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향상 Feb 22. 2024

(고물상 창업 6강) 고철에도 등급이 있다!

(뭐! 거기 금이 섞였다고!)

1990년 초 중반 나는 대형 사진 현상소에서 일을 하면서 학교를 다녔다. 내가 관심을 가졌던 분야의 일이라 직업적 피로감보다는 즐거웠던 일이 더 많았다. 그러던 중 한 번은 흥미로운 사건을 접하게 되었다.

단골 사진작가분이 계셨는데 필름 현상과 사진 인화에 대해서 좀 까다로우셨다. 핀이나 색상에 대한 조정을 원하시던 경우도 있고 해서 미리 검수를 하던 중 누드 사진이 한가득 있어서 기겁한 적이 있었다.


또 한 번은 연예인 사진이 있어서 인화부서에 달려가 추가로 몇 장 더 뽑아 달라고 부탁했던 기억도 있다. 그런 날은 일하면서 뭔가 보너스를 받은듯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철에도 등급이 있다. 그래서 고철 거래 현장은 검수자가 있기 마련이다.

누가 봐도 이견이 없는 등급의 물건이 있는가 하면 각등급이 혼합된 철이거나 특수 금속이 포함된 경우가 있어 시시 비비가 어려울 때도 있다.  


시장의 약속이 있다고 하지만 그래도 익숙하지 않은 물건은 금속 탐지기를 거쳐야 하는 경우도 왕왕 일어난다.  한 5년 전쯤의 일이었나?

특이한 물건을 받아서 살피던 중 성분 금속기에 99% 순금표기가 있었던 적이 있었다.

모두가 놀란 나머지 쉬쉬거리면서 한 번 더 확인하고 또 다른 성분 분석기로 확인하고 그래도 여전히 금이라

모두의 촉각을 곤두서게 했다. 너무 큰 고액의 물건을 싼값에 샀으니 로또를 맞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의 입을 단속하고 하루 이틀 사흘간이나 침묵하면서 더 정밀한 감정에 가서야 특이점이 있지만 금은 아니라는 것이 확인되었다. 얼마나 긴장이 높았던지 아니라고 하니까 오히려 마음이 편했다.


이렇게 분류가 정확한 것이 있는가 하면 혼합된 것도 있어 검수자의 경험이 대단히 중요하다 하겠다.

등급의 범위를 벗어나는 여러 경우의 수가 발생하면 감량이나 단가 조정을 통해서 서로 손해 없이 만족도를 높일 때 신뢰가 쌓이는 법이다.  


철에서 좋은 등급은 보기만 해도 사실 배가 부르다.

좋은 등급일수록 묵직하다. 그리고 깨끗하고 단일 품목이다.

그런 물건이 마당에 가득하면 정말 보는 것만으로 눈 호강하고 마음이 뿌듯해지는 것이 철인들의 마음이다.

고철 분류 예시 이미지

[관련 사이트]

(주)비전 웹사이트 고철등급기준

이전 05화 (고물상창업 5강) 마당 쓸고 돈 줍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