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열심히 살았다. 공부를 짧지 않게 했고, 외국어 하나 정도는 익혔으며, 각종 자격증을 따고 이력서에 적은 경력도 빽빽하다. 그러나 그런 것들이 무색하게도 나의 자리는 점점 작아지고 있다. 원통한 마음에 며칠을 누워서 넷플릭스로 , 술로, 게임 속으로 숨어들었다. 세상의 소리에 귀를 막고 눈을 가렸지만, 불안함은 그대로 있었다. 몸집을 더 키운 채로!
불안한 마음은 항상 구석에서 똬리를 틀고 있는 뱀처럼 옆에 있다가 불현듯 머리를 내민다. 막상 왜 불안하냐고 물으면, 대답이 바로 나오지 않는다. “몰라! 그냥 불안해” 불안한 마음을 살펴보니, 당장의 불안보다 불확실성에 대한 불안이 더 크다. 불안한 미래, 애착관계의 부재, 영원하지 않을 현재, 그리고 광속도로 빠르게 변화하는 이 세상에서 나만 모르고 뒤쳐지고 있는 건 아닐까? 이런 불안함이다.
뭔가 적응할 만하면 새로 등장하는 새로운 개념과 테크닉 기술이 거기에 한몫 더한다. 메타버스, 블록체인, NFT 낯선 개념들이 출연했다. 이제는 AI까지 가세해, Chat GPT의 시대가 열렸다. 미디어들은 앞다투어 AI의 시대에 사라지는 직업을 열거하며 소란스럽다.
세상의 속도에 비례해 시간도 달려가는지 내 나이에도 적잖게 놀란다. 내가 지금까지 이룬 것은 무엇일까? 나는 왜 아직 여기에 있지? 이제 비교 대상은 엄마 친구의 딸이나 아들이 아니다. 세계와 경쟁하고 있다. 핸드폰을 켜면, 제임스는 트로피를 쥐고 멜리사는 수천억을 벌고, 장웨이는 젊은 나이에 은퇴했다고 한다. 나를 제외한 모든 사람들은 뛰어가고 있다. 더 높은 곳으로….. 나만 그 자리에 멈춰져 있는 느낌이다. 아니 점점 가라앉고 있다.
불안
어느 날 불안이 우울과 무기력까지 끌고 들어와 나를 서서히 코너로 몰아가고 있을 때, 나는 결심한다. 피할 수 없다면 공격해 보기로! 공격은 최고의 방어다. 나의 공격은 버리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서랍을 정리하고, 물건을 버림으로써 뇌의 기억 공간에도 여유를 만든다. 사소한 결정에 시간과 에너지를 소비하지 않기 위해 우선 필요한 것만 남기고 버린다. 그리고 또 버린다.
다음은 몸이다. 산을 오르며 앞으로 , 위로 나아가는 힘을 배우고 단단해진 근육이 주저앉지 않고 버티는 지구력을 배운다. 더하여 딱딱한 가지를 뚫고 기어코 새순을 피워내는 자연의 경이로움에서 생명력을 본다. 그러나 문득 깨달은 한 가지,,,,자연은 늘 변화한다. 변화는 안정이 깨진 상태고 그것이 불안이다. 불안감은 물리쳐야 할 것이 아니라 변화하는 과정에서 생겨나는 자연스러운 느낌일 뿐이다. 세상은 변화하고 그 속도가 빨라졌으므로 내가 느끼는 불안의 빈도가 높아졌을 뿐이다. 자연의 일부인 나도 불안해하며 변화하고 있다. 단지 오늘 불안 속에서 어떤 선택을 했느냐가 중요할 뿐이다. 불안함 속에서 내 삶의 균형을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매일의 공고한 루틴은 내가 세상과 접촉한 기저면을 넓히는 일이고 나의 삶의 가치관은 중심을 잡아주는 질량이 된다.
균형감각
우리가 균형감을 키우는 운동을 할 때 불안정한 도구에 올라가서 정신을 집중하고 모든 신경계가 총동원되도록 하여 밸런스를 잡는 운동을 한다. 처음에는 불안정하게 마구 떨리던 몸이 반복된 트레이닝 후에 안정적으로 균형을 잡아가는 것을 볼 수 있다. 반드시 흔들거리는 순간들이 필요하다. 멋지게 균형을 잡기 위해~ 불안은 그런 것 일 수도 있겠다. 멋지게 균형을 잡기 위해 흔들거려야 하는 그런 순간들…
우리는 모든 불안의 시대를 살고 있다. 엄청난 변화 속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불안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세상과 밸런스를 맞춰가기 위한 내가 할 수 있는 노력! 익숙해 질때 까지 흔들리며 중심을 잡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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