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는(遊)신부의 대림절 ‘함께 걷는 기다림’
대림절 세 번째 일요일, 기다리며 읽는 마태복음서 (15)
“그리고 엿새 뒤에, 예수께서는 베드로와 야고보와 그의 동생 요한을 따로 데리고 높은 산에 올라가셨다. 그런데 그들이 보는 앞에서 그의 모습이 변하였다. 그의 얼굴은 해와 같이 빛나고, 옷은 빛과 같이 희게 되었다. 그리고 모세와 엘리야가 그들에게 나타나더니, 예수와 더불어 말을 나누었다. 그 때에 . . . 갑자기 빛나는 구름이 그들을 뒤덮었다. 그리고 구름 속에서 “이는 내 사랑하는 아들이다. 나는 그를 좋아한다. 너희는 그의 말을 들어라” 하는 소리가 들려 왔다. 제자들은 이 말을 듣고서, 얼굴을 땅에 대고 엎드렸으며, 몹시 두려워하였다. 예수께서 가까이 오셔서, 그들에게 손을 대시고 말씀하셨다. “일어나거라. 두려워하지 말아라.” 그들이 눈을 들어서 보니, 예수 밖에는 아무도 없었다.” (마태복음서 17:1-8, 새번역)
오늘은 또 무슨 말씀을 하시려고 이 높은 산으로 우리를 데리고 올라오신 건지, 제자들은 궁금하기도 하고 또 불안하기도 합니다. 며칠 전 스승께서 하신 말씀을 제자들은 여전히 이해할 수 없습니다. 그 한 분 믿고 여기까지 왔는데, 그들로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고, 동의할 수 없고, 절대로 따를 수 없는, 들은 귀를 의심할 수 밖에 없는, 도저히 믿기지 않는 말씀이었습니다.
“주님, 안됩니다. 절대로 이런 일이 주님께 일어나서는 안됩니다.”
베드로의 말대로 그건 안될 일입니다. 절대로 그래서는 안됩니다. 주님께도 그리고 우리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절대로 그럴 수 없습니다. 그냥 하신 말씀이겠지, 그래 분명 그냥 하신 말씀일 거야.
그런데 이 높은 산에서 오늘은 또 무슨 말씀을 하시려는지, 이제 제자들은 스승의 말씀을 듣는 것이 조금은 불편해지고 조금은 두려워집니다.
그때 갑자기 그들 눈 앞에 놀라운 광경이 펼쳐집니다. 그분의 얼굴이 해와 같이 빛나고 그 옷은 눈이 부시도록 하얗습니다. 그리고 난데없이 모세와 엘리야가 나타나서 그분과 함께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도저히 믿을 수 없는 그 광경에 너무 놀란 베드로는 여기에 예수님과 모세 그리고 엘리야를 위한 초막*을 짓겠다며 느닷없는 소리를 합니다.
그런데 베드로의 그 뜬금없는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별안간 빛나는 구름이 그들을 뒤덮습니다. 이건 또 뭐지? 그리고는 구름 속에서 한 음성이 들려옵니다.
“이는 내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니 너희는 그의 말을 들어라.”
제자들은 그만 서 있질 못하고 땅에 얼굴을 대고 죽은 듯 엎드립니다. 너무 두렵습니다. 두렵지만 궁긍하기도 해서 조금 얼굴을 들어 보고는 싶지만 감히 그럴 수 없습니다. 뭐라 무슨 말을 하긴 커녕 신음 소리 조차도 낼 수 없습니다. 도저히 꼼짝을 할 수가 없습니다. 입과 몸이 그리고 정신도 완전히 얼어붙었습니다. 정말 꼼짝없이 죽게 생겼습니다.
그런데, . . . 지금 우리는 누구의 음성을 듣고 있는 건지, 지금 이게 무슨 소리인지, 내 사랑하는 아들의 말을 들으라니 . . . 도대체 누구의 무슨 말을 들으라는 건지 . . .
그때 순간 번쩍 하고 뭔가 제자들의 머릿속을 스칩니다.
