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욕 안 먹고 술을 '슬기롭게' 거절하는 방법

CEO가 들려주는 '뻔하지 않은' 성공 레시피(71)

by 이리천


술자리. 피할 수 없는 직장인의 운명이다. 술을 잘, 많이 먹어야 하는가. 아니다. 왜 그런지는 '두주불사가 성공한다는 신화에 대해' https://brunch.co.kr/@twelve1000/233 편에서 얘기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술은 못 마셔도 상관없다. 입만 축일 정도면 충분하다. 그러나 술자리 분위기를 망치면 안 된다. 그럼 어떻게 술을 거절하면서도 분위기를 망치지 않을 수 있을까. 세 가지 방법을 써 볼만하다고 생각한다.


첫 번째는 정면 돌파다. 상사가 술을 권할 때 일단 받아라. 못 먹는다 하지 말고 잔을 받아 입에 대는 시늉을 한다. 그리고 잔을 내려놓는다.


아마, 꼼꼼한 상사라면 물을 것이다. 00 씨는 왜 술을 안 마셔. 그때 답하는 것이다. 웃지 말고, 상사의 눈을 보면서, 정중하게 말한다. 네, 부장님 사실은 이런 이런 사정이 있어 요즘 술을 못 마시고 있습니다. 죄송합니다.


이때 주의 사항. 절대 계면쩍게 웃거나, 고개를 숙이거나, 머리를 긁적거리거나 하면 안 된다. 그런 제스처는 틈을 의미한다. 우유부단하고 무르다는 메시지가 된다. 상사로 하여금 더 마시라고 권하면 될 것 같다는 여지를 준다. 술을 먹지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전하는 게 좋다.


이렇게 얘기했는데도 강권한다? 그럼 다음 단계. 상대가 술을 주는 대로 다 마시는 것이다. 그리고 쓰러져라. 병원 앰뷸런스를 불러 실어갈 정도로 인사불성, 대취하는 것이다. 그제야 상사는 생각할 것이다. 아, 이놈은 절대 술을 먹여서는 안 되는 놈이구나, 다시 술을 먹였다가는 내 앞날 다 조질 수 있겠구나.


세 번째가 문제다. 술을 강권하지도 않으면서, 은근히 술을 안 먹는다는 이유로 갈구는 상사다. 이럴 때는 판 자체를 바꾸는 방법이 있다. 패러다임 자체를 술이 아니라 대화로 전환시키는 것이다. 잘 생각해 보라. 술자리에서 잔만 주거니 받거니 하는 이유는, 물론 술 자체를 좋아하는 주당들은 예외지만, 별스럽게 따로 할 얘기가 없기 때문인 경우가 많다.


그럴 때 그동안 감히 못했던 이슈를 대화 주제로 올려놓는 것이다. 예컨대 이런 식이다. 사장님, 오늘 회식도 좋지만 사실 저희가 꼭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오늘 회식 자리를 빌어서 솔직하게 말씀드려도 될까요. 사내 복지 문제나 임금 인상, 인사 적체 문제 등은 사장이 싫어할 것이다. 대신 생산성 향상을 위한 AI도입이나 성과급 차별화 등은 반겨할 것이다.


결과는 둘 중 하나다. 왜 저런 얘기를 해서 술맛 떨어지게 하느냐는 원성을 들으며 술을 좋아하는 동료들에게 맞아 죽던가, 아니면 그 얘기를 차마 꺼내지 못했던 사장의 신임을 얻든가. 사장은 당신은 술 안 마시는 직원이 아니라 회사를 진심으로 다니는 사원으로 다시 생각할 것이다.


어떤 주제를 선택할 지는 당신의 몫이다. 분명한 것은 그 얘기가 나오는 순간, 술자리는 끝이라는 사실이다. 정색을 하고 그 문제를 제기하는데 그 얘긴 나중에 하지,라고 얼렁뚱땅 넘어갈 사장은 없다. 그 문제를 토의하느라 아마 술을 돌리는 것도 잊을 것이다.


물론, 사장이 나중에 당신에게 한 잔 받게, 할 수 있다. 그때는 첫 번째 두 번째 같은 방식으로 대응하면 무리가 없을 것이다.


변수가 있다. 회사가 세 가지 방법이 전혀 통하지 않는, 그저 저녁마다 부어라 마셔라 하는 회사라면? 술 안 마시면 찍혀서 절대 출세하기 힘든 회사라면? 그럼 얘기가 다르다. 그런 경우는 뒤도 돌아볼 필요도 없다. 비전이 없는 회사에 미련을 둘 필요 없다. 빨리 다른 회사를 알아보는 게 정답이다.



#직장 #회사 #직장인 #직장생활 #회사생활 #고민 #현실 #조언 #일잘러 #술자리 #

keyword
월, 화, 수, 목, 금 연재
이전 10화회의에서 의견충돌로 '빡질 때' 명심할 세 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