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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핑크뚱 Oct 14. 2023

살이 빠지지 않는 이유를 알아챘다.

줄어드는 밥에 심란해하는 나는 이 가을 괜찮을까요?

아니, 밥이 줄지를 않노. 아직도 반이나 남았네!

앞에 앉아 들깻가루가 듬뿍 들어가 더 뜨거운 칼국수를 식혀 호로록 먹던 지인이 나에게 건넨 말이다. 순간 놀랐다. 그리고 드디어 가 살 빼기가 힘든 사람임을 알아챘다.


생각의 전환, '물 컵에 물이 반 밖에 없네!',  '물 컵에 물이 반이나 남았네!"  이 말이 내가 먹고 있는 비빔밥에도 적용될 줄은 몰랐. 맛있게 먹고 있지만 점점 줄어드는 양에 슬프기까지 한 웃픈 상황이 뒤늦게 이해됐다.


어릴 부터 고봉밥을 먹었다. 맛있는 반찬이 있건 없건 그랬다. 아니면 허기져 농사일을 도울 수 없으니 당연했다. 그래서인지 밥을 먹는다는 것에 행복을 대입한 적은 거의 다. 생존을 위한 필수 행위였을 뿐이다. 그렇게 자란 커서 식당에서 주는 공깃밥에 '헉!'놀랄 밖에 없었다. 마치 퍼다만 밥그릇주는 것 같았기 때문이.


결혼  다니던 직장에서는 같은 과 동료들이 전부 남성이었. 깨작깨작 먹는 사람이 없어 잘 먹는 내가 비교당할  일이 없어 행이었다. 구내식당이 있었으나 입 짧은(좋아하는 것은 원 없이 먹던 사람) 동료 덕에 직장 근처 맛집으로 소문난 곳에 더 자주 다녀 단골손님이 됐다. 평소 우리들의 먹성을 알고 있던 식당사장님은 항상 공깃밥을 다른 손님들보다 푸짐하게 담아 주셨다. 그래도 네 명이서 기본 다섯여섯 그릇의 공깃밥을 미리 더 주문해 먹었. 죽했으면 실장님께서는 우스갯소리처럼 자신의 진심을 담아 이야기했다.

우와! 내가 소는 키워도 너희들은 힘들다.

그만큼 그때나 지금이나 나는 잘 먹었고 먹는데 진심이다.


통통하고 아삭한 콩나물, 눈으로 보고 알 수 있었지만 절대  믿기 힘든 쫀득한 식감의 가지나물과 호박나물로 착각하게 만든 오이나물까지 여기에 듬뿍 올려진 김가루와 계란 프라이. 푸짐한 양에 충분히 행복했으나 먹을수록 점점 줄어드는 양에 심란해하고 있었다.

그 찰나에 지인이 건넨 말이라 순간 난 좌절감을 느꼈다.

난, 절대 살 빼기 힘들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아침저녁으로야 과일과 채소로 배를 달래지만 점심은 도저히 유혹을 뿌리칠 수 없다. 신은 왜 세상에 이렇게나 맛있는 음식들을 많이 주셨어 매일매일 나를 시험에 들게 하시나요!

오~!  신이시여. 

풍성한 가을에 넘치 입맛은 어떻게 조절해야 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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