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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장 절망 속의 몸부림

(Part 1: 허무에서 신앙으로)

by 향상

"내가 모태에서 알몸으로 나왔사온즉, 또한 알몸으로 그리로 돌아가올지라." (욥기 1:21)

― 절망 속에서도 일상은 은혜로 살아난다.


별의 기억

어린 날, 고향의 하늘은 별들로 가득했다.

과학시간에 배운 별자리, 신화 속의 이야기는 어린 마음을 흥분시켰다.

밤마다 하늘을 보며 별들의 안녕을 물으며 남다른 친근함으로 자랑처럼 떠벌렸다.

세월이 흘러 다시 올려다본 별은 더 이상 동심의 장난감이 아니었다.

철학과 우주, 역사와 추억이 얽힌 별빛 속에서

나는 인간의 유한함과 나 자신의 왜소함을 보았다.

별은 텅 빈 공간에 매달린 또 하나의 나의 초상, 나의 성(星)이었다.

(KBS 다큐 별에 빠지다 캡처)

절망의 무게

톨스토이의 단편 「사람에게 얼마만큼의 땅이 필요한가?」

그곳에 등장하는 바흠의 얼굴이 곧 나의 얼굴이었다.

희망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최선의 노력을 기울인다. 결과 기진맥진한다.


소작농 바흠은 기쁜 소식을 들었다.1000루블을 내면
"일출에서 일몰까지 걸어 돌아온 땅은 모두 네 것이다."
단, 돌아오지 못하면 아무것도 얻지 못한다는 조건이 붙었다.

바흠은 걷고 또 걸었다.
포기할 수 없는 비옥한 땅들이 눈앞에 펼쳐질수록 발걸음은 멈추지 않았다.
"조금만 더, 아직 해는 지지 않았다."
그 욕망이 그의 다리를 더 먼 곳으로 이끌었다.

그러나 해가 저물어가자 그는 허겁지겁 달리기 시작했다.
결승선이 보이자 가족의 환호성이 들려왔다.
바흠은 마지막 힘을 다해 결승선을 넘었지만, 그 자리에서 피를 토하며 쓰러졌다.

그가 얻은 것은 단 한 평의 무덤이었다.



무너짐 속의 은혜

거울 속의 사람은 화석처럼 굳어버린 나 자신이었다.
훈련과 성실만을 믿었던 나는 방관과 나태를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나 시간차를 두고 나에게도 그런 시간이 다가왔다.

출발은 좋았으나 최선을 다하여 달리는 그 과정에서 예기치 않은 것으로부터 절망이 찾아왔다.


그러나 절망조차도 성장의 과정이었다.
연습도 없이 무대에 선 배테랑 배우가 되려 설익은 것처럼 나는 비틀거리며 배워야 했다.

아! 나는 열심히 달리다가 급정거한 느낌이다. 아찔 하고 휘청거렸다.

"여우도 굴이 있고 공중의 새도 거처가 있으되 인자는 머리 둘 곳이 없다" (마태복음 8:20)

이런 어려운 날에 거처와 머리 둘 곳이 간절히 필요했다.


다시 별을 바라보며

송강 정철은 노래했다.
"나모도 병이 드니 정자라도 쉴이 없다."
호화롭게 서 있던 나무도 결국 병들고 가지마저 말라 새도 앉지 않는 날이 온다.

그렇다면, 나는 다시 별을 보아야 한다.


체증처럼 막힌 마음을 내려놓고,
모든 별이 빛나는 이유를 다시 체감하며,
흐트러진 일상을 돌려받아야 한다.

그리고 마침내 고백하고 싶다.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그분의 은혜에 의해,

지금도 내가 살아있음을.


하나님이 주신은혜

시편 기자의 고백이 나의 고백이 된다.

"내가 여호와를 기다리고 기다렸더니 귀를 기울이사 나의 부르짖음을 들으셨도다. 나를 기가 막힐 웅덩이와 수렁에서 끌어올리시고 내 발을 반석 위에 두사 내 걸음을 견고하게 하셨도다." (시편 40:1–2)

절망은 끝이 아니었다. 무너진 자리에서조차 하나님은 다시 새로움을 피워내셨다.

그리고 나는 깨달았다. 별빛은 어둠 속에서만 더욱 빛난다는 것을.

절망은 끝이 아니라, 하나님이 새로움을 시작하시는 자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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