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약국 이야기

1. 평범한 약사의 하루

by 진 엘리
약사회 등록카드. 이 카드를 매년 재발행해야 한다.

다른 약사님들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약국에서의 나의 하루를 이야기해 보려 한다. 우선 아침에 출근하면 약사가 반드시 약국 문을 열어야 한다. 약사가 없으면 약국을 열어 환자를 상대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약사는 반드시 다른 직원들보다 빨리 출근해야 한다. 약국 셔터를 열고, 알람을 해지하고 컴퓨터를 켠다. 컴퓨터가 정상 작동해야 pharmanet (파마넷)이라는 정부 프로그램을 조회할 수 있다 여기에 조회가 안되면 약 조제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음, 각 냉장고의 온도를 체크해야 한다. 약을 보관하는 냉장고이므로 적어도 하루 2번 출근 후, 퇴근 전 반드시 온도를 체크하고 기록하여야 한다. 조제대 위에 간혹 전날 근무한 약사가 남겨 놓은 메모 같은 것이 있을 수 있다. 이런 일을 남겨 놓지 않고 가는 약사가 고맙고 훌륭한 약사이다. 자기가 근무하는 날 최대한 일을 처리해 주어야지 일거리를 남겨 놓으면 어느 약사도 좋아하지 않는다. 물론, 처방전에 의문점이 있어 의사에게 팩스를 보낸 경우는 어쩔 수 없다. 팩스 대답을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다. 캐나다는 처방전에 의문 사항이 생겨 의사에게 연락을 취할 경우 전화로 바로 답을 받기는 어렵다고 보아야 한다. 클리닉에 전화를 해도 팩스를 보내라고 한다. 한 의사가 한 클리닉에서 진료하지 않기 때문이다. 어떤 경우에는 한 달에 2-3일 근무하는 의사도 있다. 그래서 반드시 팩스를 보내서 내가 의사에게 연락을 취했다는 증거를 약사도 클리닉도 남기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최대한 그날의 일은 끝낸다는 마음으로 일하다 보면, 퇴근 시간이다. 캐나다에서 약사는 노조가 없다. 즉, 근무환경이 좋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의미이다. 간혹, 약국 보조원 없이 약사 혼자 약국을 커버해야 하는 시간도 있다. 회사가 인건비를 줄이려 보조원을 두는 시간을 최소한으로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큰 회사가 소유한 약국의 경우 약국에서 근무하는 보조원은 그 회사의 노조에 가입할 수 있다. 즉,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것이다. 퇴근 전에 반드시 마약 금고가 잘 잠겨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마약 종류가 금고 밖에 나와 있어도 약사의 책임이다. 약국에 알람 설정을 하고 셔터가 잘 잠겨졌는지 확인하는 것도 약사의 책임이다. 캐나다는 시간당 임금이 높으면 그만큼 책임도 커진다. 돈의 액수에 따라 책임도 비례하는 것이다. 간혹 아무 책임 없는 약국 보조원이 부럽기도 하다. 시급은 적지만 그만큼 책임도 없고 일을 느릿느릿하게 해도 약사만 답답하지 그 보조원은 답답할 것이 없다. 약국에서 일어난 모든 일은 약사에게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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