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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이렇게 살지 않나요?
03화
내 거인 듯 내 거 아닌 내 거 같은 생일선물
by
소정
Sep 3.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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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생일 축하해요~"
초등학교 3학년인 둘째의 생일 축하 말에 나도 모르게 울컥했다.
"아빠 선물은?"
"잠깐 기다려 봐요."
라며 등 뒤에서 주섬주섬 꺼낸다.
"짜잔~"
정사각형 티슈 곽에 이것저것 꾸민 상자를 건네주었다.
"와~ 이거 뭐야?"
"아빠! 통 안에 보면 30일 동안 내가 아빠한테 해줄 선물이 들어 있어요."
"정말? 심부름 쿠폰 같은 거야? 총 30장이겠네~ 아빠 너무 행복해!"
언제 이런 걸 다 준비했는지 둘째의 정성에 감동 또 감동이었다.
다음 날,
"아빠, 선물 꺼내 봐요!"
"그래, 뭐가 나올까?
'아빠랑 보드 게임하기
'네"
"아빠 부루마블 할까요?"
"그래, 좋지!"
그 다음날 뽑은 선물은
'아빠랑 자전거 타기'
였다.
'아... 귀찮긴 하지만 딸이 준 선물이니까 자전거 타야지'
딸 시늉을 들으며 공원까지 자전거를 타고 갔다 왔다.
또 다음 날은
'아빠랑 TV 보기'
...
'그래! 딸이랑 같이 TV 보면 되는 거구나. 엄마가 싫어할 텐데... 나 혼날 텐데...'
아내의 눈치를 보면서 둘째가 좋아하는 '1박 2일'을 같이 봤다.
그다음 날도
'아빠랑 네이버 주니어 보기'
였다.
'내가 좋아하는 게 아닌데? 안마해주기나 구두 닦아주기 이런 건 없나?'
하며 주니버를 딸과 함께 봤다. 뭔가 좀 이상한데?
5일째 되는 날,
'아빠랑 맛있는 과자 먹기'
아! 이제야 깨달았다.
이건 내 생일 선물이 아니라 내 생일 핑계로 둘째가 하고 싶은 거 적어 놓은 거잖아!
내 거인 듯 내 거 아닌 내 거 같은 생일선물이었다.
내일은 또 아빠 핑계로 뭐하자고 할까?
두렵기도 하면서도 언제 이렇게 컸나 싶다.
keyword
생일
가족
에세이
Brunch Book
다들 이렇게 살지 않나요?
01
아랍남자 같잖아!
02
내가 널 어떻게 키웠는데
03
내 거인 듯 내 거 아닌 내 거 같은 생일선물
04
뭘 쳐다봐!
05
나는 딸의 단축번호 1번이 될 수 없는가?
다들 이렇게 살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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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가족은 바람길 여행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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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속 공간과 풍경을 그리고 글을 담습니다. 여행드로잉에세이 <우리가족은 바람길 여행을 떠났다 >를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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