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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표 Feb 20. 2022

갑작스러운 이별의 순간들!

팀장님 서버가 터졌습니다!

저항할 수 없는 새로운 물결이 우리에게 들이닥치다!


 인생을 살다 보면 나의 의지와는 전혀 다르게 저항할 수 없는 변화의 물결이 들이닥치고는 한다. 가령 디지털카메라가 보급되던 시절 후지 필름은 아날로그 카메라를 고집하였지만 결국 시대는 디카의 세대로 넘어갔고, 이러한 흐름은 후지필름에게는 저항할 수 없는 변화의 물결이었던 것이다. 한편 스마트 폰은 어떠한가? 아이폰이 나오기 전 세상, 나오고 이후에 우리의 세상은 변했다. 또한 구글이 구글맵으로 모든 지도를 무료로 제공했을 때 수많은 자동차 내비게이션 회사들이 시장에서 철수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비슷한 변화의 물결이 우리 팀, 회사에 들이닥치고 있었다. 지난 화에서 우리 팀은 더 많은 주문과 성장을 위해서 회사 대표 결정하에 기존 7,000sq의 창고에서 30,000 sq 창고로 이전하는 계획을 실행했고 장소를 구하고 쉘브까지 주문하여 셋업 하였다. 그날의 기억은 육체적으로 매우 고되었지만 그래도 우리 팀이 무에서 유를 이룬 것들이라 희망찼고 인간은 늘 그렇지만 희망이 있으면 육체적인 피로쯤이야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들이 이 공을 가로채기 전까지는...


하이에나 떼는 언제나 암사자의 사냥한 먹잇감을 노린다!


 누구나 마찬가지이겠지만, 나의 유년시절 기억은 항상 아름답지는 않았었다. 부모님의 잦은 부부싸움과 거리가 먼 등하굣길에서 고생했던 기억 등 어린 나에게 그저 유토피아 같은 시간들은 아니었다. 그러나 이런 기억들 속에서도 항상 힐링이 되었던 나만의 케렌시아는 있었는데... 방과 후 집까지 30-40분 되는 거리를 걸어서 하교를 하고 나면 오후 5-6시가 되던 때 TV 재방송으로 보던 동물의 왕국 다큐멘터리는 늘 나를 힐링시켜주었다. 성우의 목소리가 따듯해서 좋았고, 광활한 자연을 보고 있노라면 내 꿈도 커지고 가슴이 뻥 뚫리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렇게 즐겨보던 동물의 왕국에서는 초등학생이었던 나의 미간에 주름지게 하던 장면들이 종종 있었는데 그건 바로 암사자가 힘들게 사냥한 먹잇감을 약탈하려는 하이에나 떼였다. 그들은 절대적 강자 수사자가 오면 영락없이 도망가지만 그전까지는 암사자의 노력의 결실! 먹잇감을 떼로 달려들어 약탈하려고만 하였다. 남의 노력을 그렇게 훔쳐가려는 하이에나 떼의 모습에 어린 시절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렇게 나의 노력을 하이에나 떼들은 뺏어가려 했다. 하이에나 떼였던 식품 사업부에서 이 장소를 그대로 활용하고자 했다. 식품 사업부에서도 그간 공간을 찾기 위해 노력했지만 마땅한 공간이 없었기에 확장을 하지 못했는데 우리 때문에 마련한 이 공간을 식품 사업부에서 그대로 훔쳐가려 했다. 그들은 하이에나 떼처럼 달려들었으며, 거칠고 모질게 회사의 대표에게 어필해나가기 시작했다. 온라인 쇼핑몰에 대한 온갖 나쁜 이야기들을 해댔으며, 나에 대한 가짜 뉴스와, 중상모략 등을 펼치며 결국은 식품 사업부가 더 많은 이익을 가져다 줄거라는둥 결국 온라인 사업분야에서 투자금을 빼서 식품 사업 쪽에 올인하여 식품 사업분야를 확장해야 한다고 했다.


 회사의 대표는 나이가 좀 있고 온라인 사업분야를 잘 몰랐기 때문에 식품 사업부에 훨씬 힘을 실어주었고 결국 그들의 바람대로 식품 사업부에서 해당 공간을 활용하기로 했고, 그 공간을 기준으로 더 많은 회사의 자본을 식품에 투자하여 확장을 도모했다. 그렇기 위해서는 온라인 사업분야 철수를 주장했다. 어차피 더 이상 확장할 수 없다면 철수하고 그 자금을 모두 식품 쪽에 투자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훗날 이 판단 미스의 결정이 어떠한 후폭풍을 돌이킬지 모른채(코로나19로 인하여 온라인 쇼핑몰들 떡상)


