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얼 보았을까, 굴뚝 위에서, 그 아이는

<자유를 향한, 마음지도>13

by 이기담

이야기


째째는 그 광경을 오전반 퇴근길에 보았다. 시간은 대략 2시 45분쯤.

당시 마산의 한일합섬 큰 공장에는 굴뚝들이 많았다. 고개를 들고 하늘을 보면 높게 솟은 굴뚝들은 하늘 엉덩이에 똥집을 하듯 높게 솟아 있었다. 그 굴뚝 위에는 언제나 뭉게구름 같은 연기가 뭉게뭉게, 아득히 피어올랐다.


기숙사에도 그런 굴뚝이 있었다. 가까이서 끝을 보려면 90도로 고개를 젖혀야만 보였다.


“저게 뭐야?”

“사람이야!”
“저기까지 왜?!”


웅성웅성, 경악으로 모여든 사람들의 시선을 따라가니 높은 굴뚝 위에 검은 물체가 매달려 있었다.


“위험해!”


절로 터지는 경악. 누군가 소리쳤다.


“죽으려나 봐.”

“저기서?!”
“안돼!!”


‘안돼.’ 째째도 소리쳤다. ‘안돼. 안돼!’ 사람이 굴뚝 위에서 떨어지는 상상은 절로 째째를 아찔한 공포에 떨게 만들었다.


“왜 그런데?”

“누구야?”

“몰라.”


누군가 말했다.


“3동에 사는 아이래.”

“흐흑!”


누군가 울음을 터트렸다.


“흑!”


울음은 전염됐다.

그사이 주변으로 더 많은 사람이 모였다. 이어 들리는 다급한 사이렌 소리. 곧 협박하듯 무시무시한 확성기 소리가 울렸다.


“내려오세요!”

“위험합니다. 내려오세요!!”


올라간 아이라고 위험하다는 걸 모를 리 없을 것이다. 위험하기에 올라갔을 것이다.

아이는 내려오지 않았다. 아이는 높은 굴뚝 위에서 꼼짝하지 않았다. 모여든 기숙사 사감이며 마산의 119 대원들은 굴뚝 아래서 내려오라, 협박과 애원을 번갈아 반복했다.


“이러다 학교 시간 늦겠다!”


누군가 째째 뒤에서 소리쳤다. ‘아, 학교.’

아이들이 등을 돌려 흩어졌다. 째째도 못내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움직였다.


그날 째째는 수업 시간에 졸지 않았다. 대신 째째의 마음에는 굴뚝 위의 아이가 떨어졌다. 떨어지고 또 떨어지고, 다시 떨어졌다.






덧붙이는 생각


굴뚝을 나선형으로 에둘러 놓여있던 무수한 계단들이 지금도 선명하다.

그때 그 아이는 그 계단을 한 칸씩 밟고 올랐을 것이다. 아득히 높아 멀었던 굴뚝의 꼭대기까지. 그날 이후 나는 종종 굴뚝을 올랐다. 그런 꿈을 꾸었다.

첫 동창회 때 가장 궁금한 걸 친구들에게 물었다.


“그때 굴뚝 자살 사건 기억나?”

“그럼, 온 기숙사가 떠들썩했잖아.”

“어떻게 됐어?”

“그냥 내려왔대.”
“왜 올라간 거래?”


친구들이 기억하는 이유는 제각각이어서 진실을 알 수 없었다. 확실한 건 이후 굴뚝 위로 올라가는 계단에 접근이 불가능하게 되었다는 것.

눈을 감고 굴뚝을 오르는 아이의 마음이 되어본다.


견디기 힘든 세상을 떠나 하늘 가까이 다가가고 싶었을까. 벗어나고 싶은 지상의 고통을 하늘에 빌고 싶었을까?

등산하는 사람들이 산 정상에서 기대하는 마음, 첨탑을 높이 세우는 교인들의 마음이 그 아이의 마음이었을 거라 짐작해본다.

나는 궁금하다.


그날,

그 아이는,

그 굴뚝 꼭대기에서,

무엇을 보았을까?


혹,

세상의 비밀을?

세상 전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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