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남자 같잖아!

by 소정

어반 스케치와 여행 드로잉이 취미인 나는 작품이 완성되면 아내에게 먼저 보여준다. 아내는

"나는?"

"없어. 사람 잘 못 그려."

"아빠! 우리는?"

"아빠... 사람 못 그리는 거 알잖아."


우리 세 여자(아내, 두 딸)분들께서는 그림에 자기들이 없다고 투정이다. 일상 속 건축물과 풍경을 그리니까 그림에는 가족이 없지 않은가!


'쳇! 이제 가족 그림을 그려보지 머!'

처음으로 작은 딸의 공부를 봐주는 아내를 그렸다.

사람의 윤곽선은 대충 흉내 낼 수 있기에 큰 어려움은 없었다.

화룡정점이라고 결국 눈, 코, 입을 잘 그려야 인물의 맛이 나는데 이리저리 고민하다가 눈은 점을, 코는 반곡선을, 입은 윤곽선만 그렸다.

작은 딸은 얼추 비슷하게 그렸는데, 아내의 입술을 이리저리 선을 덧대다가 수염이 돼버렸다.


'그래도 첫 그림이니까 좋아하겠지?'

다음 날 아내에게 깜짝 선물로 그림을 보여줬다.

아내는 그림을 받더니 눈가가 점점 주름으로 변하더니

"남자 같잖아! 나 이상해"

라며 그림을 내려놓는다. 그래도 그린 이의 정성이 있지 않은가!

"사람 처음 그려서 그런 거야.. 입술을 덧 그렸더니 수염처럼 보인 건데 그래도 성의를 봐줘야지."

라고 말했더니 아내는

"나 아랍 사람 같잖아! 다음에는 예쁘게 그려줘요."

란다.

아... 칭찬받으려다가 숙제만 안았다.

'쳇... 이제 안 그려!!'라고 구시렁거리다가 오기가 생겼다.

'그래! 우리 가족이 만족할 때까지 그릴 거다!'


이게 우리 가족 일상 드로잉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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