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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향상 Apr 22. 2024

열망! 별을 노래하는 마음

(걷다가 힘들어 잠시 쉬는 중입니다. 2화-2)

문득 하늘을 올려다봅니다.

하늘은 예전부터 나에게 말이 없이 말을 하는 소리입니다.


다음에 가자 다음에 가자 미루었던 바다.

친정처럼  찾아가 속풀이를 할 수 있어 좋은 곳.

그 바다가 오늘은 넋 놓은 볼을 때리며 정신을 차리라 말합니다.


그리고 오늘과 같은 봄날엔, 눈처럼 하얀 벚꽃잎이 하늘에서 별이 되어 한가득 쏟아집니다.

열망! 별을 꿈꾸던 나는 그날의 기대에 못 미친 나는

이 눈부신 봄날에 쓸쓸한 마음을 삼켜야 합니다.


십 대를 전후한 나의 삶은 마치 밀림의 타잔처럼 자유롭고 걱정 없는 삶이었습니다.

빼곡한 날을 논과 밭에 따라다녔지만 돕는 손이라 걱정은 없었습니다.

하라는 이 없는 공부는 한글만 잘하면 1.2등을 쉽게 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나의 삶은 이십 대부터가 진짜입니다. 어린 시절 배운 인생에 대한 여유로운 감각은 고등학교 시절에도 계속되어 공부의 가치를 손톱만큼도 몰랐습니다. 중학 시절 좋은 성적으로 나름 명문 고등학교를 어쩌다 입학했는데 삼 년을 내리 학교 안에서 학교 밖처럼 놀았으니 정말 안전하게 놀았다 싶습니다.


그런 나의 인생을 한마디로 정의한다면 "추억만땅 실속제로"입니다.

딱! 그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사실이니까요!

봄날의 이야기

여름의 이야기

낮의 이야기 밤의 이야기 그 시절의 이야기와  

전깃불 이야기. 상여 이야기. 선거 이야기. 올챙이 이야기. 찔레와 아카시아 이야기. 개울가 이야기. 미꾸라지 이야기. 변소 이야기. 소풍 이야기. 경운기 이야기.

나는 이런 오래된 이야기를 우리 아이들 유년시절에 백번도 더 들려주며 써먹었습니다.

끝없이 들려주고 끝없이 들어주어도 아직도 못다 한 이야기로 가득한 그것이 내 유년의 삶입니다.


행복했냐고요? 그럼요 신께서 저에게 어느 한 시점으로 돌아갈 기회를 주신다면 단연코 그 시절입니다.


졸업한 그해, 딱 스물에 대구로 올라와서 난생처음 경쟁하는 세상을 마주 하게 되었습니다.

빼곡한 아파트와 건물들 굳게 잠긴 문들과 탁한 공기 그리고 빠르게 움직이는 차들과 그 사이를 뛰어다니는 사람들. 많은 사람이 정류장에 모여 있지만 아는 이가 하나도 없는 곳.

그 낯선 곳에서 나의 새로운 삶이 시작되었습니다.


고향 떠난 나에게 가장 큰 숙제는 생존이었고

그리고 다음은 사람을 사귀는 생활이었습니다.

그리고 조금 더 욕심을 내어서 이 도시에서 조금은 반짝이는 별이 되어 가족과 고향의 친구들에게 자랑스러운 삶을 선물하고 싶었습니다.

그런 기대를 받고 자라기도 했습니다.

나도 모르게 생겨난 그런 꿈은 나를 움직이는 동력이 되었습니다.


누군가 에게 별이 되고자 얼마나 애를 쓰고 흔들리며 걸어온 삶이었는지 그 모든 것이 서러움의 뭉치가 되어 나를 강타할 그때도 별의 갈망을 놓지 않았습니다.

