쾌락의 역설
지금 세상은 가벼움이 찬양받는 시대이다. 가볍게 만나고 헤어진다. 쉽게 즐길만한 쾌락을 추구한다. 아무런 목표 없이 자신의 삶을 표류시킨다. 어떤 일이든 간에 깊이 빠져들지 못하고 부담을 느낀다. 어떠한 책임도 지려고 하지 않는다. 당신은 " 즐기면서 사는 게 뭐 어때서?"라는 생각을 할지도 모르겠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한국인 10명 중 4명이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다고 한다. 또한 우울증 발병률도 OECD 국가 중 가장 높다고 한다. 어째서 한국은 우울의 나라가 되고 있는가? 나는 이 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했었다. 살다 보니 마음이 아픈 사람들이 정말 많다는 걸 직감적으로 깨달았기 때문이다.
나 또한 이런 사회 분위기 속에서 정신을 똑바로 차리기 힘들었다. 그리고 고심 끝에 한 가지 결론을 내렸다. 다양한 원인이 있겠지만, 책임을 지려고 하지 않는 문화가 사람들을 힘들게 하고 있을 거라고 추측했다. 역설적이게도 무거운 책임을 지지 않으면, 인간은 고통스러워하고 존재의 이유를 찾지 못한다.
인간의 삶은 시시포스와 닮았다. 시시포스는 그리스 신화에서 나오는 이야기다. 시시포스는 제우스를 속인 죄로 지옥에 떨어져 바위를 산 위로 밀어 올리는 벌을 받았다. 그가 밀어 올리는 바위는 꼭대기에 이르면 다시 아래로 굴러 떨어지기 때문에 그는 영원히 같은 일을 되풀이해야 한다. 시시포스와 인간의 삶은 놀랍도록 비슷한 구석이 있다.
당신은 어떤 돌덩이를 밀어 올리고 있는가? 만약 돌덩이(책임)를 방치하고 있다면, 당신은 괴로울 수밖에 없다. 왜 그럴까? 인간은 한 가지 일에 집중하지 않으면, 스스로를 좀먹는 부정적 생각에 빠지기 때문이다. 이를 심리학에서는 부정성 편향이라고 부른다. 인간은 스스로 자기 자신을 인식하는 존재이다. 이런 인지 능력 때문에 문명을 이룩했지만, 정신병이라는 부작용도 따라왔다.
인간의 우울감은 무책임에서 나온다. 인간은 태생적으로 스스로의 존재 이유와 가치를 끊임없이 확인받아야 건강하게 살 수 있다. 인간은 자신이 쓸모 있다는 느낌을 받기 위해 힘들게 일하고 봉사한다. 이런 느낌은 자존감으로 연결된다. 자존감이 높은 사람은 책임감이 투철하다.
인간이 책임을 지려는 마음은 인지능력이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책임이란 무엇일까? 나 자신과 타인의 존재를 명확하게 인지하고 현재와 미래를 대비하며 계획을 짜는 능력이다. 즉 책임은 전략적인 사고방식인 셈이다.
또한 미래를 내다보는 능력이 강할수록 책임감은 높아진다. 시각이 좁고 앞만 보는 사람은 책임감이 결여되어 있다. 즉 책임감은 미래를 계획하고 자신의 무분별한 욕망을 제어하는 동시에 주변 사람을 지키는 능력인 셈이다.
목표와 책임이 없는 삶은 절망과 가깝다. 우리는 돌덩이(책임)를 스스로 밀어 올려야 한다. 산꼭대기에 이르러 돌덩이가 떨어진다면, 다시 내려가 돌덩이를 밀어 올려야 한다. 무거운 책임감을 느낄 때 비로소 인간은 최상의 컨디션으로 삶을 정면으로 맞서 나아갈 수 있다.
책임이 없는 일은 가치가 떨어진다. 책임이 없으면 행복도 존재할 수 없다. 타인이 인정해 주는 목표가 없다면, 긍정적인 감정도 느낄 수 없다. 진정한 목표와 의미는 사회 구성원이 함께 동의하고 인정하는 곳에 있다. 우리는 의미 있는 높은 목표를 찾아 스스로 무거운 책임을 짊어져야 한다. 그래야만 우울의 늪에서 빠져나올 수 있다.
우리는 매일 같은 일상을 보낸다. 똑같은 일을 하면서 지낸다. 목표를 향해 올라가도 어느새 다시 추락한다. 그리고 절망한다. 역설적이게도 이런 반복되고 고된 삶이 우울증을 예방한다. 시시포스처럼 살아야 우리는 진정한 행복에 다다를 수 있다.
단기적이고 충동적인 목표를 버리고
더 큰 목표를 가져라
그것이 모두에게
장기적으로 도움이 되는 행동이다.
- 조던 피터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