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를 향한, 마음지도>14
쏟아지는 빗줄기에 차창이 물길이다. 폭우에 버스는 째째의 걸음보다 느리고 서툴게 움직인다.
“이러다 멈추는 거 아이가?”
차 안에서 누군가 말했고, 순간 차가 멈추었다.
“뭔 일이고?”
사람들이 웅성거리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불안감이 왈칵, 쏟아지는 폭우가 되어 째째를 덮쳤다.
“잠깐 차 안에 계시이소들!”
운전사가 명령하듯 말하고 차 밖으로 나갔다. 차 앞쪽에 앉은 사람들이 우르르 차 앞으로 몰렸다.
“물바다가 돼삐맀네!”
“이를 어쩌면 좋노?”
“길이 없어져뿌맀네!”
“큰일 났네. 큰일 났어!”
째째도 자리에서 일어섰다. 째째는 지금 엄마에게 가는 길. 3일의 여름휴가를 받아 엄마 보러 가는 길. 여기가 어디쯤인지 알 수 없었다.
“이대로는 못 간다!”
당황한 사람들의 음성이 더욱 소란스러워지는데, 운전사가 버스에 올라 소리쳤다.
“다들 내리이소!”
“못 갑니꺼?”
“못 갑니더.”
“그럼 어짭니꺼?”
“아, 얼릉 내리시이소!”
짜증 섞인 기사의 말에 사람들 하나둘씩 제 짐을 챙겨 내리기 시작했다. 째째도 짐을 챙겨 버스에서 내렸다. 쏟아지는 폭우에 사람들을 따라 작은 식당 처마 밑으로 몸을 피했다. 우산을 펼 겨를이 없어 몸은 흠뻑 젖어버렸다.
버스가 선 곳은 하나의 식당이 작은 매점을 겸한 곳. 다른 건물은 없었다.
버스 기사가 식당 안으로 들어가 여기저기 전화를 해보더니 버스에서 내린 사람들에게 말했다.
“길이 끊겨버렸다는구만요.”
“그라믄 어이하노?”
“쯧! 그라몬 되돌아가입시더. 기사양반.”
“오늘은 되돌아도 못 갑니다.”
“와요? 온 길도 끊겼습니꺼?”
“비가 이리 와가 위험하다꼬 통제돼 불었답니더.”
“허어! 그라몬 어이하노?”
“비가 그치길 기다리는 수밖에 없습니꺼?”
“그람은 무슨 방법이 있겠능교?”
“하몬, 여기서 자야 하나?”
“이 식당에서?”
“여기서 오리만 걸어가믄 마을이 있다카네요.”
“에이 씨!!”
기사가 하늘에겐 지, 누구에겐 지 모를 욕지기를 내뱉고는 사람들 앞을 떠났다.
째째는 버스에서 내린 사람들을 보았다. 할 수 있는 한 차분하게, 가능한 한 두려워하지 않으려 노력하면서. 사람들은 대부분 어른. 여자 어른은 있지만 열일곱 또래는 혼자뿐이었다.
“니 혼자가?”
그때 사람들 중 누군가 째째에게 물었다.
“……예.”
“어데 가는데?”
“함양요…….”
“함양이 고향이가?”
묻는 이는 중년의 사내였다. 상대를 염탐해 사욕할 거리를 찾는 음험한 눈길. 째째는 대답하지 못했다. 아니 대답하지 않았다.
한 번도 겪지 못한 상황. 누군가의 도움이 없다면 위험해질 하룻밤에 대한 공포가 밀려왔다.
사각 엘리베이터는 이웃들과 만나는 공간이다.
인사를 나누는 이웃도 있지만, 대부분은 모른 척 눈길을 피한다. 코로나 사태로 이런 상황은 더욱 심해졌고.
외출을 하기 위해 탄 엘리베이터. 그 안에는 이미 먼저 탄 위층 사람들이 있었다. 어린 여자아이와 엄마. 가끔 인사를 나누는 위층 젊은 부부였다.
“안녕하세요.”
우리는 인사를 나누었다. 내 시선은 자연스레 아이에게 향했다. 세상의 눈길은 내가 좋아하는 데로 향하는 법.
“안녕.”
아이는 내 인사를 받는 대신 엄마 뒤로 숨었다. 아이 엄마가 말했다.
“인사해야지. 인사하시잖아.”
나는 말했다.
“아줌마 무서운 사람 아냐.”
그러면서 드는 생각. 아이에게 비칠 나의 모습. 세상의 모습.
“미안 미안. 그래 세상은 무섭지. 조심해야지. 아줌마가 뒤로 돌게. 안 쳐다볼게.”
등을 돌렸다.
거울 속 아이가 빼꼼 엄마 등 뒤에서 얼굴을 내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