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1: 허무에서 신앙으로)
"꿈에 본즉 사닥다리가 땅 위에 서 있는데 그 꼭대기가 하늘에 닿았고 하나님의 사자들이 그 위에서
오르락 내리락 하더라...(창세기 28:12)
― 낚지 못한 청새치도, 돌베개 위의 야곱도 결국 하나님의 꿈을 본다.
꿈과 현실
'그대 아직도 꿈꾸고 있는가?"
1989년, 박완서의 소설이 던진 질문이다.
철옹성 같은 가부장적 제도 속에서 한 여인이 친권을 지켜내려 싸우던 이야기.
오늘 우리가 누리는 평범한 현실은, 얼마 전 누군가의 처절한 꿈과 이상이었다.
꿈이 현실이 되기까지는 언제나 투쟁이 필요하다.
돌아보면 우리 모두는 꿈으로 시작해,
투쟁으로 이어지는 삶의 연속성 속에 놓여 있었던 것이다.
바다의 노인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
84일 동안 빈 그물을 건져 올린 산티아고. 사람들은 그를 비웃었지만,
소년 마놀린은 "최고의 어부는 할아버지"라며 고백했다.
85일째, 그는 거대한 청새치를 낚는다.
손은 찢기고 몸은 무너져 갔지만, 사투 끝에 승리를 거머쥐었다.
그러나 돌아오는 길, 상어 떼에게 살점을 모두 빼앗기고 뼈만 남긴 채 돌아왔다.
소년은 눈물을 흘렸지만, 노인의 눈에는 희열이 번졌다.
"인간은 파괴될 수 있어도, 실패하지 않는다."
보이는 것만으로 다 설명할 수 없는 것이 인생이다.
내 삶의 사투
산티아고가 바다에서 청새치를 낚았듯, 나 역시 여러 자리에서 사투를 벌여야 했다.
목회의 강단에서, 아이들과 함께하는 지역아동센터에서, 공장의 소음 속에서,
그리고 집 안에서 아이들을 키우며… 내 삶은 어쩌면 늘 싸움이었다.
꿈을 품어야 했고, 그 꿈속에서 만난 사람들과 상황 속에서 치열하게 살아내야 했다.
그러다 피멍이 들기도 했다. 옮음과 그름. 기쁨과 절망이 교차하는 자리에서
나는 자주 무너졌다. 그러나 그때마다 노인의 말처럼 되뇌었다.
"인간은 파괴될 수 있어도, 실패하지 않는다."
청새치의 비밀
나는 거대한 청새치를 낚았는가?
아니, 그렇지 못했다.
낚았다고 생각한 것도, 돌아오는 길에 빼앗기기 일쑤였다.
그러나 뜯기고 무너진 자리에서도, 삶은 견고해지고 자라나고 있었다.
낚으려 애쓰던 날에서, 놓으려 발버둥 치던 날로 옮겨가는 여정.
그 발버둥조차 하나님 앞에서는 은혜였다.
야곱의 사다리
그래서 나는 밤하늘에 걸쳐진 사닥다리를 떠올린다.
형의 칼을 피해 도망치던 야곱. 돌베개를 베고 잠든 그에게
하나님은 하늘과 땅을 잇는 사닥다리를 보여주셨다. (창세기 28:10–12)
130년 야곱의 인생은 험악했다. 투쟁과 거짓, 음모와 배신, 후회와 용서, 집착과 포기,
그리고 상처와 죽음까지. 그 외로운 나그네의 인생.
그러나 그 모든 여정 속에 여전히 하나님이 동행하셨다.
나의 소망
나는 지금
길에서 길을 잃었다 그러나 나는 지금 새로운 길을 소망한다.
걷다가 힘들어 멈춰 선 지금 나는 하늘을 올려다본다.
그리고 나도 이렇게 고백한다.
“주신 이도 여호와시요, 거두신 이도 여호와 시니.” (욥기 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