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폐와 발달장애를 가진 내 동생의 특별한 이야기
소근육과 대근육의 차이는 뭘까?
대근육은 쉽게 '가슴', '등', '하체' 등이다. 사람이 몸을 뒤집고, 고개를 들고, 걷는 등의 움직임이 대근육의 발달에 의해 가능한 것이다. 소근육은, 무언가를 잡거나, 머리를 땋거나, 가위질을 하거나와 같이 정교한 움직임이 필요할 때 사용되는 근육이다.
보통, 자폐 스펙트럼 장애가 있는 아이들은 소근육 발달에 애를 먹는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아이들은 감각 정보를 처리하는 것에 어려움을 겪고, 뇌가 몸의 움직임을 계획하고 실행하는 능력인 운동 계획 능력이 발달하지 않아 부족하며, 소근육은 집중력이 필요한 작업인데 이 집중력을 발휘하는 것에 어려움을 겪기 때문이다.
소근육은 우리가 생각하지 못하는 아주 일상적인 곳까지 영향을 미친다. 글을 쓰거나, 물건을 잡아들거나, 지퍼를 채우거나 올리거나 등..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것들을 자폐 스펙트럼 장애가 있는 아이들에게는 '아주 힘이 드는 일'인 것이다. 즉 소근육 발달의 부족은, 아이의 '독립성'의 부분까지 엮인 것이다. 나는 어릴 적부터 동생의 특성을 잘 파악하려 했고, 부모님께서 또 센터의 선생님께서 잘 알려주셨기 때문에 더욱이 동생의 소근육 발달에 신경을 썼던 것 같다.
부모님께서는 많은 노력을 하셨다. 하루에 치료 센터를 두 곳 이상 다니셨고, 매일 동생에게 집중력 훈련뿐만 아닌 소근육 발달 훈련을 시켰으며, 남동생이다 보니 '레고'에 자연스레 관심을 갖게끔 계획하셨다. 그 계획은 성공적이었다. 물론, 동생이 자라난 시기에 '레고'와 '레고 닌자고'가 성행했던 시기이기도 했다.
나 또한 자연스레 소근육 발달을 위해 부모님께서 피아노 학원을 다니게 하셨고(동생과 함께), 일본의 장난감인 '가루쿡', '포핀쿠킨'에 아주 푹 빠져있었다. 어느 정도였냐면, 불량식품 먹을 작은 용돈을 아끼고 아껴 탈탈 모아 그 가루쿡을 샀을 정도이다. 가루쿡과 포핀쿠킨은 자연스레 클레이, 점토로 빠지게 되었고 '미니어처'라는 세계로 나를 인도했다. 아, 엄마도 뜨개질, 바느질 등.. 손으로 이것저것 만드는 것을 좋아하셨다.
즉 우리 집의 풍경은... 모두가 손으로 꼼지락거리며 놀고 있었다. 동생도 점차 커가며 직관적으로 결과물이 나오는 레고보단, 자신이 생각한 대로 무엇이든 창조할 수 있는 '클레이'를 더 즐겨한다. 미니어처라는 세계를 벗어난 지금의 나는 생각한다. 동생에게 천재적인 재능이 있는 걸까..? 어쩜 이렇게 정교하게 만들지?라고. (이렇게 되돌아보니 아이들의 모든 발달에는 환경이 정말 중요한 요소인 것 같다.)
사실, 예전부터 생각해 오긴 했지만, 동생과 같이 장애를 가진 아이들 중, 소근육 발달에 천재적인 재능을 지닌 아이들이 분명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림도) 그 아이들의 디자인으로 생활용품이나 문구를 만들면 어떨까?라는 생각도 해보며, 사업을 하나 구상하게 되었고, 확장시켜 가는 과정을 걷고 있다.
아래는 동생의 작품들. 극히 일부이다.
동생이 애니메이션이나 게임을 즐기는데, 가끔 푹 빠지는 애니나 게임이 있으면 등장 캐릭터들을 모조리 만들어버린다. 이 능력이 참 신기하다.
사진을 보지 않고도 그냥 자신이 기억하는 대로 만드는데, 그게 정말 캐릭터와 똑 닮아 있다.
대량 생산을 자주 한다... 마리오 캐릭터와 올라프를 본 후 저렇게 만든 것 같다. 도구를 사용하지 않고 모두 손으로만 사용하는데 저렇게나 정교히 나온다는 게 정말로 대단한 점인 것 같다.
또 어떤 영화를 보고 군인에게 감명을 받았는지..(?) 한국 군인, 일본 군인, 북한 군인 등.. 각 나라의 군인들을 만들기 시작했다.
디테일이 살아있다. 군장을 차고 있는 것도, 단추 개수와 벨트, 모자 하며.. 총기도.
저 흰 마스크를 낀 듯한 빨간 캐릭터는 무엇인지 알 수 없다.
아마 유튜브를 보고 만들었나 보다. 요즘은 마인크래프트 캐릭터를 자주 만든다. 이 재능을 그냥 썩힐 수가 없다고 생각이 드는 누나 마음..
장애 아이들이 편견과 차별보단, 개개인이 가진 특별하고 귀중한 재능을 더 널리 자유롭게 알리며 이 사회에서 인정받고 환영받길 간절히 바란다.
그리고, 아이들이 날개를 달 수 있게끔 내가 힘쓸 것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게 내 사명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