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딸의 단축번호 1번이 될 수 없는가?

by 소정


"아빠~ 언제 핸드폰 사줄 거예요?"

3학년인 둘째는 생일에 핸드폰을 장만해주기로 하였다.

생일이 한 달 정도 남았을 때부터 핸드폰을 언제 사줄 거냐며 은근히 압박을 준다.

"음... 생일 때 사줘야지!"

"가게 가서 살 거예요?"

"아니, 인터넷으로 주문할 거야."

"그럼... 택배가 늦게 올 수도 있잖아요. 누가 훔쳐가면 어떡해요? 택배 올 때 집에 아무도 없으면 어떡하지?"

택배로 보낸다는 말에 둘째는 벌써부터 걱정이 한가득이다.

"아빠가 꼭 택배 받아 놓을 테니까 걱정하지 마."

안심을 시켰지만, 하루를 멀다 하고

"핸드폰 언제 주문해요?"

"핸드폰 언제 와요?"

"아빠, 택배 올 때 집에 있을 거죠?"

계속 되묻는다. 둘째는 나를 못 믿는 건가? 아니면 내가 못 미더운 건가?


생일 일주일 전 핸드폰이 택배로 왔다.

도서관을 가던 중에 '고객님의 상품이 배송 완료되었습니다.'라는 문자를 받고

허겁지겁 다시 집으로 돌아갔다. 핸드폰에 문제가 없는지 확인하고 택배 상자를 선반 위에 올려놓았다.


저녁 시간...

"해령아~ 핸드폰 왔어!"

"와~ 진짜요?"

둘째가 헐레벌떡 뛰어 온다.

"어디~ 어디? 제 거랑 똑같은 거 맞죠?"

첫째는 혹여나 자기보다 좋은 핸드폰일까 봐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상자를 노려본다.


"와~ 핸드폰이다! 내 거다!"

핸드폰이 그렇게 좋은지 한참을 안고 쓰다듬고 난리다.

"해령! 전화번호 저장해야지!"

"응, 맞아!"

순간 나는 손에 땀이 나기 시작했다. 과연 단축번호 1번의 주인공은 누구일 것인가?

첫째의 단축번호 1번은 아내인데, 둘째는 나를 선택하겠지?

둘째가 놀아달라고 하면 열심히 놀았고, 속상하면 안아주었고, 엄마 몰래 밖에서 음료수도 같이 먹은 사이인데...

그리고 이 핸드폰은 내가 알아보고 내가 주문하고 내가 개통했으니 전적인 공은 다 나한테 있으니까 1번은 나일 거야!


두구두구두구...

"일단...."

아무렇지 않은 척했지만 온 신경이 둘째의 한마디 한마디에 집중이 된다.

"엄마가 1번... 아빠는 2번... 언니가 3번!"

아... 역시나 1번은 엄마구나...

내가 많은 욕심을 부렸나...

아빠는 두 딸에게는 첫 번째가 될 수는 없는 거니?

이별을 통보받은 남자의 마음이 이런 것일까?

"아빠! 음악 넣어주세요!"

두 딸은 자기가 듣고 싶은 음악 제목을 주면서 노래를 넣어 달란다.

'쳇... 2번인 나 말고 1번인 엄마한테 부탁해.'

라고 말하고 싶지만,

"응 걱정하지 마! 아빠가 알아서 할게."

쿨하고 멋진 아빠 인척 대답을 했다.


아직도 내가 2번인 것에 대해 서운하다는 걸 두 딸은 모를 거다.

생각해보니 내 핸드폰에도 1번은 아내다.

그럼... 우리 집 1번은 아내인 거네?

인정하자! 우리 집 대장이자 가장은 아내인 것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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