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소비기한을 정할 수는 없습니다.
고백하고 거절당한 뒤로, 세 번 정도 그 사람의 곁에서 떠나려고 결심했지만 그러지 못했습니다. 두 번은 제가 상처받는 게 두려워서 그랬고, 한 번은 어쩌면 제가 주는 도움이 그 사람을 더 안 좋은 방향으로 이끌고 있지 않나 싶은 마음이 들어서 "이제는 그만해야지.."라는 마음을 품고서도 결국 실행하지 못했습니다.
오해의 소지가 없도록 그 사람이 그은 선은 칼 같았습니다. 생각해 보면 이전에도 선은 존재했으나 지금처럼 칼같이 그은 것은 아닐 뿐이었던 것입니다. 그 칼 같은 날카로움에 상처 입으면서도 제가 도와줄 수 있는 것들이 있기에 그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저'를 필요로 할 때 바로 응답할 수 있도록 말입니다.
도움이 필요할 때 연락 오는 것은 괜찮았습니다. 오히려 더 연락 오는 게 반가웠습니다. 그렇지만 평일에만 연락 온다는 점에서, PC로 일하고 있을 때에만 연락이 오고 그 말은 곧 '저'와의 연락 역시 업무의 연장선이라고 느껴졌기에 큰 상처였습니다. 그렇기에 제 연락은 곧 그 사람에게는 업무를 떠올리게 할까 봐 섣불리 연락할 수 없었습니다.
한동안 연락이 안 왔을 때는 많은 생각이 들어 괴롭기도 했지만, 이렇게 멀어지면 되겠구나라며 생각했습니다. 그렇지만 도움을 요청할 틈도 없이 고통받고 있는 그 사람에게서 다시 온 연락은 외면할 수 없었습니다. 비록 해줄 수 있는 게 공감과 위로뿐이어도, 그 사람이 홀로 받는 고통을 조금이라도 나눠줄 수 있길 바랐습니다. 숨 쉴 틈을 만들어주고 싶었습니다.
언젠가 이야기를 하다가 자기에게 올인하지 말라던 그 사람의 말은 좁혀지지 않을 거리감 그 자체였습니다. 알고는 있지만 그래도 좀처럼 정리할 수 없었기에, 조금은 억지를 부려서 워케이션으로 지방을 간다는 그 사람을 따라갔고 이는 제가 그 사람을 위해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나씩 끝내놓고 마음을 정리하기 위한 여정의 첫걸음이었던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