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에 대한 편견 가지기-2

캐나다 의료 시스템

by 진 엘리

캐나다에 대해서 교과서에서 알려주는 부분이 아닌, 그 이면을 알고 이해하고 싶은 이들에게 추천합니다.


10 년 이상 살다 보니, 교과서나 일반교양 도서에서 알려주던 것과 많이 다른 캐나다를 접하면서 문화적 충격도 경험하고, 그 문화적인 차이로 인해 오해를 사기도 했다. 이 책은 어쩜 제목에서 말했듯 캐나다에 대한 편견을 가질 수도 있고, 주 내용이 캐나다 험담이 될 것 같다. 캐나다는 주마다 문화와 환경이 다르고, 그 주에서도 각 지역에 따라 저마다의 문화가 다르다. 내가 살고 있는 캐나다 BC주 광역 Vancouver 지역 이야기이다. 이 책은 나의 개인적인 경험과 생각이고, 이 책 내용으로 캐나다를 일반화한다면 큰 오류를 일으킬 것이다. 다만, 캐나다에 처음 와서 캐나다에 대해 실망해도, 이것도 캐나다의 한 부분이라고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면 그걸로 만족한다.


2. 캐나다 의료는 기다림의 연속이다.


얼마 전 한국에서 한 청년이 의료비 이천만 원을 병원에 지급하고, 더 이상 병원비 감당이 어려워 중풍이 오신 아버지를 집에서 모시다 방치하여 돌아가시게 했다는 이유로 4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는 뉴스를 보게 되었다. 이 뉴스를 보면서 마음이 울적했다. 캐나다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면, 그 청년을 비난하기보다는 뉴스에서 복지정책 관련 고위급 인사들을 인터뷰해서 이런 일이 발생한 이유를 따져 묻고 제발 방지를 위해 너희는 무엇을 할 것인지를 추궁할 것이다. 물론, 노인 방치도 학대에 해당되어 중형에 처하지만, 그건 아예 병원도 보내지 않고 방치했을 때를 말하는 것이다. 돈이 없어 치료를 하지 못한 것을 방치로 죄를 묻지는 않는다, 캐나다 의료와 복지는 병든 노인이 돈이 없어 병원에 가지 못하고, 돈이 없어 굶어 죽게 내버려 두지는 않기 때문이다. 자식들이 부모의 노후를 책임질 필요도 없다. 누구도 부모의 노후를 책임지지 않느냐고 자식을 비난하지 않기 때문이다. 노인들도 자신의 노후를 자식들에게 묻기보다는 내가 젊어서 열심히 일해서 세금 냈으니, 이제 늙은 나를 돌보는 것은 정부와 나라의 책임이라고 당당하게 주장한다. 이 글을 쓴 계기는 그 청년의 사연을 듣고 나서다. 다시 말하지만, 캐나다는 주마다 시스템이 달라, 나의 이야기가 캐나다 전체를 다룬다고 말할 수 없다. 의료 복지는 주정부의 몫이지 연방정부의 몫이 아니기 때문에 캐나다 정부가 아무리 이렇게 하라고 해도, 주정부가 거부하면 다시 제자리이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살다가 캐나다로 오면 느린 의료 시스템에 놀란다. 가정의 (family doctor)가 있으면, 예약해서 만나지만 그나마 예약이 어려운 경우도 많다. 가정의가 없으면, 워크인 클리닉 (walk-in clinic)이라는 곳으로 가면 되지만, 일정 환자 이상 수용하지 않기 때문에 아침 일찍 문 여는 시간보다 빨리 가서 줄을 서야 한다. 오후에 가려고 하면, 오늘은 환자 예약이 이미 끝났다고 한다. 가정의가 진료 후, 이상이 있다 싶으면, 정밀 검사를 의뢰하고, 전문의에게 의뢰한다. 그 검사도 언제 연락이 올지 기약 없다. 기다리다 잊어 먹을만하면, 연락이 온다. 전문의 만나기를 기다리다 문제가 해결되는 경우도 있다. 한국처럼 내과에 가면, 진료하고 피검사하고 엑스레이 찍고 등등 한 번에 다할 수 있는 시스템이 캐나다에는 없다. 딸의 경우를 예로 들면, 처음에 가정의를 만났다. MRI 의뢰한 것 9개월, 소아과 전문의 의뢰한 것은 6개월이 걸렸다. 그리고, 그 소아과 선생님이 안과 전문의에게 의뢰했는데 그건 거의 1년을 기다렸다. 딸이 말하길, 기다리다 병이 낫던지 죽던지 하겠다고 투덜거렸다. 큰 딸은 스케이트 타다 턱이 약간 찢어져 응급실로 갔다. 그날이 하필 휴일 저녁이라 문 연 곳이 응급실 밖에 없어서이다. 6시에 등록해서 11시에 찢어진 부위를 봉합할 수 있었다. 캐나다 의료는 이처럼 기다림의 연속이다.

하지만, 늘 그렇지는 않다. 의사가 판단해서 응급이라고 판단하면 모든 기다림의 줄을 뛰어넘는다. 지인 분이 유방암 검사가 끝나자마자, 검사하신 분이 지금 당장 전문의를 만나야 한다고 바로 시간을 잡아 주셨다고 한다. 그 이후로는 모든 순서를 뛰어넘어 가장 우선으로 수술하고 치료받으셨다고 한다. 이처럼, 전문 의료진이 판단해 응급이라고 판단하면 가장 우선순위로 진료받고 치료받게 해 준다. 캐나다는 병원 치료는 모두 무료이다. 하지만 약의 경우는 주마다 다르다. BC 주의 경우, 약값은 개인 보험이 없으면, 굉장히 비싸다. 입원 치료의 경우 모든 것이 무료이다. 입원 중에 먹는 약도 무료이다. 무료이기 때문에 입원 환자를 어떻게 해서라도 빨리 퇴원시키려고 한다. 단 예외는 있다. 의사가 허락하지 않으면 퇴원할 수 없다. 예를 들어, 노인 환자가 집에서 넘어져서 다쳐서 병원에 입원했는데, 다친 이유가 집에 혼자 있다가 다친 경우라면, 가족들이 보살피거나 간병하는 분을 고용하는 등 개선책을 내놓지 않으면 퇴원시켜 주지 않는다. 도저히 보살필 수 없으면, 요양원이나 양로원을 연결해 준다. 모든 문제가 해결되면 의사가 퇴원을 허락한다.

간병인 비용도 무료이다. 병원에서 고용한 간병인이 있다. 올봄 아버지가 병원에 입원해서 치료받으셨는데, 두 달 치료에 병원비 천만 원 (급여와 비급여 합해서)에 간병비 380만 원이 나왔다. 이 청구서를 보며 한국 의료도 만만치 않다는 걸 느꼈다. 그 만한 능력이 없으면, 다리를 다쳐도 병원에 입원도 못한다는 말인지.... 그리고, 간병인이 없으면 안 된다고 다그치며 가족이 24시간 붙어 있던지 간병인 부르라니,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지는 경우인 것 같다.


앞서 이야기했던 청년이 캐나다에 있었다면, 환자가 중풍으로 병원 응급실에 실려가자 마자 모든 치료비는 국가가 부담하고, 치료 후 의사가 집에서는 돌봄이 어렵다 판단하면 사회 복지사를 연결하고, 그 사회 복지사가 국가가 비용을 부담하는 요양원으로 환자를 연결해 주었을 것이다.


캐나다 의료는 기다림의 연속이지만, 응급 사항이나 위급 사항이 생길 시 신속하게 치료받을 것임을 알기에 기다림을 받아들이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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