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약국 이야기

2. 나도 가끔은 한국어를 알아듣지 못하듯

by 진 엘리
캐나다 국기와 비씨주를 상징하는 깃발이 보인다.

캐나다 약국에서 근무를 시작할 때도 아니 지금도 그렇지만, 무엇보다도 영어에 대한 두려움이 가장 크다. 환자의 원하는 바를 알아들어야 하고, 그 원하는 바에 대한 정확한 답변을 영어로 해야 하는 것 가장 큰 스트레스이다. 간혹 환자들 중에는 너 내가 하는 말 못 알아듣는 것 같다고 하는 이도 있다. 이런 소리 몇 번 듣다 보면 영어 공부 열심히 해야지 하는 마음이 저절로 생긴다. 영어를 잘한다는 건 과연 무엇일까? 미국 영화에 나오는 배우처럼 혀를 굴리고 빨리 말을 해야 잘하는 것일까? 아니 영어를 잘하고 못하고의 차이는 자신감의 차이인 것 같다. 확신을 가지고 정확하게 또박또박 말하면 어느 누구도 영어 못한다고 하지 않는 것 같다. 나의 경험으로도 환자의 말을 듣는 도중 잠시 딴생각 중이었던 건데 자기 말을 못 알아 들었다고 한다. 알아듣고 있는데 그러면 정말 억울하다. 아마 내 표정이 달라져 그렇게 생각한 듯하다.

캐나다는 환자들이 의사를 만나기 어렵다 보니 환자가 요구하면 의사가 약국에 전화로 처방을 전달한다. 일명 verbal prescription (구두 처방)이다. 약국 근무 중에는 약사가 직접 의사로부터 처방을 받는데 (이 업무는 반드시 약사가 하여야 한다.) 근무 시간이 아니면 의사가 음성 메시지로 처방을 남겨 놓는다. 이걸 듣고 약사가 다시 처방전을 작성한다. 이때 약사는 이 처방전이 의사가 구두로 보낸 처방전임을 알 수 있게 한다.

약국에 출근 후 음성 사서함을 틀었더니, 의사가 항생제을 처방했다. 몇 번이고 반복해도 모든 내용을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나의 영어에 한계를 느끼며 교대 약사가 출근했을 때 (교대 근무지만, 2-3시간 정도는 함께 근무한다) 구두 처방 이야기를 하고 네가 한 번 들어 보라고 했다. 그 약사는 백인의 원어민이니 내가 못 알아들은 처방을 알아 들었을 거라는 생각에서였다. 얼마 후 환자가 약을 찾으러 온다고 전화를 했다. 그 약사는 환자에게 의사가 정확하게 말을 하지 않아 어떤 항생제를 처방했는지 알 수 없어 지금 약 조제는 어렵고 다시 한번 더 의사에게 요구하라고 했다. 그러면 자신은 조제가 가능하다고 했다. '아 내가 듣지 못한 것은 영어 원어민도 듣지 못했구나. 이건 나의 영어 실력의 문제가 아니라 그 의사의 발음과 말하는 속도의 문제였구나'

한국말도 특히 전화 대화인 경우 알아듣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말이 빠르거나 발음이 부정확하거나 여러 이유로 한국말을 알아듣지 못하지 않는가? 우리도 가끔은 한국말임에도 다 이해하지 못하듯 영어라고 다르지는 않겠지... 영어에 주눅 들지 말고 자신감을 갖자. 캐나다에서 살아남는 영어는 실력 더하기 자신감이라고 생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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