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대에 태어난 아마존의 제프 베이조스 창업자나 1970년대생 테슬라의 CEO 일론 머스크가 <스타트렉>을 보면서 미래를 그렸다면 밀레니얼 Z세대로 미래의 제프 베이조스나 일론 머스크가 될 창의력과 사업성을 갖춘 인재들은 넷플릭스 드라마를 보면서 미래를 그리며 자신의 꿈을 키워 갑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영국의 채널 V라는 업체가 제작한 미래를 배경으로 한 디스토피아 시리즈 <블랙 미러>입니다. 2011년에 첫 번째 시리즈가 탄생해 2019년 시리즈 5까지 등장한 이 SF물에는 수많은 IT 사업가와 SF 작가들에게 감동을 주고 흥분시킨 명작이 즐비합니다.
총 22편의 <블랙 미러> 시리즈 중 대부분 내용은 게임과 가상현실 그리고 SNS입니다. SNS와 가상현실을 합치면 바로 메타버스죠. <블랙 미러>는 대중화되기 이전부터 메타버스에 주목해 이를 다양한 각도로 조명한 작품을 선보였습니다. 시리즈 5에 포함된 ‘레이철, 잭, 애슐리 투’는 SM을 비롯,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체에 무척 영감을 많이 준 작품입니다.
이 시리즈에 등장하는 미래는 두 가지 측면에서 엔터테인먼트 업계를 흥분시켰습니다. 바로 인기 가수 애슐리의 음성과 행동 등의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인공지능 인형 ‘애슐리 투(2)’라는 상품입니다. 중국의 AI 업체가 실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음성 데이터를 바탕으로 트럼프가 중국어로 인사하는 장면을 연출한 적이 있지만 실제 한 사람의 목소리와 똑같은 방식으로 인간과 자연스럽게 대화할 수 있는 인공지능은 아직 등장하지 않았습니다. 사실 그러기 위해서는 튜링 테스트를 통과하는 인공지능의 등장이 필수적입니다. 지금까지는 대화를 하면서 10분도 인간을 속일 수 있는 인공지능이 발명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시리즈에는 그 기술이 구현되면 어떻게 될지, 즉 가까운 미래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인간은 무엇을 가장 먼저 만들까요? 친구겠죠. 특히 친구가 중요하면서도 역설적으로 친구를 제대로 사귀기 힘들어하는 많은 10대들에게 사회성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아는 부모들이 아낌없이 돈을 쓸 겁니다.
이 드라마의 주인공은 어머니가 죽고 아버지, 언니와 함께 사는 여고생입니다. 언니는 어머니가 즐겨 듣던 1990년대 록 음악을 들으며 어머니의 기억과 추억에 갇힌 현실을 선택하지만 동생은 당시 최고 인기를 구가하는 여자 아이돌의 음악을 여느 청소년처럼 즐깁니다. 그러다 인공지능 친구(2017년도 노벨 문학상을 받은 가즈오 이시구로의 최신작 『클라라와 태양』이 바로 이 인공지능 친구를 주인공으로 등장시키고 있죠)가 가장 사랑하는 여자 가수의 목소리를 빌려 탄생했다는 소식을 듣자 아버지에게 생일 선물로 사 달라고 조릅니다. 생쥐를 이용해 실험을 하는 뇌과학자인 아버지는 막내딸의 소원을 들어주죠.
어머니의 죽음 이후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던 주인공은 친구를 만나 아주 행복하게 학교생활을 하며 축제에서는 인공지능 애슐리 2의 도움을 받아 멋지게 립싱크를 합니다. 드라마는 팬의 삶과 가수의 삶을 나란히 병치해서 보여 줍니다. 애슐리의 삶은 여주인공 레이철의 삶과 여러모로 비슷합니다. 애슐리는 교통사고로 부모가 죽고 매니저인 고모를 어머니이자 아버지처럼 여기며 가수 생활을 하죠. 그러나 돈밖에 모르는 매니저인 고모는 자신을 오로지 돈을 버는 수단으로만 생각하며 그야말로 착취합니다. 정신적으로 고갈되고 창의성이 말라 버린 애슐리는 은퇴라는 마지막 수단으로 저항하려고 하고 이를 자신의 돈벌이에 중대한 방해물로 생각한 고모는 애슐리에게 식물인간이라는 극약처방을 합니다. 스타의 몸은 사라지지만 그녀가 남긴 수많은 데이터를 모아서 애슐리의 목소리와 똑같은 인공지능으로 새 앨범을 출시하죠. 식물인간 상태에서도 인간의 뇌는 부분적으로 활동한다는 것은 과학적 사실입니다. 드라마는 상상력을 확대해 애슐리의 두뇌를 스캔해서 애슐리의 두뇌 중 창의성의 영역을 바탕으로 한 신곡들을 선보이죠. 아직은 기술적으로 불가능하지만 이 기술이 가능해지면 가수는 영원불멸할 수 있습니다. 죽어서도 계속 앨범을 내놓고 메타버스의 아바타 등으로 다양한 방식으로 팬들과 만날 수 있죠.
