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님 서버가 터졌습니다!
0(제로)의 영역에서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면 어떤가?
새로운 영역은 언제나 피바다(레드오션)로써 우리의 도전을 기다린다. 그 바다에서 꺼지지 않기 위해서 수면 위 육지로 꾸준히 헤엄치는 것은 어쩌면 불가능해 보인다. 꾸준히 헤엄쳐서 수면 위로 올라오기 위해서는 압도적인 파워를 가진 천적에게 잡아 먹히지 않아야 하는 운도 따라줘야 하고 무엇보다 필사적이고 간절해야 하며 쉬지 않고 헤엄쳐야 한다. 이러한 모습은 사업의 모습과 참 닮아 있다. 특히 레드오션이라고 불리는 온라인 사업과 더욱더 닮아 있다.
수년 전 꼰대들 앞에서 당당히 소리치며 문을 나왔던 그 순간부터 결국 온라인 자체몰을 오픈하고 운영하면서 나는 참 다채로운 경험을 하게 되었었다. 직원 없이 오롯이 나로 시작하여, 디자이너, 고객 서비스 직원, 배송 직원 등등 늘어나는 식구들과, 그들을 책임지기 위해서 꾸준한 기획과 추진력이 필요했고 그 결과, 우리에게는 서버다운, 자체 앱 개발, 소송, 블랙리스트 고객 응대, 인플루언서 마케팅 대성공, SEO 작업 최적화 등 때로는 웃을 일, 때로는 펑펑 울고 싶은 일들도 함께 했고 이러한 일들이 모두 지나갔다. 언제나 그렇듯이 나쁜 일은 한꺼번에 쓰나미처럼 몰려와 감당하기 힘들었던 때도 있었고, 좋은 일이 올 때는 한없이 좋고 그 행복이 유지될 줄만 알았다. 이는 아마존 사업 때도 마찬가지였고, 인생이 늘 비슷하다. 필드만 다를 뿐이다.
그러나 모든 일에는 엔딩이 있는 법. 팀장님 서버가 터졌습니다! 의 연재도 서서히 끝나간다. 그래 지금 이 시점에서 온라인 자체몰을 하면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 언제였을까? 그 순간을 꺼낼 때가 된듯하다. 오늘 브런치의 이 글은 우리의 노력이 결실로 맺은 그날, 직장 상사에게 인정받은 것보다 100배 더 기쁜 고객들로부터 인정받은 그날의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당신의 삶 속에서 기억에 남는 연말은 몇 번이나 있었을까? 나 또한 인생에서 평범했던 수십 번의 연말을 맞이하였지만, 지금도 생생한 그해 연말은 나에게 아니, 우리에게 특별하게 찾아왔다. 매해 연말 티브이에서는 화려한 시상식들이 열리고는 하는데, 시상식이 나의 일이 될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그러나 그해는 달랐다. 한 커뮤니티 그룹에서 10개의 업체를 놓고 투표를 하였다. 평가 항목은 여러 가지가 있었지만, 기본적으로는 10개 업체 중에서 가장 투표를 많이 받아야 가능했고 가격, 고객 서비스, 품질, 웹사이트 편리성 모든 부분이 복합적으로 들어갔다. 나는 이런 이벤트가 열리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그다지 신경 쓰지 않고 시크한 게 매력인 우리 디자이너 제시카처럼 그냥 흘려들었었다. 사실 꿈은 크게 가지되 주제 파악은 해야지... 현실을 직시해야 하는 게 리더의 역할이기도 했으니까 나는 우리 같은 신참내기 스토어가 10년 이상된 경쟁 업체들과 어깨를 나란히 명단을 올린 것만으로도 그냥 감사할 일이었다. 그러나...
어김없이 커피 한잔을 들고 출근한 그날, 나보다 조금 일찍 사무실에 도착해 업무를 점검하고 있던 하이텐션 제니가 내가 입장하자마자 팀장님~~~~~~~~~! 하고 소리치며 달려올 때 그때 뭔가 터졌구나 생각했다. 그 순간 슬로 테이프처럼 순간들이 정지되고, 내 머릿속에는 수많은 생각들이 교차했는데,
"또 서버가 터졌나?"
"악성 고객이 강성 클레임으로 상급자 통화를 원하나?"
"인플루언서 마케팅 때문에 아이템 품절로 재고를 빨리 수급해야 하는 상황인가?"
