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지트, 너의 이야기
지금은 너무 더워서 앉기 어렵지만,
날씨 좋은 날에는 바깥 의자에 앉아 있는 걸 참 좋아했습니다.
나지트 안쪽까지는 빛이 깊숙이 들지 않거든요.
그래서 광합성이 필요할 땐,
햇빛을 쫓아 바깥자리로 나가곤 했죠.
하지만 그 자리는 치명적인 단점이 하나 있습니다.
손님이 오는 걸 볼 수 없다는 점.
그래도 햇빛의 유혹은 강력했고,
그럴 때면 구부정하게 앉은 채
수상하게 나지트 안을 힐끔거리곤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손님이 오셨어요.
그런데 막 자리에 앉은 참이라
비타민 D가 생성되기 시작한 타이밍이었단 말이죠.
일어나기 싫었습니다.
그래서… 손님을 제 옆에 앉혔습니다.
"여기, 너무 좋지 않아요?
이 자리에서 광합성하면 건강해지고, 책도 잘 읽혀요."
그렇게 능청스럽게 자리를 권했고,
손님은 어리둥절한 얼굴로 의자에 앉으셨어요.
그러곤 자연스럽게 가방에서 책을 꺼내셨는데,
오잉— 수학 문제집이더라고요?
알고 보니 찬웅님은
수학 과외를 하시는 뇌과학자였습니다.
그날 이후로,
두 번째, 세 번째 오실 때마다 그 바깥 자리에 앉으셨어요.
하루는 "하루 종일 실험하던 쥐가 갑자기 죽어서 멘붕이 왔다"고, 머리를 식히러 오셨다길래,
과연 어떤 책을 읽으시나 봤더니
또 과학책.
역시… 하며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찬웅님과 이야기하면 참 재밌어요.
제가 감성을 건드려보려고
이것저것 두루뭉술하게 던지면,
컴퓨터에 안 맞는 수식을 넣은 것처럼
찬웅님 머리 위로 물음표가 둥둥 떠오릅니다.
그래도 저는 찬웅님이
그저 나지트에 방문해주시는 것만으로도
참 큰 의미가 됩니다.
햇빛 아래 나란히 앉았던 그 처음의 하루처럼요.
복잡한 가설 없이도, 한 잔의 커피와 조용한 햇살만으로 충분한 공간.
찬웅님은 아마 그런 점이 좋아 이곳에 자꾸 발길을 주시는 게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정답이 없는 세상 속에서, 마음은 잠시 나지트에서 수영합니다.
나지트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