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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길을 걷게 된 동기
그리고 지금...

by 베키아

나는 어릴 때 손으로 무언가 만들어 내는 걸 재미있어했고 그림을 그리면 스케치보다

그 안에 색을 채우는 것을 좋아했다.

하지만 손재가 뛰어나거나 미술에 큰 재능이 있지는 않았다.

그저 좋아만 하는 정도였다.


2003년, 여름향기라는 드라마가 방영 됐는데 주연으로 나오는 손예진의 직업이 플로리스트였다. 동네 화원에서 꽃과 화분을 파는 것이 꽃 일의 전부라고 생각했는데

꽃으로 멋진 일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충격이었고 마음이 웅장해지면서 바로 저거 다라는 느낌이 크게 왔었다.

그때 나는 19살, 고3이었다.

공부를 특출 나게 잘하는 것도 아니였고 엄청 간절하게 하고 싶은 것도 없었는데 하고 싶은 일을 드디어 찾은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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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을 사로 잡았던 드라마 여름향기의 한 장면






하지만 플로리스트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정보도 많이 없었고 전문적인 학과도 없었다.

결국 꽃은 마음에만 품고 수능 점수에 맞춰서 꽃과는 전혀 관련 없는 과로 진학을 하게 되고 그냥 그렇게 평범하게 지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꽃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강해졌고

좀 늦은 감이 있는 26살쯤 다시 시작해 보기 위해 정보들을 찾았는데 그때도 생각보다

배울 곳도 한정적이었고 비용 또한 만만치 않았다.

거기다 그쪽 업계는 해외파 아니면 인정도 안 해준다는 소문도 파다했다.

그래서 또 한 번 좌절되나 했는데 정말 운명처럼 그때 화훼디자인에도 국비지원이 시작 됐다.

오면 꽃 예술 학원이었는데 기억으로는 그곳에서만 국비가 지원 됐던 거 같다.

그렇게 나는 오면 이란 학원에서 처음 꽃을 배우게 됐고 그게 시작이었다. 그게 2010년이다.


그리고 지금 2024년 ,

안 해 본거 빼고 많은 다양한 경험을 했고 여전히 꽃을 좋아하고 꽃 일을 하고 있다.

그동안 하네 마네 하다 보니 시간이 흘러 버렸다.

사실.... 지금도 하네 마네 하고 있긴 하다.

아무래도 체력전이 이기 때문에 나이가 적고 열정이 있었던 시절에는

꽃을 좋아하는 마음 하나로 버틸 수 있었지만 나이가 많아질수록 조금은 힘들어지는 게 사실이다.

업계가 크지 않은 만큼 취업의 기회가 적어지는 것도 하네마네에 한몫한다.


그래도 아직은 더 버텨 보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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