"개발 앱 하고 온라인 스토어 하고 실시간 재고가 매칭이 안되나?"
"젠장...? 또 소송이라도 들어왔나?"
이런 생각들로 가득 찰 무렵 제니는 계속 나에게 달려오고 있었는데 사실 제니는 좋은 일이든 안 좋은 일이든 항상 밝은 표정과 그녀만의 슈퍼 초 긍정 파워로 나에게 달려왔기 때문에, 무슨 일인지 그녀의 표정만 보고 아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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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장님 저희 상장받았어요! 보세요!" 라며...
제니는 나에게 사진을 보여줬고, 사진 속 시상식 포스팅에는 우리 업체가, 아니 업체보다는 팀이라는 표현이 더 좋겠다. 우리 팀이 1등을 했다는 내용이었고, 수많은 댓글들이 우리가 1등을 해야 하는 것이 당연한다고 평가했다. 그렇게 우리는 9개의 경쟁 업체를 제치고 수만 명이 넘는 커뮤니티에서 연말 시상식 1등을 하여, 해당 커뮤니티가 가장 추천하는 쇼핑몰 웹사이트로 등극하고 새로 가입한 사람들에게 신뢰할 수 있는 사이트라며 자동 추천이 되게끔 된 것이다. (훗날 상패까지 제작해 UPS로 보내줬다)
이는 사실 광고비로 치면 수만 불은 사용해야 가능한 효과라고 볼 수 있었는데, 그러나 이 모든 사건이 광고비 0으로써 가능했던 일이다. 그저 우리가 매 순간 최선을 다하고, 아니 필사적으로 고객 서비스를 했던 제니 덕분에... 그리고 일주일마다 사이트 메인 배너를 바꿔준 시크한 디자이너 제시카 덕분에... 또한 주문이 폭주하여 수백 건을 배송해야 할 때도 늘 침착하게 배송팀을 진두지휘 했던 사이드 때문에...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 모든 것을 지휘했던 나 때문에... 그래 팀워크 때문에! 1등을 했다. 그래서 배우가 대표로 시상식에서 상을 받으면 수상 소감에서 그렇게 주변 사람들 이야기를 하는 것이라는 것을 나는 그해 그렇게 깨닫게 되었다. 자체몰을 운영하면서 그렇게 우리 팀은 성장해갔고, 나 또한 성장해갔다. 이제는 더 이상 오합지졸이 아닌, 업계에서 나름 이름을 날리며 개개인 스카우트 제의가 들어오는 드림팀이 되었다.
그렇게 우리는 확장을 해야 할 때가 오고 있었던 것이다...!
아마존에 내 제품을 판매하건 자체몰을 운영하건 분명히 힘든 때가 오고, 좋은 때가 옵니다. 좋은 때에 기쁨은 만끽하되 너무 자만하지 말고, 내일을 준비하고 힘든 타이밍에는 어떻게? 이 고비를 넘어갈 수 있을지에만 집중하며 앞으로 헤쳐 나아갈 것에 대한 고민을 해서 나아갑니다. 의미 없는 소모성 네거티브는 하지 말고, 어깨에 뽕도 들어갈 필요도 없다는 것을 고객으로부터 상장을 받고 겸손하게 배우게 되었습니다.
0화 - 제로에서 시작해서 결국 서버 터트린 미국 쇼핑몰 이야기!
1화 - 대세는 온라인! 온라인팀 창설하다!
2화 - 오늘부터 온라인 팀 1일 차 팀장
3화 - 재야의 고수를 찾아서! 마젠토의 고수를 찾아라!
4화 - 허세 그득그득한 그랜드 오프닝의 최후!
5화 - 드디어! 첫 주문이 들어오다!
6화 - 트래픽! 을 잡기 위해 출사표를 던지다!
7화 - 이제는 직원이 필요한때! 드림팀을 구성해라!
8화 - 팀장님 서버가 터졌습니다!
9화 - 자체 개발! APP으로 혁신해라!
10화 - 잘 나가던 우리에게 OMG! 소송이 들어오다!
11화 - 반품 악성 고객들을 잡아라!
12화 - 고객들로부터 연말 상장을 받다!
13화 - 장밋빛 미래 속에서의 확장!(다음 편)
14화 - 갑작스러운 이별의 순간들!
15화 - 이제는 팀장이 아닌 대표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