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게 나 역시 기댈 수 있는 어깨가 되길
때로는 너무 피곤해서 잠들지 않고는 버틸 수가 없는 시점이 있지. 내겐 어제가 그랬고 저번달 전체가 그랬어. 내가 일하는 지역아동센터에서는 어제 아이들 스무 명을 데리고 강원도의 어느 축제에 다녀왔어. 직원인 나도 당연히 함께 가서 아이들의 체험활동을 보조했고. 밤 10시가 다 되어 집에 들어오고 나니 온몸이 침대에 녹아들어 흐느적거리더라고. 그래서 너와의 통화도 20분 정도밖에 하지 못했잖아. 지난달의 실습 기간도 마찬가지야. 1년 넘게 하지 않던 풀타임 근무와 갖가지 숙제들을 보잘것없는 체력으로 수행하느라고 애먹는 나날들이었어. 그리고 근무가 끝나고 들어오면 너와 통화 정도만 한시간 남짓 하고 바로 쓰러져서 잠들곤 했다는 걸 너도 알고 있지. 지금 하루에 4시간 반 파트타임 근무를 하고있는 내게는 아무래도 좋을, 잠깐 지나가는 고생이었지만 말이야.
그런데 나에게 이미 비일상이 된 피곤함이 너에게는 일상이 된지 오래야. 최근 두어달 남짓한 기간 동안 줄곧 악화되어온 네 부서의 현황과 더불어 너의 생활도 점차 삭막하고 피폐해져갔지. 너는 오늘 아침 일찍 통화를 하자는 나의 문자에 게임 한판만 하고 통화하겠다는 답장을 보냈어. 나보다 게임을 더 중요하게 생각해서가 아니라, 그렇게 좋아하는 게임을 한판 할 시간인 단 30분마저도 어젯밤의 너에겐 허락되지 않았기 때문이었어. 어제 우리가 전화를 일찍 끊었던 이유도 내가 지쳤기 때문만이 아니라 너 역시 지칠대로 지쳐서 자다깨다를 반복하고 있었던 것이고. 너는 지쳐 쓰러져 잘 수밖에 없는 어제의, 그리고 지나간 여러 날들의 저녁에 대해 아쉬움을 표현했어. 회사에서의 너는 하루에도 몇번씩 퇴사를 생각하고, 집에서의 너는 그런 생각을 할 틈도 없이 잠들고 말아.
'때로는'이 아니라 '항상'이라고 말해도 좋을 정도로 근무시간 외의 나머지 시간을 잠으로 채우는 생활. 그렇게 해도 스트레스는 결코 풀리는 법이 없고, 오히려 여가 시간에 하고 싶은 일을 마음대로 하지 못하는 불만만 켜켜이 쌓여가는 마음. 나도 작년에 공무원 공부를 하면서, 그리고 사회복지 현장실습을 하면서 그런 시기를 거쳐왔어. 어쩌면 나중에 어딘가에서 풀타임 근무를 하게 된다면 또 다시 그런 피곤함이 일상이 될지도 모르지. 하지만 당장 나는 지금 네가 힘들지 않았으면 좋겠어. 스트레스와 피로 없이 사회생활을 한다는 건 거의 불가능하지만, 그래도 나는 네가 살면서 언제든 덜 아프고 덜 시달리길 바랄 뿐이야. 언젠가는 너의 일에도 다시 안정이 찾아올 거고, 자도 자도 풀리지 않는 피곤함은 오로지 기억으로만 남을 날이 있을 거야. 나는 지금 너의 일상이 비일상이 되기를 소망할게.
(2023. 1.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