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에 글을 왜 써야 하는가?
-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최근에 브런치에서 이런 알람이 왔다.
가끔 브런치에서 글 재촉 알람을 받는다. 2주 넘게 글을 쓰지 않으면 글을 쓰라는 재촉 알림이 오는 것이다. 나는 이 알림을 보고 문득 생각에 빠졌다. " 그렇게 재밌게 하던 브런치를 왜 지금은 소홀히 대하고 있을까? "라고 말이다. 솔직히 흥미를 약간 잃었다.
브런치는 정말 작가에게 매력적인 플랫폼이다. 글쓰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공감할 것이다. 세련되고 우아한 매거진 형식의 글쓰기 플랫폼은 국내에서 브런치가 유일하다. 또한 브런치만큼 글을 쓰기도, 읽기도 좋은 깔끔한 인터페이스를 가진 플랫폼도 없다.
게다가 아무나 글을 쓸 수 없다는 매력적인 기능도 존재한다. 어느 정도 글을 쓸 줄 알아야 브런치라는 블로그를 운영할 수 있다.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는 뜻은 ' 좀 쓴다? '라는 의미와 같을 정도이니 나름 자부심도 있다. 그런데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
바로 보상 시스템이다. 블로그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대부분의 사람들이 ' 보상 '을 원할 것이다. 아무리 열성적인 사람일지라도, 보상이 없는 일에는 흥미를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다. 초창기부터 브런치는 이런 ' 보상 ' 시스템의 부재가 문제점으로 지적되어 왔다.
나는 2년간 브런치에 열성적으로 글을 써왔다. 현재는 대략 500개 정도의 글이 기록되어 있다. 굉장히 소중한 자료라고 여기고 있다. 그 결과 2권의 책을 출판할 수 있었다. 정말 운이 좋았다. 그렇다. 여기서 브런치의 문제점이 등장한다.
브런치는 많은 부분을 운에 의존한다. 잘 생각해 보자. 비교적 최근에 추가된 기능인 ' 후원하기 '를 봐도 그렇다. 독자는 후원하기의 기능을 굳이 사용할 필요가 없다. 또한 후원하기를 통해 무언가를 얻는 것도 아니다. 이는 가치와 재화의 교환이라는 기본적인 비즈니스가 체계가 상실된 구조이다.
그러므로 창작자는 글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얻기 힘들다. 그래서 창작자가 꾸준히 글을 써야 할 동기를 부여받지 못한다. " 브런치의 핵심 콘텐츠는 수익성보다는 ' 책 출간 ' 에 가깝지 않나요? "라는 반문이 들지도 모르겠다.
물론 맞는 말이다. 놀랍게도 나는 브런치의 최대 수혜자이다. 나 또한 브런치를 통해 출간 제안을 받은 사람으로서 브런치가 '작가의 요람'이라는 사실은 부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브런치가 한 단계 성장하기 위해서는 창작자가 계속해서 글을 쓸 수 있는 불씨를 제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진짜 문제는 브런치의 보상 시스템은 창작자가 아니라, 100% 타인에 의해 결정된다는 점이다.
브런치의 핵심 콘텐츠는 2가지가 있다. 첫째가 ' 후원하기 '이고, 둘째가 ' 출간 제안받기 '이다. 현재 극소수의 창작자에게만 ' 멤버십 ' 기능이 열려있다. 하반기부터는 브런치 작가들이 멤버십 기능을 사용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가지고 있지만, 현재는 누구나 쓸 수 없으니, 논외로 하겠다.
브런치의 후원하기, 출간 제안받기는 자신의 콘텐츠가 인정을 받아야 가치가 생산되는 구조이다. 그러나 타인의 인정이라는 것이 모호한 기준이고, 이리저리 쏠리는 갈대와 같아서, 훌륭한 콘텐츠가 조명받는다는 보장이 없다. 그러므로 창작자는 언제나 출판사나 독자에게 글의 가치를 인정받아야 한다.
창작자는 출간 제안이나, 후원이라는 타의적 상황을 염두해도고, 일정하게 글을 써야 한다는 숙제를 감당해야 된다. 즉 브런치의 가치 생산 구조는 ' 나의 능력 ' 이 아니라 ' 타인의 인정 ' 에게 너무 쏠려 있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나는 요즘 브런치에 손이 잘 안 간다. 최소한의 노력만 투자한다. 아직까지는 브런치를 활용하여, 어떤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인간은 목표가 있어야 행동할 수 있다. 그런데 브런치는 구조상 기약 없는 콘텐츠를 계속해서 써야 한다. 무엇을 위해서 써야 하는가? 도대체 어떤 것을 목표로 글쓰기를 멈추지 말아야 하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명확하게 할 수 없다면, 인간은 행동하지 않는다. 그럼 이런 의문이 들지도 모르겠다. " 당신은 꾸준히 브런치를 하고 있지 않나요? 긴 말 하지 말고, 그냥 떠나면 되죠. "라고 말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에게 브런치는 애증의 플랫폼이다.
브런치는 마치 가족과 같은 느낌이 든다. 가족이 나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단호하게 버릴 수 있는가? 사랑하는 사람이 아프다고, 외면할 수 있는가? 나는 그럴 수 없다. 브런치에 예전처럼 꾸준히 글을 쓸 수는 없겠지만, 완전히 떠나지는 않을 것이다.
또한 하반기에 풀리는 ' 멤버십 ' 기능도 기대가 된다. 그래서 일주일에 1회 정도는 글을 쓰려고 한다. 의무적으로는 숙제처럼 글을 쓰지 않을 것이다. 문득 떠오르는 생각이나 영감을 기록해 둘 작정이다.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가 있을 것이다.
당신도 브런치를 해야 되는 이유를 찾고 있는가? 일단 느슨하게 운영해 보자. 부담감을 버리고, 완벽주의를 놓아주자. 그리고 일기를 쓴다는 감각으로 기록해 보자. 그럼 출판사의 눈에 띄어서 책을 출간할 수도 있다. 그 누구도 미래를 예측할 수는 없다.
일단 표현하고, 글을 대중에게 내놓고, 기다리는 것이 더 높은 확률로 성공을 끌어당긴다. 숙제처럼 글을 쓸 필요는 없겠지만, 쓰고 싶은 글이 있다면 브런치에 기록해 보자. 브런치처럼 글쓰기에 좋은 플랫폼도 없다. 기록의 용도로도 브런치는 정말 훌륭한 플랫폼이다.
또한 감성적인 글이나, 에세이를 쓰기에도 좋다. 더 나아가 독자들과 진심 어린 소통도 가능하다. 브런치가 상업적인 측면이 거의 없기에 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브런치는 진심으로 글을 쓰는 사람들만 남아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나는 브런치에 글을 쓰면서 마음을 치유했고, 독자들의 응원으로 다시 일어날 수 있었다.
모두 브런치 덕분이었다. 부실한 보상 시스템만 빼놓는다면, 브런치는 아주 훌륭한 플랫폼이다. 나 자신을 위한 글쓰기를 하는 사람이라면, 브런치를 꾸준히 운영할 이유와 명분은 충분할 것이다. 나도 브런치를 아예 버릴 생각은 없다. 언제나 마음대로 쓰고 싶은 글이 문득 있기 때문이다.
당신도 그래보길 바란다. 브런치는 마치 익숙한 내 방처럼 따뜻하고 아늑하다. 이것만으로도 브런치를 꾸준히 운영할 이유는 충분할 것이다. 당신의 글쓰기 생활을 응원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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