번아웃은 또 그런 삶의 습관에서 찾아오기도 했습니다  고향의 어머니에게, 매일의 노동에 시든 아버지에게 이 도시가 가진 깨끗하고 편리한 생활을 선물하고 싶었습니다. 너무나 간절하게...


시골에서는 다 그렇게 삽니다. 그래서 고단하고 불편하고 땀 흘리는 그 삶이 전부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이 도시의 사람들은 덜 고단하고 깨끗하게 그렇게 사는 것을 보니 갑자기 두 분이 안쓰러워 보였습니다.

모든 기력을 모아 내 삶의 목적은 그리고 꿈은 효도라는 이름으로 별이 되는 것이었습니다.

그분들의 자랑이 되어야 했습니다.


우스운 이야기를 하나 하자면 아궁이와 곤로를 사용하던 아버지 집에 어느 설날에 가스레인지를 사들고 갔습니다. 내 눈엔 그게 제일 급한 선물처럼 느껴졌습니다.

"이건 효도 중에 효도야"

"시골쥐를 향한 도시쥐의 진심이야!

 아주 흡족해!" 하며 기쁜 마음으로 가슴을 쫙 펴고 택시를 타고 고향집에 들어섰다.

그리고 툭 뱉으시는 아버지의 한마디!

"여기서는 이거 못써! 야가 정신이 휘황하네!!

이걸 왜 샀노?

아차 그렇습니다. 그 시골 동네는 가스를 설치하는 사람이 없습니다. 그러니 가스통을 팔지도 않습니다.

그런 웃지 못할 실수에 온 가족은 황당한 웃음이 터지고, 아버지는 그래도 그걸 대견해하셨습니다.

그 후로도 약 십 년이 지나고야 고향 읍내에 비로소 가스설비 업체가 들어왔습니다.

그때까지 그 가스레인지가 보관되어 있었다면 아버지의 성품을 읽을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도시에서 별이 되어 고향을 비추고 싶었습니다.

울타리도 넓히고 집도 고치고 깨끗한 옷도 입고 그런 꿈을 꾸며 도시를 견디었습니다.

그런데 시골쥐는 늘 배고프고 기댈 곳이 없었습니다.

밤이면 도시의 한적한 벤치에 앉아 하늘의 별을 바라보곤 했습니다.


그렇게 골똘히 생각에 잠겨서 질문해 봅니다.

저 별은 태어나는 것일까?

아니면 만들어지는 것일까?


(마태복음 2:2)

1   헤롯 왕 때에 예수께서 유대 베들레헴에서 나시매 동방으로부터 박사들이 예루살렘에 이르러 말하되 2   유대인의 왕으로 나신 이가 어디 계시냐 우리가 동방에서 그의 별을 보고 그에게 경배하러 왔노라 하니 3   헤롯 왕과 온 예루살렘이 듣고 소동한지라


유대인의 왕으로 오시는 인류의 구원자 메시아는 별과 함께 이 땅에 오셨습니다.

동방의 박사들은 그의 별을 보고 그에게 경배하러 왔으니 처음부터 별이 될 운명이었습니다.


최근에 방영된  KBS2 대하드라마 ‘고려거란전쟁’은 성난 거란의 기세를 꺾고 평화의 틀을 닦았던 강감찬의 이야기가 등장합니다. 백성의 오랜 칭송을 받은 눈부신 활약의 강감찬은 그 시대의 별이었음에 분명합니다.


강감찬의 탄생 설화 ‘별이 떨어진 곳, 낙성대’ 이야기는 여러 곳에 기록이 되어있습니다.

《고려사》《세종실록》《동국여지승람》 등에 전해집니다 《고려사》에 “어떤 사신(使臣)이 밤중에 시흥군으로 들어오다가 큰 별이 인가(人家)에 떨어지는 것을 보고 관리를 보내 살펴보게 했습니다. 그랬더니, 마침 그 집의 부인이 사내아이를 낳았습니다. 그 사신이 기이하게 여기고는 데리고 개경으로 돌아와 길렀는데 이 사람이 바로 강감찬이다”라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별은 태어나는 것이구나!!  

