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거인 듯 내 거 아닌 내 거 같은 생일선물

by 소정

"아빠~ 생일 축하해요~"

초등학교 3학년인 둘째의 생일 축하 말에 나도 모르게 울컥했다.

"아빠 선물은?"

"잠깐 기다려 봐요."

라며 등 뒤에서 주섬주섬 꺼낸다.

"짜잔~"

정사각형 티슈 곽에 이것저것 꾸민 상자를 건네주었다.

"와~ 이거 뭐야?"

"아빠! 통 안에 보면 30일 동안 내가 아빠한테 해줄 선물이 들어 있어요."

"정말? 심부름 쿠폰 같은 거야? 총 30장이겠네~ 아빠 너무 행복해!"

언제 이런 걸 다 준비했는지 둘째의 정성에 감동 또 감동이었다.


다음 날,

"아빠, 선물 꺼내 봐요!"

"그래, 뭐가 나올까? '아빠랑 보드 게임하기'네"

"아빠 부루마블 할까요?"

"그래, 좋지!"


그 다음날 뽑은 선물은 '아빠랑 자전거 타기'였다.

'아... 귀찮긴 하지만 딸이 준 선물이니까 자전거 타야지'

딸 시늉을 들으며 공원까지 자전거를 타고 갔다 왔다.


또 다음 날은 '아빠랑 TV 보기'...

'그래! 딸이랑 같이 TV 보면 되는 거구나. 엄마가 싫어할 텐데... 나 혼날 텐데...'

아내의 눈치를 보면서 둘째가 좋아하는 '1박 2일'을 같이 봤다.


그다음 날도 '아빠랑 네이버 주니어 보기'였다.

'내가 좋아하는 게 아닌데? 안마해주기나 구두 닦아주기 이런 건 없나?'

하며 주니버를 딸과 함께 봤다. 뭔가 좀 이상한데?


5일째 되는 날, '아빠랑 맛있는 과자 먹기'

아! 이제야 깨달았다.

이건 내 생일 선물이 아니라 내 생일 핑계로 둘째가 하고 싶은 거 적어 놓은 거잖아!


내 거인 듯 내 거 아닌 내 거 같은 생일선물이었다.


내일은 또 아빠 핑계로 뭐하자고 할까?

두렵기도 하면서도 언제 이렇게 컸나 싶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