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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향상 Mar 05. 2024

절망! 일상으로의 몸부림

(걷다가 힘들어 잠시 쉬는 중입니다.1화-3)

그렇게 올려다본 고향의 하늘은 별들로 가득하다.

어린 날! 별은 과학시간에 배운 별자리와 신화에 나오는 이야기를 중심으로 흥미롭게 다가왔다.

그 신비로운 이야기는 남다른 지식이 되어 자랑처럼 떠벌리고, 행여나 누가 더 알까 밤마다 더 자주 하늘을 쳐다보며 나는 별의 안녕을 물어야 했다.

세월이 지난 후 별은 새로운 의미로 다가왔다.

우주와 철학과 역사 그리고 추억으로 가득한 별을 보며 인생의 유한함을 그리고 왜소함을 경험하게 되었다.

텅 빈 공간에 매달린 나의 성(星)이 되었다.

(KBS 다큐 별에 빠지다 캡처)

지금! 별안간 나를 찾아온 절망은 사건이 아니었다.  

그것은 긴 시간에 걸쳐 쌓아 온 내 마음의 무게에 눌린 나 자신을 만나는 것이었다.

오랫동안 나를 향한 여행에서 나를 잃어버린 것, 그 일그러진 얼굴의 느낌이 지금 나의 상태라 말하고 싶다.

중년에 만난 그런 나는 참 생소하고 낯설게 여겨졌기에 꽤나 긴 시간이 필요했다.


평범한 너무나 평범한 일상의 지루함과 권태로움은 누군가의 꿈처럼 안정을 가져다주었다.

허나 반복과 익숙함이 주는 자신감을 내 실력으로 착각한 것이다.

나는 넓어진 내 삶의 영역과 조금씩 늘어나는 무게에 대한 계산 없이 무작정 달려갔다.

어쩌면 모든 수학적 연산은 인생의 불연속을 다 반영하지 못해 자주 오답이 된다는 것을 몰랐던 탓이다.

 

거장 톨스토이가 쓴 사람에겐 얼마만큼의 땅이 필요한가?라는 단편의 내용과 흡사하다.

거대한 철학적 질문 속에 담긴 간결한 진리가 그것이었다.


소작농 바흠에게 들린 기쁜 소식.

1000 루블을 내면 일출에서 일몰까지 걸어서 돌아온 땅을 모두 가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만약 출발 지점으로 돌아오지 못하면 땅을 아예 가질 수 없습니다.

바흠은 걷고 걸었습니다. 포기할 수 없는 넓고 비옥한 땅들이 눈앞에 펼쳐집니다.

이제 시간에 쫓겨 허겁지겁 뛰기 시작합니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아직 해가 지려면 한참이 남았어!

아니야 조금만 더 달리자 나에겐 아직 그 정도의 힘은 남아 있지!

끝내 조금이라도 늦으면 아무것도 받지 못한다는 생각에 온 힘을 다해 달리기 시작합니다.

가족의 환호성이 들려오는 그 결승의 지점을 넘었지만 피를 토하며 죽어갑니다.

그리고 한 평의 땅이 그를 쉬게 합니다.



아! 급정거 한  느낌이다. 아찔하고 휘청거렸다.

고인 물이 되고  화석이 되어 굳어버린 거울 속의 사람이 다름 아닌 나였다.


나는 긴 시간 훈련과 관습 속에서 살았기에 방관과 게으름과 나태를 이해하지 못했다. (아버지처럼)

무책임과 절실함이 결여된 무지한 변명은 더욱더 참아내기 어려운 일이었다.

그래서 모름지기 절망이란! 그런 사람들의 응당 받을만한 몫이라 여기며 살았다.

허나 그런 삶을 퍽도 싫어하던 나에게도 그날이 찾아왔다.

나는 그 형벌조차도 생의 본질임을 성장의 과정임을 몸소 배우고 아직도 그 한 지점에 머물러 있다.

그렇게 나는 지금 배역에 대해 한 번의 연습도 없이 곧장 무대에 오른 설익은 배우의 연극을 하고 있다.  


마태복음 8장

20 예수께서 이르시되 여우도 굴이 있고 공중의 새도 거처가 있으되 인자는 머리 둘 곳이 없다 하시더라



   송강 정철 / 나모도 병이 드니


나모도 병이 드니 정자라도 쉴이 없다.

호화히 섰을 때는 올이 갈이 다 쉬더니

닙디고 가지 것근 후는 새도 아니 앉는다.


이제

진리를 양식 삼아 곱씹고 또 곱씹었다.

시조 속의 화자가 되어 소화가 될 때까지  "안돼"

"끝났어"라고 여기지 않기 위해 깊고 깊게 나를 껴안아야 했다. 스스로 생기 없는 고목과 같이 누가 봐도 알만큼의 표정으로 함부로 분노하는 그 일을 이제는 끝내고자 잠시 멈추어 서려한다.

 

체증이 시원하게 내려갈 그 한 스텝을 밟을 때 모든 별들이 빛을 내는 이유를 깊이 체감해 보고자 한다.

그리고 나아가려 한다.

그렇게 돌아봄과 나아감 속에서 흐트러진 일상을 그토록 무심했던 일상을 돌려받고자 한다.


내 인생을 향해 기어이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털어놓을, 그때까지 가려한다.


나를 살리겠다고,

쓰러져 다 죽게 된 나의 손을 잡고, 지금껏 걸어오신 그분의 은혜.

연민 가득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는 그분의 옷자락을 잡으려 한다.

청산보다 푸르게 유대땅 베들레헴을 비추던 그 별을 소망하는 나는

마침내 "살어리 살어리 랏다 "를 목청껏 불러 보고자 한다.


시편 40편

1 내가 여호와를 기다리고 기다렸더니 귀를 기울이사 나의 부르짖음을 들으셨도다

2 나를 기가 막힐 웅덩이와 수렁에서 끌어올리시고 내 발을 반석 위에 두사 내 걸음을 견고하게 하셨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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