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그를 텔.레.비라 불렀다

by BO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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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드스타가 인류에 미친 영향에 대해 말하자면...

얼굴이 동그스름하고 반질한 이 물건을

사람들은 브라운관 텔레비전, 브라운관 TV

혹은 텔.레.비.라고 불렀다.


머리 위에 두 개의 더듬이는 안테나다.

이 더듬이는 집 밖 지붕 위의 안테나와 연결되어

어딘지 모를 먼 우주와 교신을 했다.


드르륵..

드르륵..


리모컨이라는 미래의 도구가 발명되기 전,

사람들은 동그란 손잡이가 달린

다이얼을 직접 돌려, 채널을 맞췄다.

그래서 채널 돌.아.간.다.가 나왔다나 뭐라나...


어쨌든!

채널만 돌려도 하루에 몇백 칼로리가 빠져나갔으니,

이것이 바로

필라테스나, 피트니스 따위 없이도

옛사람들이 모두 날씬했던 이유다.


전 국민 색맹, 색약 테스트이자

미술과 예술의 영감을 심어주던

총천연색 화.면.조.정 .시간은

어른들의 등산복이 그토록

미학적인 컬러로 울긋불긋한 까닭이다.


이제 텔레비를 켜면,

딱!

네 개뿐인 방송

MBC, KBS, SBS, EBS가

마법처럼 눈앞에 펼쳐진다.


본방사수밖에 없던 시절, 그때 그 사람들은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게임과 스포티파이가 없어도

그렇게! 한방에 둘러앉아 세상을 이야기하며

잘 먹고 잘 살았다나 뭐라나...


P.S.

검은 플라스틱 테두리 속에 번쩍이는 유리 화면, 그 오른쪽 아래에 박힌 금빛 로고 — GOLDSTAR. 그렇다. 이 사각의 물건은 집안의 심장이었다. 아참! 그러고 보니 그땐 TV가 세상을 보여줬지만, 지금은 우리가 세상을 TV 속에 욱여넣고 있는 건 아닐까...


#20세기물건 #브라운관 #텔레비 #남자의물건 #브랜드 #골드스타를아시나요?



* 브런치 글이 책이 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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