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화동 이야기(18. 막걸리 이야기)

18. 막걸리 이야기-

by 홍반장

주물공장의 여름은 겨울보다는 못하다.

한겨울에도 러닝 바람인데 여름에도 또한 같은 복장이다.

뜨거운 용광로에다가 여름 한낮에 뙤약볕은 일하는 형들에게는 곤욕이다.

힘들고 지쳐가는 형들은 보면서

아버지는 기세에게 새참 때 먹을 막걸리 심부름을 시키신다.

주물공장 한쪽 구석에는 여느 집보다 큰 깡통로봇 머리처럼 생긴 주전자가 있다.

기세는 시키지 않아도 이 주전자를 들고 심부름엔 잔돈이 있을 거라는 예상에 신이 났다.

그 주전자는 대략 막걸리 두되 (한되는 약 1.8L = 1.8KG)분량이다.

심부름 갈 때는 괜찮은데,

돌아올 때는 막걸리 가득 든 주전자를 두 손으로 번갈아 들 수밖에 없다.



한낮의 태양은

왜 이리 걸음을 더디게 하는 건지,

갈증이 한몫 거들어서인지,

기세는 골목길 남의 집 문 앞에 털퍼덕 앉는다.



어제 어른들이 막걸리 한 잔을 벌컥 들이켠 후,

카아라는 소리와 함께 소매로 입을 닦던 모습이 떠오른다.

기세가 보기에 어른들이 무척 시원하게 드시던 기억 때문인지 호기심인지,

주전자 뚜껑에 조금 따라 마신다.

매우 쓰다.

왜 이런 걸 드시는지 이해는 안 가는데 시원한 건 사실이다.



몇 걸음을 떼고 다시 골목길 남의 집 문 앞에 걸 터 앉는다.

이제는 쓰지 않고,

시원한 쌀 음료수 같은 맛이 난다.



덜어먹어서인지, 취해서인지 갈수록 주전자는 가벼워지는데,

열이 나는 기세의 얼굴과 몸은 무거워진다.

눈꺼풀도 무거워진다.

.

.

.

눈을 떠보니 안방에 누워 있다.

안방밖에는 일하는 형들이 막걸리 한 잔에 기세 이야기와 더불어 웃음소리로 떠들썩하다.

기세는 누운 채로 황급히 호주머니를 뒤적인다.

호주머니에 잡히는 거스름돈 동전에 안도의 미소가 번진다.





막걸리는

기분 좋게 하는 무언가가 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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