“나는 반드시 예루살렘에 올라가야 한다. 거기 가서 장로들과 대제사장들과 율법학자들에게 고통과 고난을 받고 죽임을 당해야 한다. 그리고 사흘째 되는 날에 살아나야 한다. 그리고 너희 누구든지 나를 따라오려거든, 자기를 부인하고,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 와야 한다.”
그럼 혹시 . . . 며칠 전 예수께서 하신 그 말씀? 아! 그 말씀이다! 그럼 그 말씀이 정말 사실 . . . ?
구름이 걷힙니다. 제자들의 눈과 귀와 마음을, 그리고 그들의 주변을 덮고 있던 구름이 걷힙니다.
그러나 더 두려워집니다. 사실 제자들은 예수께서 하신 그 말씀을 이해할 수 없어서, 받아들일 수 없어서, 믿을 수 없어서 그래서 두려웠던 것이 아닙니다. 그러고 싶지 않아서 였습니다. 정말 그런 일이, 예수께서 말씀하신 그 일들이 실제로 일어날까 그게 두려웠던 것입니다. 게다가 그 일들이 자기들에게도 일어날까 그게 너무 두려웠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예수께서 하셨던 그 모든 일들, 그 말씀들, 그 가르침들을 보아서 들어서 그리고 몸으로 겪어서 그분이 누구시라는 것을 제자들은 이제 조금은 압니다.
“선생님은 살아 계신 하나님의 아들 그리스도십니다.”
하지만 십자가는 아닙니다. 그렇다고 지금 가는 길이 죽으러 가는 길이라면 그건 아닙니다. 제자들은 그런 일들이 정말 일어날까 그게 두려웠던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 아버지 하나님께서 아들 그리스도가 제자들인 우리에게 하신 그 말씀이 사실이라고 꼭 그렇게 될거라고 확인을 해주십니다.
“너희가 며칠 전에 들은 그 말은 그냥 한 말이 아니라 사실이다. 그 말대로 그렇게 될 것이다. 그리고 너희가 지금까지 보았던, 그가 했던 모든 일들과 말들도 다 사실이다. 그리고 그는 나의 사랑하는 아들이다. 그러니 이제 그만 고집부리고, 그의 말을 듣고, 그의 말을 따라라.”
설마했는데 사실이었습니다. 정말 앞으로 일어날 일이었습니다. 그리고 제자들인 자신들이 앞으로 걷고 살아야 할 현실이었습니다. 그래서 제자들은 지금 고개를 들면 지금 당장 그대로 꼭 해야 할 것 같아 도저히 고개를 들지 못하겠습니다. 너무 두렵고 무섭습니다.
그런 제자들에게 예수께서 가까이 오셔서 그들의 어깨를 어루만지시며 말씀하십니다.
“일어나거라. 두려워하지 말아라. 내가 너와 여기 이렇게 함께 있으니 두려워하지 말아라. 또한 내 아버지께서도 영원히 너희와 함께 하실 것이다. 그리고 곧 내 아버지께서 내 이름으로 다른 ‘도와주시는 분’을 너희에게 보내주실 것이니, 그 성령께서 너희에게 모든 것을 가르쳐 주시고, 내가 너희에게 말한 모든 것을 생각나게 하실 것이며, 너희와 함께, 또 너희 안에 계실 것이다.**
그러니 그만 일어나거라. 두려워하지 말아라. 함께 가자. 지금은 어두워 그 끝도 보이질 않고, 그래서 두렵고 하겠지만, 그러나 그 끝은 영원히 밝을 것이니, 그리고 내가 함께 하고 있으니 두려워하지 말고, 일어나 나와 함께 가자.”
* 초막(草幕, tent, shellter). 초막절(Feast of Tabernacles)은 이집트를 탈출한 이스라엘 사람들이 40년 동안 광야에서 장막을 짓고 살았던 광야의 생활을 기억하고 기념하는 유대인의 절기입니다. (참조, 스가랴서 14:16)
** 요한복음서 14:16-17,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