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의 중요성
캐나다에서 공부하다 보면, 환자를 대하는 직업은 항상 'communication'이라는 과목을 수강하여야 한다. 환자에게 해서는 안 되는 말, 환자를 위로하는 행동과 말 이런 것들을 배우는 과목이다. 처음 이 과목을 수강하면서 드는 생각은 어렵고 뜬 구름 잡는 이야기들로 느껴졌다. 시험도 보는데 영어가 능숙하지도 않은 내가 어떻게 말로 환자를 위로할 수 있단 말인가? 연습 문제를 풀어 보는데, 객관식 보기 모두가 정답인 듯 느껴졌다. 내가 한국에서 약국에 근무하며 환자들에게 늘 했던 말들이 보기 네 개에 모두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이 과목 공부에 쩔쩔 매고 있을 때, 원어민 학생들은 거의 공부도 하지 않았다. 어릴 적 도덕 과목 시험 보듯 풀어내는 것이었다. 지금에서 그 이유를 알았다. 캐나다는 12년 교육 과정 동안 늘 학교에서 이 communication skills (대화의 기술)을 가르치기 때문이었다. 이미 이곳 학생들은 이런 기술이 몸에 배어 있기 때문이었다.
절대 환자를 판단하는 듯한 말을 해서는 안된다. 예를 들어, 남편이 자신의 부탁으로 마중 나오다 사고를 당한 경우 "그러게 왜 남편을 불러냈어요?"라는 식은 환자의 잘잘못을 따지는 듯한 말투이다. 이러한 잘못을 피하고자 YOU를 쓰지 말고 I를 쓰라고 한다. You는 상대방을 판단하는 듯 한 뉘앙스를 띨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I"를 쓰면 내가 느끼는 감정이므로 훨씬 상대방의 감정을 상하게 할 가능성이 낮다고 한다.
WHY를 쓰는 것을 피하라고 한다. 이 단어가 상대방에게 무례하게 들릴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외국 여행 시 입국 심사를 할 때 심사관이 "Why are you here?"라고 하지 않고 "What brought you here?"라고 하는 것이다. 여기서도 YOU를 쓰는 것을 피한 것이 보인다.
학생들이 선생님이나 교수님께 말도 안 되는 질문을 했을 때, 절대 그 질문에 대해 나쁘다 이상하다 바보 같다 라는 말을 해서는 안된다. 이 경우 쓸 수 있는 말이 "interesting"이다. 이 말을 선생님이나 교수님이 하면, 아 내 질문이 조금 이상했구나라고 느끼면 된다.
간혹 질문에 대답이 어려우면, "very good question"이라고 하는 경우도 있다.
대화의 기술을 가리키는 교육으로 자란 캐나다인들은 대다수가 함부로 말을 하지 않는다. 자신의 본마음을 숨기는 경향도 있지만 최대한 무례하지 않으려 노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