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들이기

길들인 너를 네가 책임지자!

by 핑크뚱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눈으로는 보이지 않아. 마음으로 봐야 볼 수 있어."
"마음으로 보라고.......?"
어린 왕자는 여우의 말을 되뇌었어요. 여우가 또 말했어요.
"왜 네 장미꽃이 소중한 줄 아니? 눈에 보이는 장미꽃이 아름다워서가 아니야. 보이지 않지만 네가 그 꽃에 바친 너의 시간이 있어서야. 네가 네 꽃을 길들이면서 함께 보냈던 시간들. 그러니까 너는 네가 길들인 것에 책임을 져야 해." <어린 왕자 中_길들이기>


마삭줄. 온전히 홀로 곧게 서지 못하는, 다른 물체에 붙어서 자라는 덩굴식물인 너.


누군가가 많은 줄기 중 하나였을 너를 세상에 하나인 존재로 만들었구나. 비슷한 모양과 무게로 어우렁더우렁 살았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하게 했구나. 그 시간 너는 어땠니. 행복했니. 힘들지는 않았고.

아마 시작은 여럿 중 가장 돋보였을 너를 남들보다 예쁘고 단단하게 만들고 싶었을 거야. 그 기대와 열망, 정성이 매시간 매일 매년 차곡차곡 네 어깨 위로 얹어졌겠지. 처음에는 각별히 대접받는 듯해 들뜨고 기뻤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다 점점 버거워졌겠지. 힘들었겠지. 숨쉬기도 어려웠겠지. 그만!이라고 소리치며 뛰쳐나가고 싶었겠지. 이런 생각을 하니 좀 슬퍼진다.


누군가의 다정한 손길과 눈빛에 길들여진 긴 시간. 버겁기만 했을까. 오히려 그 시간 속에서 특별한 존재라는 소중함과 따뜻한 시선을 만났을지도 몰라. 하지만 안타깝게도 더 이상 버티기 힘들었던 시간은 너를 길들인 누군가를 원망하는 시간으로 만들었어. 그렇게 이 악물고 버텼던 세월을 탓하며 끝내 무너졌지. 조금만 더 조금만 더 버티자며 스스로 다독인 세월이 몇 해인지 손가락 접기도 포기했던 긴 시간이 순간에 사라졌어.


쓰러진 지금의 네 모습을 남들은 안타까워할지도 몰라. 하지만 돌이켜 생각해 보면 오히려 너는 그 시간을 감사하게 생각해야 해. 함께하는 즐거움이 얼마나 큰 행복인지 알려줬잖아. 또, 삶은 버티는 버거움이 아니라 날아갈 듯 행복한 가벼운 마음일 수 있다는 것도 알게 했거든. 그러니 더 이상 원망은 버리자. 길들인 너를 네가 책임지자. 서로 부대끼며 당당하게 살아갈 앞으로의 삶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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