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보험이야기
캐나다 약국에 근무하면 한국과는 다른 보험 체계 때문에 힘들 때가 간혹 있다. 한국은 보험이 국민 건강 보험 하나이지만, 캐나다는 주정부마다 보험 체계가 다르고, 각 개인에 따라 가입된 사보험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 보험에 대해서는 한국 약사 면허를 캐나다 약사 면허로 전환하는 과정 중인 시험 문제에도 출제되지 않기 때문에 책을 보며 따로 공부를 하던지 현장에서 몸으로 부딪치며 배워야 한다. 이 보험이 돈 문제와 관련되다 보니 환자들도 예민해진다. 왜 내가 사보험이 있는데, 약값을 내야 하는지 실랑이가 흔히 벌어진다. 환자가 약국에 처방전을 가지고 오면, 컴퓨터로 처방을 입력하고, 환자의 알레르기, 병력, 복용 악물 등을 체크하고 나면, 파마 케어 (비씨 주의 경우 주정부 약가 보험 이름, 주마다 이름이 다르다)에서 얼마나 보험 적용되는지 확인 후, 환자가 사보험이 있다면, 그 사보험이 한 번 더 커버한다. 사보험은 주로 환자가 직장이 있으면, 그 직장에서 직원 복지의 일환으로 가입해 주는 것이다. 보험 적용 정도가 사람마다 다르고 직장마다 다르기 때문에 약국의 약사는 알 길이 없다. 환자가 본인 보험 약관을 보고 알고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내가 근무했던 약국의 직장 건강 보험의 조건은 약 조제의 경우, 내가 근무하고 있는 약국에서 조제 시 100% 커버해주고, 그 외 약국에서는 10%를 내가 부담해야 했다. 치과 치료인 경우 본인 부담금 30%, 안경 구매 시 연간 $400 지원 등등... 한국과 달리 안경 구매, 의료 장비 (당뇨검사에 필요한 소모품 등)와 교정 치료도 일정 부분 지원 (18세 미만 자녀 대상 일생에 한 번 일정 금액) 해 준다. 보험 조건이 해마다 갱신되기 때문에 연말이 되면 약국이 바쁘다. 보험 적용이 남은 환자들이 새로운 해가 시작되기 전에 남아 있는 보험을 사용하고자 하기 때문이다.
직장 보험은 개인 기업이 하는 보험이다 보니, 보험 비용 절감에 혈안이 되어 있다. 파마 케어가 지원하지 않는 약은 (1차 치료제가 아닌 경우, 보통 고가약이 이에 속한다) 사보험도 커버하지 않는다. 이 약에 대한 보험을 지원받기 위해서는 의사가 이 환자의 치료를 위해서는 이 약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파마 케어에 보고하여야 한다. 이 마저도 6개월마다 갱신하여야 한다. 또 환자가 주정부 보험으로 (보통 저소득층이 해당) 커버가 된다면 모든 보험 적용은 주정부 보험을 소진 후 개시된다. 부부가 각자 직장 보험이 있다면, 생년월일에서 월이 빠른 사람의 보험 먼저 적용한다.
약국에서 보험을 적용받기 위해 환자가 보험 카드를 가지고 오는데, 이 카드 내용 또한 보험 회사마다 다르다. 처음 약국 근무 시 이 체계를 몰라 당황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뭔가 조금이라도 틀리면 바로 클레임을 거절하기 때문이다. 경험 많은 약사님들은 문제가 무엇인지 금방 찾아 내시지만, 찾지 못하면, 보험 회사에 전화를 걸어서 알아내야 하는데, 이 전화가 또 연결되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약국 전용 회선은 그나마 일반 회선보다 빠르지만, 그래도 캐나다 아닌가.. 전화 연결되기는 기다림의 연속이다.
환자가 처방전 리필을 너무 빨리 하면, 역시 클레임 거절된다. 최소한 기간을 두고 리필을 해야 하는데, 이 또한, 사보험 회시마다 기간이 다른다. G라는 회사가 제일 빡빡하다고 알려져 있다. 조제일 80%가 지나지 않았으면 무조건 거절이라고 한다.
간혹 근무 회사가 약국과 계약을 맺어서 그 보험에 가입된 환자들에게는 조제료를 일정 금액만 받게 한다.
그러한 계약 관계에 있는 보험에 가입된 환자는 다른 약국을 가게 되면 자신의 부담금이 커지게 된다.
조제료도 한국처럼 일정하지 않고 약국마다 다르다. 참고로 캐나다에서 조제료가 가장 싼 약국은 'C'약국이다. 단, C라는 약국에 오는 환자들에게 조제료는 같아야 한다. 나와 친한 환자는 적게 받고 미워하는 환자는 비싸게 받고 할 수 없다.
집안에 약값이 많이 드는 질환이 있는 가족을 둔 경우, 이 보험 때문에 직장을 바꾸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한 번은 남편분이 아내의 약을 조제하는데, 고가의 약이었다. 정기적으로 복용하여야 하는 약이었다. 그분이 약국에 전화를 하셔서 자신이 가진 2가지 보험을 어떻게 사용해서 약값을 커버해야 하는지 알려 주셨다. 그리고, 그 순서가 틀려지면 아내의 약값 커버가 엉망이 되고 본인 부담금이 커지기 때문에 커버되는 순서를 반드시 지켜달라고 신신당부했다.
복잡한 보험에 대해 미처 다루지 못한 많은 부분이 있음을 알리고 싶다.
한국처럼 단순한 건강보험이 전 세게에 얼마나 있을지 모르겠다. 좋은 제도니 만큼 그 혜택이 정말 필요한 환자, 특히 고가의 약이 정말 필요한 환자들에게 가기를 바란다. 아무리 좋은 제도일지라도 바르게 쓰이지 않는다면 그 장점은 희미해져 갈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