이런 암울한 상황이 이어지는 어느 날 회사의 대표는 나를 그의 방으로 불러 이런 상황을 이해해달라고 하면서 나에게 온라인 사업의 눈부신 성장은 인정하지만 자금을 식품과 뷰티 쪽에 모두 투자할 수는 없으므로 식품에 투자하기로 결정했으니 아쉽겠지만 정리해야 한다고 했다. 그말을 듣는 순간 나의 두눈에서는 뜨거운 눈물이 흘렀다. 내 노력으로 쌓은 이 성이 무너지는 것도 눈물이 났지만 그 성안에 살고 있던 우리 팀이 떠올랐다. 초강성 클레임에도 언제나 웃음으로 고객을 담당했던 초긍정 제니와, 표정은 너무나 차갑지만 츤데레 같은 성격의 소유자 디자이너 제시카와 배송팀을 혼자 시작해서 수천박스를 이미 배송하고 이제는 팀장까지 하고 있던 사이드씨 모두 내가 키운 사람들이었다. 그간의 우여곡절이 참 많았다. 새로운 공간에서 새로운 꿈을 펼칠것을 기대하던 그들의 활짝 웃던 지난날들의 표정이 주마등처럼 내 앞에 지나갔다. 나는 이 모든 상황을 대표에게 설명할 수는 없었고, 회사가 이미 내린 결정이므로 그 결정을 따르고 대신에 나도 퇴사를 하기로 결정했고 대표에게 그대로 전달했다.


갑작스러운 이별의 순간들!


 하이에나 떼한테 우리의 꿈은 약탈당했다. 그렇게 우리는 주변정리를 하면서 브랜드 홈페이지와 특히 활발했던 페이스북에 우리의 작별의 순간을 고했다. 마지막 소식을 올릴때 우리는 다같이 모여 제니의 클릭만을 기다렸다. 그녀의 클릭이후에 몇분도 채되지 않아서 수십개이상의 댓글들이 작별을 고한 포스팅에 쌓이기 시작햇다. 우리 브랜드를 사랑했던 고객들은 우리를 인정해주었다. 뜨거웠다. 내 생에 그렇게 뜨거운 댓글들을 받아본적이 있었던가? 아래 이미지들은 우리 브랜드를 사랑했던 그들이 우리의 작별 뉴스를 듣고 남긴 따듯하고 진심어린 코멘트들이다.

우리 브랜드의 마지막 포스팅
우리 브랜드를 사랑했던 고객의 피드백
우리 브랜드를 사랑했던 고객들의 피드백
우리 브랜드를 사랑했던 고객들의 피드백
우리 브랜드를 사랑했던 고객들의 피드백

 이외에도 몇페이지나 더 되는 고객들의 댓글들이 우리를 눈물 바다로 만들었다. 시간이 흐른 지금 글을 작성하면서 다시봐도 그때의 뜨거웠던 순간들이 생각나며, 내 두눈에 눈물이 흐르게 한다. 그래. 우리 팀은 열심히 일했고, 성과를 내었고, 팀을 키웠지만, 이렇게 정리되었다. 이 상황이 우리에게는 저항할 수 없던 변화의 물결이였다. 지금에서야 생각해보면 결과적으로 이러한 경험들은 나에게 눈부신 성장을 가져다 주었는데, 자체 브랜드 몰을 키우고, 고객들을 우리 브랜드에 홀리게 하여 충성고객들로 키운 이 특별하고 유니크한 경험이 이커머스 분야에 있어서 가짜 전문가와 진짜 전문가를 구별할 수 있는 제 3의 시야를 갖는 눈을 나에게 장착 시켜 주었다. 언젠가는 어떻게 해야 미국에서 자체몰을 키울 수 있는지에 대한 노하우도 한번 천천히 올려볼 수도 있겠다. 아마도...?


 결국 회사는 온라인 쇼핑몰을 닫았지만 6개월도 지나지 않아서 코로나19가 터지면서 식품쪽은 확장 자체를 하지 못했고 온라인 쇼핑몰에 대한 수요가 폭발하게 되면서...대표는 그당시 온라인 쇼핑몰을 닫은것을 땅을 치고 후회했습니다. 그럴수 밖에 없었겟죠...모든 것이 온라인으로 바뀌었으니까요. 이게 거역할 수 없는 변화의 물결이 되어 그들에게 들이닥친것입니다. 후회는 언제해도 항상 늦은 법입니다. '팀장님 서버가 터졌습니다'도 이제 마지막화를 앞두고 있습니다. 정말 제로에서 시작해서 하나둘 성장해나고 여기까지 오면서 많은 일들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편 마지막화로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0화 - 제로에서 시작해서 결국 서버 터트린 미국 쇼핑몰 이야기!

1화 - 대세는 온라인! 온라인팀 창설하다!

2화 - 오늘부터 온라인 팀 1일 차 팀장

3화 - 재야의 고수를 찾아서! 마젠토의 고수를 찾아라!

4화 - 허세 그득그득한 그랜드 오프닝의 최후!

5화 - 드디어! 첫 주문이 들어오다!

6화 - 트래픽! 을 잡기 위해 출사표를 던지다!

7화 - 이제는 직원이 필요한때! 드림팀을 구성해라!

8화 - 팀장님 서버가 터졌습니다!

9화 - 자체 개발! APP으로 혁신해라! 

10화 - 잘 나가던 우리에게 OMG! 소송이 들어오다!

11화 - 반품 악성 고객들을 잡아라!

12화 - 고객들로부터 연말 상장을 받다!

13화 - 장밋빛 미래 속에서의 확장!

14화 - 갑작스러운 이별의 순간들!


15화 - 이제는 팀장이 아닌 대표로서(다음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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