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요리가 최고예요.

우리 집 두 남자는 두 입으로 한 목소리를 냈다.

by 핑크뚱

드디어 시작입니다. 제가 살고 있는 지역의 벚꽃 축제가 금요일(24일) 전야제를 시작으로 십 일간의 향연이 펼쳐집니다. 그와 더불어 저의 주차 전쟁도 함께 시작됩니다.


저는 주차장이 따로 없는 주택가에 살고 있습니다. 평소에는 주차 난이 없는 곳이라 늦은 귀가도 전혀 걱정이 없는 곳입니다. 하지만 이제 십 일간은 그럴 수 없습니다. 전쟁이 선포되었습니다. 주차전쟁!


주중 내내 희끄무레한 날의 연속입니다. 벚꽃을 향한 제 불순한 마음 때문인 것 같아 심란하네요. 그와 더불어 축제기간 동안 주차 걱정이 더해져 더 그런가 봅니다.


저는 아무거나 군과 주차 문제 해결 방법으로 학교 수업이 끝나면 참새 방앗간처럼 드나들던 도서관의 사랑을 잠시 접어 두기로 했습니다.


드디어 금요일! 화려한 전야제를 시작으로 벚꽃 축제의 문이 열리는 날입니다. 아무거나 군의 친구 엄마가 차 한잔 하자는 말도 단박에 잘랐습니다.


평소 금요일보다 도로가 복잡했습니다. 축제가 열리는 지역에서도 특히 제가 사는 곳은 아름다운 벚꽃으로 손꼽히는 곳이라 차는 가다 서다를 무한 반복하며 가관입니다. 그렇게 평소보다 좀 더 오래 걸려 집에 도착했습니다. 예상대로 골목마다 빽빽하게 차들이 들어차 있어 집에서 상당한 거리에 주차를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동네에서 열리는 큰 축제니 아무거나 군과 간단 씨도 들떠 축제에 동참을 요구했습니다. 저는 그냥 조용히 집에 있고 싶었으나 저녁을 포장마차에서 해결하자는 말에 혹해 따라나섰습니다.


근데, 부슬비가 내립니다. 축제의 시작이 비와 함께라니, 안타깝더군요. 벚꽃 명소에는 벌써 j***, k**, m** 등 방송국 차량들이 점령했고, 관광객도 궂은 날씨가 막지 못했나 봅니다.


전야제는 우리 동네에서 좀 떨어진 곳에서 열립니다. 이날의 목표가 난생처음으로 전야제 구경 하기니 이를 위해 걷고 또 걸었습니다. 아무거나 군은 얼마가지 않아 지쳤고, 간단 씨는 아주 신이 났습니다. 이번 축제에는 불법 노점상을 강력 단속한다는 문구가 군데군데 많이도 보입니다. 그 덕에 거리는 넓어졌고 지정된 곳에서만 포장마차를 열어 깔끔합니다.


지친 아무거나 군을 위해 길거리 떡볶이를 샀습니다.

"아들, 이 집 떡볶이 맛집은 아니다야!"

"그런 것 같아요. 맛집은 아니네요."

그러면서 바닥까지 깨끗이 비웠습니다. 그리고 우리 눈앞에 펼쳐진 길고도 긴 사람띠를 보고 '헉' 했습니다.

보슬비에서 점차 빗방울이 굵어지고 있었는데, 알록달록 우산을 든 사람들이 전야제가 열리는 곳 입구에서부터 끝이 보이지 않게 줄지어 서 있습니다. 동네 상인분들의 이야기를 엿들으니 유명 가수가 와 그렇다고 하더라고요. 간단 씨, 궁금한 건 못 참으니 또 혼자 갔다 왔습니다. 가수 이름은 모르는데 관광차로 몇 대가 왔다며 똑같은 풍선을 들고 줄 서 있다고요. 그날 뉴스에서 가수를 확인했고 비를 맞으며 환호하는 팬들이 대단하게 느껴졌습니다. 암튼, 우리는 그 줄에 놀라 바로 발길을 돌렸습니다.


드디어 간단 씨가 가장 큰 기대를 품었던 포장마차로 들어갔습니다. 북적북적해야 하는데 사람들이 몇 테이블 없습니다. 저는 괜히 하지 않아도 되는 자릿세 나가면 남는 게 있을까 오지랖 같은 걱정을 하며 동동주, 도토리묵, 잔치국수, 음료를 시켰습니다. 아무거나 군을 위해 주문한 잔치국수는 1/3 먹고 남겼습니다. 간단 씨를 위한 도토리 묵도 1/2 남겼고요. 오직 동동주와 속이 불편해 제가 시킨 사이다만 깨끗이 비웠습니다. 아무거나 군과 간단 씨는 두 입으로 한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맛없어요. 엄마가 끓여 준 국수가 훨씬 맛있어요."

"나도, 도토리 묵 별로야. 당신이 해 준 게 훨씬 맛있어."

이게 좋아해야 할 일인지 모르겠습니다.

이 말은 즉, 계속 계속 제가 음식을 해야 한다는 소리로 들리거든요. 밖에 나오면 아무거나 잘 먹어야지 투정이 웬 말이냐고요.


그렇게 우리는 과하게 비싼 음식값을 지불하고도 여전히 허전한 배를 두드리며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도토리묵은 사진으로 남기지 못해 인터넷에서 캡처해 왔어요.

반짝반짝한 날씨였다면 더 예뻤을 벚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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