지 못했고, 이성은 감정을 이기지 못했으며,
육체는 이미 오래전에 지쳐 있었다.
밤마다 너덜 해진 감정과 뒤엉킨 생각이 나를 짓눌렀다.
그러나 이 병세는
처방 없는 질환이 아니었다.
이미 오래전부터 답은 주어져 있었다.
'돌아가자. 하나님께 돌아가자.'
그분이 기다리시는 곳, 그곳이 내 삶의 마지막 길목이며
또 새로운 시작이었다.
그래서 나는 무릎을 꿇었다. "아직 끝나지 않았으니, 조금만 더 사정을 봐 달라"
기도했지만, 하나님의 침묵은 길게 이어졌다.
쉼이 필요했다.
하프타임처럼.
그라운드를 달리다
땀으로 범벅된 몸을 식히고, 물을 마시며 새 힘을 얻는 시간.
후반을 향한 작은 창
그러나 현실은 나보다 더 지친 이들이 돌봄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 나이에 나만 아프다 말하며 쓰러져 있을 수는 없었다.
그래서 틈 사이로 스며드는 작은 빛이라도 붙들어야 했다.
부러진 지팡이라도 잡고 다시 일어서야 했다.
삶은 디테일 속에서 다시 살아나고, 흔들림 속에서도 믿음은 뿌리를 내렸다.
옷깃을 여미고 인생 후반의 종이 울리면, 나는 남으로 창을 낸다.
거기에 빛이
새의 노래가 꽃의 향연을 공으로 듣는다.
누군가 '왜 사냐'라고 묻는다면 웃음으로 대답할 것이다.
그 웃음 속에는
하나님의 새일이 이미 준비되어 있음을
나는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