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 들인 삼각김밥이

곧 사자 갈기로 바뀔 겁니다.

by 핑크뚱

여름 날씨는 습기를 꽉 움켜쥔 긴 장마철을 가지고 있어 곱슬 머리카락을 가진 제게 달갑지 않은 계절입니다. 한 올 한 올 어느 것보다 자유로워야 할 머리카락은 얽히고 뭉쳐져 잘 못 삶아진 국수의 가닥처럼 붙어 웬만한 바람에도 좀처럼 흔들림이 없습니다. 오죽하면 학창 시절 반 친구들은 제 머리를 가발로 의심을 품고 조심스럽게 물어보기까지 했습니다. 체육시간 바람을 가르며 달리는데도 찰랑찰랑 흩날려야 할 머리카락이 위아래로만 오르락내리락하는 제 모습이 이상하게 보였던 겁니다.


뽀송뽀송하고 따뜻한 햇살이 가득해야 할 4월의 봄날은 비 같지도 않은 비가 매일 조금씩 부슬부슬 내립니다. 마치 너무 이른 장마철이 찾아온 건 아닌지 의심이 절로 듭니다. 그렇다면 이런 날 제 머리카락은 어떻게 될까요. 끔찍합니다. 탄성 좋은 용수철은 자신의 본성을 숨기지 못하고 어디든 튕겨져 달아날 기세를 준비하고 있는 듯했으니까요. 그만큼 곱슬기가 과한 존재감을 뽐냈습니다. 이건 준비가 필요하다는 신호입니다. 습도가 넘쳐 방바닥을 찰방찰방 걷는 듯한 여름을 대비해 스트레이트파마가 절실히 필요하다는 신호입니다.


곱슬 머리카락을 가진 저는 미용실도 이곳저곳 다니지 않습니다. 쉽게 말해 단골 미용실에만 간다는 말입니다. 요즘은 미용실도 1인 사업장이 많아 예약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제가 다니는 미용실도 원장님 홀로 운영하다 보니 일주일 전에 예약은 필수입니다. 예약 후에도 저는 몇 날 며칠의 고민의 시간을 덤으로 가집니다. 어중간한 중 단발을 굳게 지켜 바람길을 차단해 목덜미로 흐르는 땀이 머리카락과 들러붙는 짜증과 더위를 참을 것인지. 아니면 과감히 싹둑 잘라 목덜미로 바람이 자유롭게 드나들게 해 시원하게 보낼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었습니다.


제법 큰 고민에 복잡한 마음으로 미용실을 찾았지만 마음과 달리 입에서는 망설임이라고는 찾으래야 찾을 수도 없었습니다.

짧게 잘라주세요.

그렇게 어제까지는 어깨를 넘긴 중 단발이었다면 지금은 중, 고등학교 때처럼 귀밑 2cm 길이로 시원하게 잘라 똑 단발이 됐습니다.


뽀얗게 서릿발 인 머리카락은 뿌리 염색을 했습니다. 곱슬기가 과한 모근에서부터 절반을 살짝 넘겨서는 스트레이트 펌을 그다음부터 끝부분까지는 s컬을 했습니다. 개인적으로 머리카락도 나이가 들수록 밋밋한 스트레이트보다 살짝 웨이브가 들어가야 생기가 있어 보이더라고요. 한 번에 3가지 시술을 받아야 했으니 비용도 만만치 않았고, 시간도 5시간가량 소요됐습니다. 비용이야 예상했으니 지불하면 되지만 긴 시간은 핸드폰도 하고 책도 읽었지만 쉽게 지루함이 사라지지는 않았습니다. 힘들었습니다. 역시나 이번 미용실도 지루함을 참는 고통과 고비용, 장시간이 투자됐습니다.


드디어 올여름을 대비한 헤어스타일이 완성됐습니다. 짜잔하면 거울 속에 백설공주는 아니어도 근사한 여성이 있을 거란 상상을 했지만 역시나 그냥 비싼 삼각김밥이 보입니다. 과한 곱슬을 최대한 곧게 펴 두피부터 찰싹 달라붙은 머리카락과 끝부분에 준 s컬, 여기에 과하게 많은 머리숱이 한 몫 해 과거의 미스코리아의 머리처럼 부풀어 있습니다. 대충 어떤 스타일인지 감이 오나요. 슬펐습니다. 이런 제 마음도 모르고 바뀐 헤어 스타일을 본 간단 씨도 딱 삼각김밥이라며 놀렸습니다. 아, 내 시간과 돈은 이리도 허망하게 먹을 수도 없는 삼각김밥으로 탄생했습니다. 하지만 곧 괜찮아집니다. 한 이 주 정도 버티면 또 곱슬기는 자연스럽게 존재를 드러내며 삼각김밥에서 헝클린 사자 갈기가 될 겁니다. 곱슬 머리카락이 숙성되는 시간은 이 주면 충분합니다. 그 시간 인고하며 잘 참아내면 꽤 긴 시간 저다운 모습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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