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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장 빛나는 별이 되고 싶었다

(part1. 허무에서 신앙으로)

by 향상

"하늘을 우러러 뭇별을 셀 수 있나 보라" (창세기 15:5)

나는 큰 별이 아니어도, 하나님이 세우신 뭇별 가운데 하나였다.



별을 꿈꾸던 시절

어린 날의 고향 하늘은 언제나 별들로 가득했다.
아카시아 꽃잎이 흩날리던 봄날에도, 반딧불이가 사방에서 빛을 내던 여름밤에도, 칠흑 같은 겨울밤의 차가운 공기 속에도 별들은 늘 머리 위에 반짝였다.

그 시절, 나는 별을 보며 꿈을 꾸었다.

논과 밭을 뛰놀며, 친구들과 개울가에서 물장구치며, 수많은 이야기를 추억으로 쌓았다.

돌아보면 "추억만땅, 실속제로"였다. 그것만으로 충분했다.

"행복했냐고 묻는 다면?"

그럼요 만약 다시 돌아갈 수 있다면, 나는 주저 없이 그 시절을 선택할 것이다.

고향의 밤하늘은 언제나 소리 없는 소리로 나를 불러주었다.

"끝없이 이어간 별자리 이야기는 우리의 밤을 채운 놀잇감이자, 동시에 꿈이었다."


도시에 뜨는 별의 꿈

스무 살, 대구로 올라왔을 때 낯선 도시는 나를 압도했다.

빽빽한 건물, 탁한 공기, 알 수 없는 얼굴들.
그곳에서 나의 첫 숙제는 살아남는 것이었고, 그다음은 사람들과 어울리는 법이었다.

월세 오만 원짜리 자취방. 그것도 모자라 더부살이까지 이어진 팍팍한 삶 속에서, 내 마음 깊은 곳에 간절한 열망이 떠올랐다. 별이 되고 싶다.
친구들과 부모님의 자랑이 되는 고향의 별, 빛나게 반짝이는 별.
도시의 편리함과 아파트의 깨끗함을 선물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효도는 내 꿈이 되었고, 그 꿈은 척박한 도시의 삶을 버티게 하는 힘이 되었다.


(낯선 도시의 일상)




가스레인지 선물

어느 설날, 큰 맘을 먹고 고향으로 내려갔다.
버스에 싣고, 택시로 옮겨 타며, 내 품에는 반짝이는 별 하나가 있었다. 바로 가스레인지였다.
"이건 효도 중의 효도야!"
가슴이 벅차올라 긴 시간도 단숨에 흘러갔다.

언박싱이 끝나기도 전에 아버지가 소리 내어 웃으셨다.
"여기선 이거 못 쓴다. 야가 정신이 휘황하네!"

"아직도 가스가 안 들어오는데 어예 쓰니?"

순간 허탈했고, 얼굴이 화끈거렸다. 부풀었던 기대는 바람 빠진 풍선처럼 주저앉았다.


그때 아버지가 말씀하셨다.
"괜찮다. 저 나둬라. 기다리면 여게도 가스 들어온다. 그때 쓰면 되지."

아버지의 목소리에는 따스함이 담겨 있었고, 눈빛에는 대견함이 서려 있었다.

그 한마디가 부끄러움으로 고개 숙이던 내 마음을 훈훈하게 감싸주었다.

한참이 지난 어느 날, 낡은 흙벽에 엉성하게 가스레인지가 설치되었다.

그날 나는 알았다. 별은 반짝임 그 자체가 아니었다.

누군가를 감싸주는 마음의 온기였다.


(아브라함이 본 뭇별=후손을 상징했다)

별은 태어나는가, 만들어지는가?

"밤마다 나는 묻곤 했다.

'별은 태어나는 것일까, 아니면 만들어지는 것일까?'

동방의 박사들이 본 별은 태어난 아기 예수를 가리켰다. (마태복음 2:2)
이스라엘의 아버지 아브라함은 별을 바라보며,

셀 수 없이 많아질 후손에 대한 약속을 받았다. (창세기 15:5)


큰 별이 아니어도 좋다. 나는 하나님이 보이신 뭇별 가운데 하나였다.


뭇별의 은혜

별의 가치는 크고 작음에 있지 않았다.
뭇별들은 함께 은하수를 이루어 어둠을 밝힌다.
그 빛은 오래도록 꺼지지 않고 누군가의 길을 인도한다.


나는
고향과 부모님의 자랑스러운 별을 넘어 새로운 별의 세계가 있음을 알았다.

하나님 앞에서, 나는 뭇별로 부름 받았다.
작지만 오래 빛나며, 은하수를 이루는 가장 나다운 별이 되고자 한다.



각자의 빛으로 큰 별에 기대어

별은 각자 빛날 자리가 있다. 해는 낮을, 달은 밤을, 별들은 그 사이를 비춘다. (창세기 1:16–17)

큰 별이든 작은 별이든, 모두 합쳐 은하수를 이루며 빛이 난다.

개그맨들 처럼 웃음으로 세상을 밝히는 별도 있고,

역사의 한 장면이 되고자 정치력을 발휘하는 별들의 역사도 있다.


아버지가 건네셨던 말처럼, "괜찮다, 기다리면 때가 온다."

그 말은 지금도 내 삶을 붙드는 빛으로 남아 있다.

나는 큰 별은 아니어도 좋다.

하나님의 은하수 속에서 오래도록 빛나는 뭇별,

누군가의 길을 비추는 별의 소명 그것으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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