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사람을 만나기란 쉬운 일이 아닙니다.
같은 동네에서 살았고, 책을 좋아하지만 자기계발 서적은 안 좋아하고, 왕좌의 게임 같은 해외 드라마를 좋아한다던 그 사람은 '고상한 취미를 지닌 흥미로운 사람'이었습니다. 카멜레온처럼 다양한 취향을 맞춰오기 지쳤었기 때문에, 진짜 내 취향과 접점이 많은 취향인 그 사람과는 편하게 대화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7년 동안의 비연애결심을 깨고 만나는 사람이 있었기 때문에 특별하게 느껴지진 않았습니다.
조금은 귀찮았습니다. 당연히 있었어야 되는 것은 맞지만, 당장 다 주기에는 버거운 요청사항들은 '정말 다 수용할 수 있는지 보자'라는 마음이 살짝 들었습니다. 그렇지만 정말로 요청했던 것들을 다 확인하고 다음으로 나아가는 모습에, 미리 준비해주지 못해서 미안함마저 느껴졌습니다.
날카로운 시선에 한 번씩 놀랐습니다. 관성처럼 진행되는 과정에서도 논리적인 생각으로 중요한 사항을 꼭 짚고 넘어갔으며, 명쾌한 결과를 향해 목적성 있는 행동으로, 프로세스를 착착 진행하려는 모습은 알아서 도움을 주고 싶어 줄 정도였습니다.
강한 책임감이 있었습니다. 완전히 다른 영역임에도, 주어진 역할을 수행하려고 많은 시간을 할애하여 노력했고, 본인에게 좋은 일은 아닐 테지만 생활보다도 우선시하여 완수하는 책임감은 요새 좀처럼 보기 힘든 것이었습니다.
강한 의지로 나아가고자 하는 그 사람이, 앞을 가로막는 장애물과 홀로 고군분투하던 시간을 지나, '저'도 본격적으로 합류하여 같이 고생했을 때, 힘들지만 재미있었습니다. 당시에는 그냥 일을 하는 게 재미있다고 생각했지만, 돌이켜보면 같이 해결해 가는 그 시간이 좋았던 거 같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때의 즐거움이 만나던 사람과의 이별로 이어진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입니다. 이별의 공허함이 남았지만 그래도 일이 재미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