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 가장' 진상의 전화를 받았을 때

CEO가 들려주는 '뻔하지 않은' 성공 레시피(88)

by 이리천


직장 초년생 시절, 필자는 남들보다 일찍 출근하는 편이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의도치 않게 회사 대표번호로 걸려오는 첫 전화를 받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하루의 시작을 알리는 전화치곤 꽤 격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다짜고짜 욕설부터 날리는 분들도 있었지요.


처음에는 그런 전화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몰랐습니다. 정말로 무슨 문제가 있는 고객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최대한 인내심을 갖고 상대의 이야기를 들으려 애썼습니다. 감정을 추슬러 진정시키려 노력도 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필자는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그들은 진짜 ‘고객’이 아니었습니다.


진상은 진상일 뿐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기까지 시간이 좀 걸렸습니다. 그들의 목적은 문제 해결이 아니라,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어 분풀이를 하고 욕설을 퍼붓는 것 자체였습니다. 말 그대로, 감정의 쓰레기통을 찾고 있었던 거죠.


이런 사람들의 공통점이 있습니다. 자신이 누구인지 밝히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름도, 소속도, 사안의 구체적 맥락도 없습니다. 말끝마다 '너네 회사' 운운하며 다짜고짜 윽박지르기 바쁘죠. 그쯤에서야 저는 이걸 ‘응대’가 아니라 ‘대응’의 문제로 바꾸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한 선배가 필자의 애로사항을 듣더니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럴 땐 방법이 있어. 나도 선배한테 배운 거지만, 꽤 유용하더라.” 방법은 의외로 간단했습니다.


전화를 받으면 일단 매우 친절하게 응대합니다. 목소리 톤도 부드럽게 유지합니다. 그리고 말합니다. “네, 고객님. 말씀하신 부분은 해당 부서 담당자를 연결해 드리겠습니다. 끊지 마시고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그다음엔 어떻게 하냐고요? 수화기를 아주 정중하게 책상 위에 올려놓습니다. 그리고 하던 일을 마저 보는 겁니다.


이 방식의 결과는 둘 중 하나입니다. 대부분의 경우, 상대는 혼자 중얼거리다 지쳐서 전화를 끊습니다. 한참 뒤에 다시 확인해 보면 통화가 끊어져 있죠.


하지만 간혹, 이걸 문제 삼고 “아까 받은 사람 누구냐”라고 항의하는 분도 있습니다. 이 경우, 오히려 유리합니다. 왜냐하면 그때는 상대가 본인의 신원 정보를 밝힐 수밖에 없기 때문이죠. 이로써 그 사람을 블랙리스트에 등록할 명분도 생깁니다.


지금도 수많은 진상들이 고객센터나 텔레마케터 직원들을 상대로 언어폭력을 휘두르고 있다고 합니다. 물론 이런 방식이 고객센터에선 적용되기 어려울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일반 사무실에서라면, 여전히 유효한 대응 방식이 아닐까 싶습니다.


단, 이 방법은 마음속에 남 모르게 한 줄쯤 넣어두되, 자주 쓰지 않길 바랍니다. 자주 쓰면 고객 응대가 불량하다는 소문이 납니다. 진짜 진상들 한테만, 필요할 때, 조심스럽게 쓰길 바랍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 가지 더. 고객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당신의 정신 건강을 지키는 게 더 중요하다는 사실. 그래야 다른 고객에게도, 회사에게도 궁극적으로 이익이 된다는 사실을 잊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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