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사 과정 때 같은 지도교수 밑에 있던, 나이는 나와 동갑이며, 인종은 흑인인, 아주 성격이 좋고, 호탕하면서도 따듯한 친구가 있었다. 그 친구는 개인 사정으로 학위를 다 마치지 않고 다시 본인의 고향인 애틀랜타로 돌아갔는데, 최근에 보니 그 친구가 페이스북에 “30 days Thankful challenge”(30일 감사 챌린지)라는 걸 시작하면서 매일매일 다른 주제로 본인의 삶에 감사했던 일에 대해 짧은 동영상을 올렸다.
지금은 페이스북으로나 만나는 친구가 되었지만, 나는 학생 때 그 친구가 가진 따듯함이 참 좋았다. 천천히 시간을 가지고 그 친구가 올린 감사 챌린지의 동영상을 다 찾아보았다. 그 친구는 사랑에 감사하고, 자식에 감사하고, 어른들이 계심에 감사하고, 인생의 아픔이 있었음에 감사하고… 친구, 가정, 직업, 치유되어야 할 마음의 자리, 지난날들, 이런 모든 것 들을 하나씩 되짚으며 감사한 포인트를 찾아냈다.
미국의 학기는 땡스기빙 때쯤이면 가을학기 기말고사 시즌이다. 11월 마지막 주 목요일은 정해진 땡스기빙이고, 12월 첫째 주나 둘째 주는 가을학기 기말고사다. 그래서 미국에서 학교를 다니면 땡스기빙이 마음 편하게 쉴 수 있는 명절이 될 수가 없다. 석사와 박사를 미국에서 마친 나는, 땡스기빙에 학교가 닫으면 나도 나의 방 문을 걸어 닫고 공부만 했다. 써서 내야 할 기말 논문들, 시험 준비, 등등으로 혼자만의 시간을 가졌다.
어느 한 해는, 땡스기빙 때 이 친구가 나를 혼자만의 세상에서 하루 건져냈다. 땡스기빙이 오기 한 달 전부터, “써니, 나는 미국에서 터키를 가장 잘 굽는 사람이야, 먹어보고 싶으면 우리 집으로 와”, “내가 하는 터키는 아주 육즙이 가득하면서도 양념이 끝내준다” 하면서 유쾌하게 나를 꼬셨고, 나는 감사히 그 친구의 초대에 응했다.
나는 육식을 즐겨하지 않는 터라, 특히 한국인으로서 흔하게 접해 볼 기회가 없던 터키는 입에 대 볼일이 극히 적었다. 그런데 그녀의 터키는, 고기 맛을 잘 모르는 내가 먹어도 유독 맛있었다. 그날을 위해 만반의 준비를 했는지, 그녀는 초대받은 모든 게스트가 함께 즐길 수 있는 게임도 잔뜩 준비해 놓았고, 그녀로 인해 나는 전부 모르는 사람들 사이에 껴서 기억도 나지 않는 어느 한 사람의 허리를 잡고 기차놀이도 했으며, 그 사람들 사이에 껴서 활짝 웃으며 단체사진도 찍었다.
세상에는 남을 잘 포용하는 멋진 사람들이 많이 존재한다. 나는 그녀의 포용에 감사한 마음으로 응했다. 나는 땡스기빙 시즌이 되어 마트에 누워있는 터키들을 보면 자연스레 그녀가 생각난다. 그런 따듯한 사람들이 세상에 있음에 감사한, 미국에서의 나의 15번째 땡스기빙이다.
시카고에서는 뉴욕과 비슷하게 땡스기빙때 퍼레이드를 한다.
Pic from:
https://news.wttw.com/2021/11/22/chicago-s-thanksgiving-parade-still-safety-plan-pla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