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한낮 정남향집은 불지옥이 따로 없다. 덥다 더워. 우리 털뭉치 아가씨는 얼마나 더울까. 우주선에 녹아있는 그녀를 보며 안쓰러운 마음 가득이다. 루루도 제 살길을 찾느라 요 며칠 집안 여기저기를 탐색하다 가장 시원한 곳을 찾아낸다. 테라스 수도의 물길이 흐르며, 바깥바람이 불어 들고 항시 그늘이 져있는 시원하면서도 안락한 공간, 바로바로 안락의자 밑. 금속인 의자 다리에 몸을 밀착시킨다. 죽부인을 안아 더위를 물리쳤던 옛 어른들의 지혜를 자연습득한 것인지 루루도 슬기롭게 여름의 열기를 식히고 있다. 천잰데?
불볕더위에 늘어져서도 나름의 묘책으로 피서를 즐기며 집사 관찰하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는 녀석이다. 귀여워!
"자기~, 잘 지내? 루루는 많이 컸지? 단톡방에 사진 좀 보내봐~ 자기도 루루도 보고 싶다."
나의 안부를 물어 오다가 루루의 안부도 곁들여 묻는 내 귀여운 지인들, 루루가 우리 가족이 되었던 그 가을 가까이 지낸 이들은 루루의 오랜 골수팬이다. 그도 그럴 것이, 단톡방에 주기적으로 올려드린 루루 사진을 보며 그녀의 성장과정을 살뜰히 지켜보아온 까닭에 마음의 거리가 가까울 수밖에. 기꺼이 골수팬과 온라인 집사를 자처했던 이들도 요즘 루루의 근황사진을 전송받고는 놀라고 있다.
"어머 어머, 루루가 이렇게 컸다고? 정말 많이 컸다. 근데도 귀여워."
> ㅁ <
암요, 루루를 매일 보는 집사들도 루루의 폭풍성장에 매일같이 놀라고 있그등요. 앙증맞게 귀엽던 식빵이 탐스럽게 빵실빵실 차오르다 어느새 질펀한 덩이가 되어가는 과정은 참으로 경이로웠다. 증량이 최고로 어렵던 아가 루루가 토실토실 살이 오르고 무럭무럭 자라다니. 이것을 루루의마음 상태가 편안하고 행복하다는, 행복의 증거로 삼는 집사들에게는 꽤나 만족스러운 나날이다.
사실 루루는 털찐고양~ 살 반, 털 반이랍니다.ㅎㅎㅎ
캣타워의 꼭대기는 이제 좀 비좁다냥
원래 작은 것들이 귀엽다는 것은 만고의 진리이지만, 고양이들에게는 예외란 생각이 든다.귀여워! 나는 폭풍성장 중인 루루를 보며 자동 반사적으로 반응한다. 참을 수 없는 기침과 숨길 수 없는 사랑처럼 말이다. 몽글몽글한 감정이 퐝- 심장 언저리에서 폭발, 이어 1초도 되지 않는 짧은 시간에 귀여움의 감탄사가 방언처럼 쏟아진다. 집사로 사는 세 계절 동안 귀여움의 역치가 낮아진 것인지, 그녀가 날이 갈수록 더 귀여워지는 것인지... 집사는 그것이 알고 싶다.
루루는 귀여울려고 태어났나 봐.
우리 가족의 귀여움 담당이던 아들 녀석도 이젠 기꺼이 동의한다. 처음 엄마의 입에서 흘러나온 저 말을 듣고 마구 흔들리던 아들의 동공은 내 기억에 사뭇 슬퍼보였다. "별님이는 귀여울려고 태어났나 봐."를 제 평생 듣고 살아, 자기가 엄청 귀여운 것으로 믿고 살던 녀석에겐 조금 충격적이었을 것. 말실수를 했나 싶었지만 이미 흘린 말을 주워 담을 수도 없는 없거니와, 루루는 귀여워서... 정말 귀여우려고 태어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이 뜨거운 여름날 복슬복슬한 루루털에 얼굴을 박고 뽀뽀 폭격을 퍼붓는 별님이도, 루루의 귀여움에 진즉에 KO패 당했다.
"루루는 오늘 더 귀여워졌네."
제 평생을 아빠에게 "햇님이는 오늘 더 예뻐졌네."를 귀가 닳도록 들어온 딸아이는 루루에게 그 사랑을 반복 중이다. "루루야, 루루는 언니 학교 갈 때 보다 더 귀여워졌네.", "와, 루루 언니가 아까 봤을 때보다 더 귀여워졌어. 어뜨켕. 큰일 났다." 내심 딸아이의 내리사랑이 귀여우면서도 맞아 맞아 루루는 오늘 더 귀여워졌어, 끄덕끄덕 고개를 끄덕이며 군말 없이 동의한다.
큰일은 루루에게 있는 것인지, 매일매일 귀여움 리즈 갱신 중이라며 호들갑을 떨고 있는 집사들에게 있는 것인지 모르긴 몰라도, 루루는 오늘 분명 더 귀여워졌다. 요즘 mz들 하는 말마따나 루루는 귀여움, 그 잡채.
삶이 고단할수록 삶이 아닌 다른 것에 눈길과 마음을 두고 싶은 그대들의 마음에 안부를 전한다. 그저 평안들 하시기를, 더불어 루루의 친구인 고양이들도 지구 곳곳에서 사랑 많이 받는 건강한 여름 나기를 기원하며...
귀여움 그 잡채인 루루 덕에 행복한 집사들과 지독한 사랑에 허덕이는 루루의 행복을 나눈다. 고양이는 그저 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