여기서 엔터테인먼트 업체들이 두 번째로 공감할 사업 아이템이 등장합니다. 바로 모션 픽처 기술로 모델이 춤을 추고 홀로그램 기술로 재현된 애슐리의 가상 이미지가 춤을 추는 라이브를 선보이는 거죠. 이 라이브는 확대와 축소가 가능하기 때문에 무대 중앙에서 애슐리의 크기를 확대할 경우 관객석 뒤편에서도 자세하게 볼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이럴 경우 콘서트 티켓을 모두 비싸게 받아 수입을 더욱 높일 수 있는 장점이 생기죠. 드라마는 뇌과학자인 아버지의 장비를 활용해 두 자매가 식물인간 상태의 애슐리 뇌와 인공지능의 뇌를 마치 예전의 PDA처럼 서로 동기화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애슐리의 인형과 두 자매의 협업으로 고모의 음모를 막고 애슐리는 매너리즘을 느낀 댄스 음악을 버리고 두 자매 중 언니가 좋아하는 록커로 변신하는 장면으로 막을 내립니다.
저는 이 드라마를 보면서 코스닥에 상장된 엔터테인먼트 업체 디어유가 떠올랐습니다. 디어유는 SM의 자회사로 2022년 8월 현재 시가총액이 7769억 원으로 코스닥 전체 시가총액 기준 77위입니다. 디어유의 수익 모델은 바로 인공지능 아이돌과 카카오톡 형태의 메신저를 주고받을 수 있는 ‘버블’이라는 서비스입니다. 아티스트당 월 4,500원(만약 9인조 그룹을 좋아한다면 한 달에 4만 원을 써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의 유료 사용료를 내고 이 메신저를 이용하는 고객이 무려 120만 명입니다. 서비스를 시작한 지 2년 정도밖에 되지 않는 벤처지만 이미 영업이익만 150억 원이 나올 정도로 수익 모델이 탄탄합니다. 역시 K팝의 영향력이 대단하죠. 놀라운 사실은 이 서비스의 남녀 비율입니다. 아마 10대와 20대가 대부분일 텐데 97 대 3으로 여성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습니다. 통계상 여성들은 자신이 10대 때 좋아하는 아티스트들을 평생 좋아할 가능성이 큽니다. 즉 지금 10대인 디어유의 소비자는 20대는 물론 30대, 40대, 50대에도 이 서비스를 돈 내고 이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이죠.
메신저로 실시간 대화는 당연히 불가능하고요, 팬은 미리 가수들이 만든 메시지, 예를 들면 “날씨가 너무 춥네요. 오늘 따뜻하게 입고 나가세요.”라는 메시지를 받습니다. 팬의 닉네임을 부르면서 “00야, 밥 먹었어?”라고 메시지를 보내기도 하죠. 항간에는 AI가 만든 메시지라는 소문도 돌지만 업체는 부인합니다. 이게 발전되면 <블랙 미러>의 애슐리가 되는 겁니다. 디어유는 상장 당시 공모주 청약에서 1,598 대 1을 기록했고 전체 증거금이 17조 원을 돌파하기도 했습니다. 현재 주가 추세라면 모 기업인 SM의 시총을 조만간 능가할 가능성이 크죠. 디어유 같은 팬과 아티스트가 소통하는 채팅 서비스는 대한민국이 최초라고 하니 IT와 ET가 만난 K컬처의 위력은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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