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전도자가 이르되 헛되고 헛되며 헛되고 헛되니 모든 것이 헛되도다 3 해 아래에서 수고하는 모든 수고가 사람에게 무엇이 유익한가 7 모든 강물은 다 바다로 흐르되 바다를 채우지 못하며 강물은 어느 곳으로 흐르든지 그리로 연하여 흐르느니라 8 모든 만물이 피곤하다는 것을 사람이 말로 다 말할 수는 없나니 눈은 보아도 족함이 없고 귀는 들어도 가득 차지 아니하도다 11 이전 세대들이 기억됨이 없으니 장래 세대도 그 후 세대들과 함께 기억됨이 없으리라
나의 머리에 살구꽃이 피기 시작한 지 오래되었다. 부지런한 부모 밑에 자라서 인생이라는 휘슬이 울리자 드넓은 그라운드를 달리기 시작한 나는 왜 살아야 하는지? 질문보다는 반드시 살아야 할 절박함이 먼저였다. 무엇을 하든지 열심히 그리고 진심으로 한다면 화려함이 아니어도 소박한 삶을 피운다 믿으며 살았다.
그 길에는 희열이 있어
배고픔을 잊기도 했다.
피곤함을 못 느끼기도 했다.
그렇게 반환점을 돌고 지금을 맞았다.
누구나 이 나이쯤의 일상은 익숙한 일의 연속이라 딱히 쉼에 목마를 것이 없다. 외려 쉰다는 것은 새롭고 낯설어 그것이야 말로 노동이 아닌가?라고 생각한 적이 많았다.
그렇게 가속 페달은 시작되고 나도 모르게 많은 것을 놓치게 되는 소위 몰입이라는 것을 경험하게 되었다.
몰입이야 말로 시간과 가장 연관이 깊어서 정신이 드는 순간 놀랄 만큼 멀리 와 있는 자신에게 깜짝 놀라게 되는 것이 아닐까? 마음은 일상의 황폐함에 관계는 익숙한 사람들과 멀어짐 그리고 몸은 퇴화가 시작된 지금 여기가 어딘지? 나는 무엇을 하는지?라는 근원의 질문과 함께 허무와 상실의 수렁에 던져진다.
전도서의 말씀처럼
나의 수고가 헛되어 유익이 없음과
모든 강물이 채우지 못할 바다를 채우고자 애씀이
만물의 피곤함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아무도 나를 기억하지 못함
나는 그 질문의 한가운데 있었다.
믿음이라는 소중한 자산, 그리고 이성의 힘, 많은 시간 타인의 고민 앞에 내가 내밀었던 답안지를 들고 내 인생에 적용하니 많은 부분 오답이거나 정답이라면 인정머리 없이 가혹하거나... 그런 것이었다. 참 미안스러운 답지였다.
젊잖은 이성은 미친 감정을 이기지 못했다. 육체는 가속되는 인생 속에서 기름이 바닥난 지 오래되었다.
이 빈 공간을 무엇으로 채워야 할까? 방향을 바꾸고, 새로운 연장을 잡고, 다시 시작할 용기는 하루가 못 되어 불안과 두려움의 크기가 되어 이 중년의 삶을 덮쳐왔다.
노년을 준비하듯 긴 시간 중년을 배워왔다.
증세는 다 아는 것인데 처방을 할 수가 없는 이것이야 말로 중년의 병이구나!
하는 순간 나는 내가 호랑이 굴에 잡혀 왔고 배고픈 맹수의 먹이가 되기 직전임을 감지했다.
시간을 되돌려 경험과 기도와 생각을 가다듬어야 했다.
정신을 바짝 차려야 살 수 있다는 대명제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하여 누군가의 조언처럼 피할 수 없음을 즐기고 그런 이야기를 기록해 보고자 한다. 자신감으로 가득한 젊은 그대에게는 훗날의 일기가 되기를 바라며 공감으로 격려해 줄 나의 친구들과 졸필을 나누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