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엄마가 되고 아빠가 된다*

노는(遊)신부의 대림절 ‘함께 걷는 기다림’

by 교회사이


성탄의 아침, 기다리며 읽는 마태복음서 (28)


“다윗의 자손 요셉아, 두려워하지 말고, 마리아를 네 아내로 맞아 들여라. 그 태중에 있는 아기는 성령으로 말미암은 것이다. 마리아가 아들을 낳을 것이니, 너는 그 이름을 예수라고 하여라. 그가 자기 백성을 그들의 죄에서 구원하실 것이다.” 이 모든 일이 일어난 것은, 주님께서 예언자를 시켜서 이르시기를, “보아라, 동정녀가 잉태하여 아들을 낳을 것이니, 그의 이름을 임마누엘이라고 할 것이다” 하신 말씀을 이루려고 하신 것이다. (임마누엘은 번역하면 ‘하나님이 우리와 함께 계시다’ 는 뜻이다.) . . . 아들이 태어나니, 요셉은 그 이름을 예수라고 하였다.” (마태복음서 1:20-25)


엄마 아빠가 된다 2.JPG photo by noneunshinboo


아이를 키우면서 점점 선명해져 가는 것이 있습니다. 아이는 그냥 선물이 아니라 끝없이 터져 나오는 산타의 선물 보따리, 화수분이라는 것입니다. 아이는 태어날 때부터 너무 많은 것들을 갖고 있었고, 벌써 아이는 내가 준 것 보다 그리고 앞으로 줄 수 있는 것 보다 훨씬 많은 것을 내게 주었다는 것, 그리고 아직 멀었다는 것입니다. 또한 내가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많은 것을 이미 알고 있었고, 내가 이 아이를 사랑한 것 보다 이 아이가 훨씬 훨씬 더 많이 나를 사랑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아이를 키우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나를 키운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나는 조금씩 아빠가 되어 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큰 숨 몰아쉬기에도 벅찬 세상, 높아지기에도 바쁜 세상입니다.

지난 밤, 여기 한 없이 낮아진 이의 숨결로 한 아기가 태어났습니다. 한 없이 낮아지고 낮아져 더 낮아질 수 없어 십자가의 높이로 높아지기로 작정한 한 아기가 우리에게 왔습니다.

거기 낮은 곳, 아기가 말합니다.

“나의 엄마와 아빠가 되어 주겠습니까? 나를 따라 낮아지고, 그래서 같이 높아지겠습니까? 우리 같이 자라겠습니까?”


아기는 엄마와 아빠가 필요합니다. 혼자 크는 아기, 혼자 크는 아이, 혼자 크는 사람, 그리고 혼자 큰 어른은 없습니다.

그리고 지금 여기 막 태어난 이 아기도 혼자 클 수 없습니다. 엄마 아빠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엄마 아빠가 되어 달라고 지난 밤 우리를 찾아왔습니다. 누가 문 앞에 몰래 내려놓고 간 것이 아닙니다. 아기 스스로 찾아왔습니다. 자기를 잠시 맡아달라고 잠깐 맡아 키워달라고 우리에게 온 것입니다.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3.jpg


이제 우리는 한 아기의 엄마와 아빠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아기를 어떻게 키울까 하는 엄마 아빠로서의 일이 우리에게 주어졌습니다. 내 안에서 나의 삶 속에서 나와 함께 이 아기를 어떻게 자라게 할 것인가 하는 일, 엄마 아빠로서의 일이 주어진 것입니다.


처음엔 낯설고 어설프고 그럴 것입니다. 실수도 할 것입니다. 그러면서 조금씩 배워가고 알아가고 그렇게 조금씩 나아질 것입니다. 때론 침대 머리맡에서 종종거리기도 하고 병원 문앞에서 동동거리기도 할 것입니다. 이쁜 짓에 깔깔거리기도 하고 나도 모르게 실실거리기도 또 큰 소리 내어 웃기도 할 것입니다. 너무 속상해서 눈물도 날 것이고 때론 몹시 울기도 할 것입니다.

그러면서 아기는 자랄 것이고, 엄마 아빠인 우리도 그만큼 자랄 것입니다.

그렇게 우리는 조금씩 엄마가 되어 가고 아빠가 되어 갈 것입니다.

이 아기가 우리에게 온 이유, 성탄의 이유입니다.




성탄의 밤,

한 아기가 우리를 찾아왔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엄마가 되고 아빠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이 아기와 함께 조금씩 엄마가 되어 가고 아빠가 되어 갈 것입니다.


이제 우리는 한 가족되었습니다.

이 아기와 함께 우리 모두 곱고 예쁘게 같이 잘 자라고 같이 잘 커가기를 기도합니다.


기쁜 성탄,

아기 예수의 평화가 함께 하시기를 기도합니다.



*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 오늘로 노는(遊)신부의 대림절 ‘함께 걷는 기다림’ - 기다리며 읽는 마태복음서를 마칩니다. 1월부터는 다시 노는(遊)신부의 '더 드라마(The Drama)’를 비롯해 노는(遊)신부의 '수상수런수다’, 노는(遊)신부의 '틈 소요기’가 계속됩니다. 그리고 2022년 3월 2일 재의 수요일(Ash Wednesday)을 시작으로 노는(遊)신부의 사순절 ‘함께 걷는 어둠’ - 걸으며 읽는 마가복음서를 시작합니다.

여기는 노는(遊)신부의 브런치 카페, 브런처치(BrunChurch)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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