내게는 조금 실망스럽지만 두 이야기에서 큰 별 샛별처럼 위대한 사람의 탄생은 별과 함께 시작되었습니다. 그렇지만 나는 여전히 밤하늘에 반짝이며, 남들보다 조금만 더 빛나게 살아서 부모님의 자랑이 되고 싶었습니다. 그런 마음이 좀처럼 식어지지 않았습니다.


(창세기 15:5)

5   그를 이끌고 밖으로 나가 이르시되 하늘을 우러러 뭇별을 셀 수 있나 보라 또 그에게 이르시되 네 자손이 이와 같으리라


아주 크거나 유난히 빛나는 별이 아니어도, 나 또한 별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렇습니다. 나의 이름은 뭇별이었습니다. 셀 수 없이 무수히 많은 뭇별 그것이 내 별의 이름입니다.

혹자는 은하수라고 통칭하기도 한답니다.

(아브라함이 본 뭇별=후손을 상징했다)

그러니 건강을 가불하고  몸에 붙이도록 일하는 시간을 조금 내려놓아야 합니다.

얼굴이 까맣게 타들어 가고 몸무게라 40Kg을 찍는 그런 일은 없어야 합니다.

뭇별 들은 작은 빛을  아주 오래 비추는 것이 아주 중요하니까요.


유난히 빛나는 큰 별과 같이 가혹하도록 무거운 별의 짐을 지는 것은 뭇별들의 일거리가 아닙니다. 별은 깜깜한 하늘을 수놓고 그리고 누군가의 노래가 되고 그것으로 충분히 아름답습니다.

그런 이유로 작은 별들이 만들어지나 봅니다.  


(창세기 1:16-17)
16   하나님이 두 큰 광명체를 만드사 큰 광명체로 낮을 주관하게 하시고 작은 광명체로 밤을 주관하게 하시며 또 별들을 만드시고 17   하나님이 그것들을 하늘의 궁창에 두어 땅을 비추게 하시며


별은 또 다른 측면에서 각각 주관하는 세계가 있다고 합니다. 예전에 내가 좋아했던 이 주일이라는 코미디언이 있습니다. 그는 한 시대를 웃고 울리는 별이었습니다. 대중은 그를 사랑했습니다. 그는 타고난 천재 이기도 했지만 그는 고통을 감수하며 스스로를 단련한 천재입니다. 그때 그의 얼굴을 보면서 나는 울음과 웃음이 종이 한 장 차이라고 느꼈습니다. 정말 한 끗 차이였습니다.

그런 그를 회상하며 후배 개그맨 김학래는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이주일은 가슴 따뜻한 선배이자 누구도 따라갈 수 없는 최고의 코미디언이었다. 그를 기억하면 웃음과 눈물이 함께 나온다."


그런데 그가 어느 날 정계로 자리를 옮겨 갑니다.. 브라운 관의 스타를 넘어서 국회의사당의 별이 되고 싶었던 모양입니다. 속내는 다 알지 못하지만 빛은 자신이 비추는 영역에 대한 정확한 경계선을 가지고 있다고 나는 그때 생각을 정리했습니다.


모두가 사랑한 스타였지만 모든 곳의 스타는 아니었습니다. 한 사람이 우리 모두의 스타가 될 수는 없었습니다. 해와 달과 별이 각각 빛나는 것처럼 이주일 씨는 웃음으로 비추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각자의 자리에서 빛을 내어야 합니다. 많은 일과 많은 욕심이 우리를 외려 어둡게 별의 빛이 퇴색하게 만들어 갑니다. 혼자 우뚝 서서 빛나려 우리 생을 너무 소모하지 않아야 합니다. 함께 거대한 은하수를 만들고 함께 넘실 거리면 더 크고 긴 서사를 만들어 갈 수 있다고 이제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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