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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일러 문 Sep 26. 2024

집고양이의 행복모먼트

[프롤로그] 오겡끼데스까냥~

집고양이들은 좁은 생활 반경 속에서 비슷한 일상을 반복한다. 비교적 안전한 환경에서 제때 식사와 깨끗한 물을 제공받으며 따스한 보살핌을 받는다만 일상이 무료하진 않을지 여전히 마음이 쓰이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주간루루]의 연재를 마치고 백로를 지나 추분 절기를 사는 동안도 집고양이 루루는 매일 반복되는 비슷한 일상 속에 집사들의 보살핌과 무한한 절대적인 사랑을 받으며 겡끼데쓰 했더랬다.


오겡끼데스까~~와따시와 겡끼데쓰

가끔 마당 고양이의 삶을 그려본다. 좋은 흙을 찾아 한바탕 뒹굴며 기분 전환을 하고 취향 껏 사냥도 하며 어떠한 제재 없이 광활한 대지에서 자유를 만끽하는 마당 고양이의 . 심심할 겨를 없이 계절을 온전히 느끼며 하루를 사는 마당 고양이에게도 물론 나름의 고충은 있을 것이다. 스펙터클한 이벤트들에 때때로 생과 사의 기로에 놓이기도 하고 일차적으로 안전이 보장되지 않아 구조의 손길이 필요한 길고양이들이 얼마나 많은가.


그럼에도 집고양이들이 한 번도 누려보지 못한 마당 고양이들의 자유를 생각하다 보면 나는 가끔 집고양이 루루가 안쓰럽게 느껴지곤 한다. 자신이 있고 싶은 자리에서 야무지게 꼬리를 말고 앉아 지구별의 자연과 인간사를 관조하는 마당 고양이. 구름 따라 바람 따라 곳곳을 여행하며 사는 마당 고양이들의 자유로운 삶은 어쩌면 내가 살고 싶은 삶이었나 싶기도 하다.


생을 제가 사는 공간이 세상의 전부인 냥 사는 집고양이들숙명에 짠한 감정이 드는 것은 잠깐동안이다. 우리집 집들의 장래희망, 아니 다음생희망은 만장일치로 루루 같은 집고양이가 되어 있으니 짠함은 잠깐 부러움은 영원처럼 길다. 사랑받는 집고양이로 산다는 것은 엄청난 이생의 행운 아닐까? 전생에 나라 정도는 구했어야 허락된 생 아닐는지, 그런 의미에서 우리집 집사들은 구국의 기회를 호시탐탐 엿보고 있다.


이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집고양이 루루는 그저 집사들 구경에 신이 났다. 퇴근하여 저녁을 먹고 한 시간 운동을 하고 돌아와 또다시 카트라이더로 질주를 하고 있는 아빠집사부터, 학원을 갔다가 녹초가 되어 돌아왔지만 해야 할 일이 아직 남아있어 졸린 눈을 비비며 고군분투 중인 언니집사, 수학 문제가 게임같이 느껴진다며 모처럼 22번 문제를 여러 방법으로 열심히 풀고 있지만 접근법이 아예 잘못된 삽질임을 모르는 오빠집사, 그리고 노화를 늦춰보겠다며 마스크 팩 한 장 얹고 설거지를 하며 충동적으로 시작한 연재의 요일을 바꿀까 고민하다 브런치에 로그인하는 엄마집사까지. 한 명 한 명 집사들을 관찰하는 루루의 눈이 바쁘다.


집사들이 하루를 무사히 잘 보내고 귀가한 밤, 서로 다른 일을 하더라도 한 공간 안에서 함께 하고 있는 지금 이 순간집고양이 루루의 행복모먼트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모르긴 몰라도 집사의 행복모먼트인 것은 확실 밤이다.



갓생은 아무래도 내 삶이다냥
루루 이즈 백!

  루루 이즈 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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