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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향상 Feb 26. 2024

돌베개의 꿈! 길에서 길을 잃다.

(걷다가 힘들어 잠시 쉬는 중입니다. 1화-2)

그대 아직도 꿈꾸고 있는가?

1989년 박완서의 작품.

철옹성과 같은 가부장적 제도 속에서 한 여성이 친권을 지켜가는 과정을 그린 여성주의적 소설이다.

오늘날 우리에게 평범한 현실이 얼마 전 그들에겐 처절한 꿈과 이상이었다.

꿈이 현실이 되는 과정에는 일종의 투쟁이 있다.

돌아보면 우리 모두는 꿈으로 시작해서 투쟁으로 이어지는 삶의 연속성 속에 놓인 듯하다.

     

"노인과 바다"의 산티아고 역시 백전의 노장 어부이다.

한때는 배웠고 한때는 투쟁하고 한때는 성취했다.

그러나 지금 노인의 곁에는 어린 소년 마눌린만 남아있다.

모두가 한 물간 사람 취급하는 그때,소년은 "최고의 어부는 단언컨대 할아버지라고 선언한다."

84일간의 실패를 무릅쓰고(거의 석 달간 빈그물 무급이라면?) 85일째 꿈을 안고 큰 바다를 향한다.

그가 잡아 올린 거대한 청새치.. 이를 낚으며 벌인 사투로 노인은 만신창이가 되었다.

돌아오는 길에 상어에게 그 모든 살점을 빼앗기고 대가리만 남았다.

그런 노인을 보며 소년은 한없이 눈물을 흘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인의 삶은 희열로 가득하다.

삶은 그런 것이다. 보이는 것으로 어찌 다 설명해 낼 수 있을까?     

노인과 바다 이미지 -픽사베이

산티아고가 현실의 바다에서 꿈을 성취해 낸 것처럼 나 또한 여러 길에서 사투를 벌이며 살아왔다.     

목회의 강단에서

아이들과 함께하는 지역아동센터에서

공장에서 그리고 우리 아이들을 키우면서

꿈을 꾸어야 했다. 그리고 그 꿈속에 등장인물들과 함께 치열하게 살아내어야만 했다.  

   

그렇게 만난 선인과 악인 사이에서 가끔은 피멍이 들어야 했다..

"인간은 파괴될 수 있어도 실패하지 않는다"는 명대사처럼 그러해야 했다.     


결국 그대는 거대한 청새치를낚았는가? 아니 아니 그렇게 하지 못했다.

아니다. 잘 모르겠다. 낚을 때도 빈손일 때도 삶은 그리 간단치 않았고 , 낚은 것이 다 내 것은 아니었다.

다 뜯어 먹히고 나 자신도 먹혀서 고통스러운 그런 때도 있었다.

그렇게 삶의 희로애락은 육체의 퇴보 속에서 인생을 건지는 견고함으로 거듭나고 있었다.

잡으려 애씀에서 놓으려 발버둥 치는 여정

그리고 그 모습이 애처롭지 않고 유쾌함으로 진실함으로 받아들여질 그 시간을 위해서................  

그래서 그 밤하늘에 걸쳐진 거대한 사다리를 본다.

야곱에게 보여주신 하나님의 사닥다리다.


창세기 28

10야곱이 브엘세바에서 떠나 하란으로 향하여 가더니

11한 곳에 이르러는 해가 진지라 거기서 유숙하려고 그곳의 한 돌을 가져다가 베개로 삼고 거기 누워 자더니 12꿈에 본즉 사닥다리가 땅 위에 서 있는데 그 꼭대기가 하늘에 닿았고 또 본즉 하나님의 사자들이 그 위에서 오르락내리락하고

김명희 작가의 ‘Jacob’s Ladder – Blue’ 전시. ⓒ아트미션

창세기의야곱.

형의 상속권을 속여 훔치고 뒷감당이 어려워 칼을 피해 도망하던길 ᆢ그 길에서 새로운 길을 만난다ㆍ

그는 진심 열심히 살았다. 쌍둥이로 태어나 형제로 사는 것 그 경쟁은 무엇보다 치열하여

그의 매일은 질풍(疾風)과도 같고 노도(怒濤)와도 같았다.

야곱이 말년에 자신의 삶을 소회 하여 이르길 "조상보다 험악한 세월을 살았다"라고 말했다.

130년 그의 인생여정, 투쟁과 거짓, 일과 사랑, 음모와 배신, 후회와 용서, 집착과 포기, 그리고 상처와 죽음. 험악한 나그네의 삶이었다.


반전에 반전이 거듭되는 인생, 생명의 위협으로 가득한 일상. 그 속에서 경험하는 하나님의 동행과 위로

혹자는 그런 야곱의 삶에서 인간적인 면모를 발견하고 그래서 우리가 사는 현실이 위로가 된다 말한다.

나는 맹세코 아니다. 행여라도 동경하면 내가 그 길에 설까! 지나가는 말이라도 조심했다.     


혹여 하나님이 나를 어여삐 보시고 내 인생을 놓고 그런 도박을 하실까, 염려하기도 했다.

(돌이켜 보면 오만하기 짝이 없는 기우였다.)

살다 보니 불행의 반전은 쉽게 일어나지 않았다.

그러나 행복은 호흡이 그리 길지 않아 곧 사라지는 것을 많이 보아왔다.     


눈을 감고 한번 생각해 보라.

캄캄한 어둠 속에서 돌베개를 베고 누운 그 밤의 적막감!

이랬다면! 아니 저렇게 했다면 어떠했을까?

수많은 상수와 변수를 오가며 인생의 수싸움을 돌이켜 복기하지 않았을까!    

 

나는 야곱의 나그네 그 삶에 이입되었지만

아직은 캄캄한 광야, 차갑고 딱딱한 돌베개를 베지도 않았다. 그래서 인가?

천상의 사다리를 보지도 , 천사를 만나지도 못한 지금

길에서 길을 잃어버린 지금

나는 새로운 길을 소망한다.

걷다가 힘들어 멈춰 선 지금 , 잠시 하늘을 올려다본다.


욥기 1
 21이르되 내가 모태에서 알몸으로 나왔사온즉 또한 알몸이 그리로 돌아가올지라 주신 이도 여호와시요 거두신 이도 여호와 시오니 여호와의 이름이 찬송을 받으실지니이다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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