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기들과 여행을 다녀왔다. 거제에 있는 섬인 이수도에 갔다. 당일 오전, 이수도로 들어가는 선착장 앞에 도착하니 제법 쌀쌀한 겨울 날씨가 콧속을 파고들었다. 싸늘한 공기였지만 햇살은 따스했다. 햇살을 맞으면 봄이고, 그늘을 마주치면 겨울이어서 눈을 감고 걸으면 오늘이 어느 계절인지 헷갈릴 것 같았다. 유리문을 열고 대기실로 들어서자, 배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승선표를 작성하고 있었다. 안내원은 한 분이었고 수시로 밀려오는 손님들을 바쁘게 응대하고 있었다. 부산함 때문인지 대기실 공기가 바깥보다 가벼웠다.
하나둘 동기들이 도착했다. 형님 잘 지내셨는지요. 아 어제 출동이 좀 있어서 피곤하네. 들어가서 짐만 내려놓고 조금 주무시죠. 응 그래야겠다. 하늘이 살 빠졌네. 운동 열심히 했어요, 크크. 반가운 얼굴과 가벼운 안부를 주고받자 가슴이 한 뼘 더 붕 떴다. 요즘엔 매일 보는 얼굴이 아닌 사람을 마주하기만 해도 그날이 특별한 하루가 된다. 마주친 그 얼굴이 반가운 날이면 특별하고도 소중한 날이 되고, 그날이 뜻깊으면 특별하고 소중하면서도 추억할 만한 하루가 된다.
섬에 도착하니 고양이들이 마중을 나왔다. 동기 형님께서 가방에 있던 츄르를 꺼내 고양이에게 건넸다. 할짝할짝. 고양이의 혀가 바쁘게 움직였다. 금세 츄르 하나를 해치운 녀석은 만족스러운 듯 기지개를 켰다. 고양이의 몸 사이에 숨은 햇빛이 털 한 올 한 올을 밝은 회색으로 반사했다. 바람이 불자 부드러운 털이 연약한 잔디처럼 쓰러지며 이리저리 넘어갔다. 우리는 숙소에 짐을 내려놓고 조금 눈을 붙였다. 휴식하고 다 같이 나와 낚시했다. 다들 낚시를 많이 해보지 않아 서툰 사람이 많았다. 그중에 동기 동생 한 명은 생선을 두 마리나 낚았지만 한 명은 자꾸 낚싯줄이 끊어져 사십 분째 끙끙거리고 있었다. 행님은 낚싯줄 두 번 던지고 사십 분 동안 낚싯대를 만지시네. 고마해라. 행님 그래서 잡겄소? 좀만 기다려봐, 보여줄게. 아무렴요. 기회를 놓치지 않고 동기 형님께 농담을 건넸다. 옆에선 또 따른 동기 형님이 낚싯줄에 바늘을 끼우고 있다. 바른 매듭 어떻게 하더라? 저기 전문가 있네요. 구조대원 임하늘 씨, 행님한테 해달라 하세요. 난 그 문장을 듣다가 문득 생각에 잠겼다.
우리 여섯은 함께 소방관이 되었다. 똑같이 교육을 받고 같은 날에 졸업했다. 그런 우리가 몇 번의 계절을 거치고 만나자 서로 다른 위치에 있었다. 누구는 구급대원이, 누구는 화재진압대원이, 누구는 내근직원이, 누구는 구조대원이 되었다. 비슷한 수준에서 서로의 지식을 공유하던 우리가, 어느덧 각자의 위치를 찾아 일하고 있다. 난 그들이 하는 일을 어렴풋이 알지만 나는 그들만큼 할 수 없다. 그들도 마찬가지다. 서로의 간극이 우리가 열심히 일해온 시간을 대변하는 듯해서 괜스레 마음이 시큰거렸다.
하루하루의 성취는 손톱만큼이었지만 계절이 지나니 한 뼘만큼 변했다. 한 해가 넘어가니 손으로 가늠할 수 없을 만큼 처음으로부터 멀어졌다. 내 하루는 정지한 듯 고요했지만 그렇지만은 않았다. 달팽이가 조용히, 하지만 열심히 움직이는 것처럼 나 또한 그렇게 부단히 낑낑거리며 살았던 것이었다. 숭어 한 마리가 수면 위로 펄떡 뛰어오르며 고요한 바다를 깨웠다. 이내 다시 잔잔해진 바다를 보며 생각했다. 저 고요한 바다도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다. 어딘가로 사라진 숭어도 열심히 바다를 유랑하고 있을 것이다. 나도, 너도, 우리 모두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