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화동 이야기(19. 효행상 이야기)

19. 효행상 이야기-

by 홍반장

마당 한가운데 수돗가가 있어 저녁 무렵이면 아주머니들이 모여있다.

이런저런 이야기가 오고 간다.



밥반찬에서부터 바깥분 이야기 등등....

그래도 수훈은 누구네 집 아이 공부와 상 받은 이야기이다.



이런 이야기가 나올 때면

새댁 네 아주머니는 아이가 없으셔서 그런가 관심이 없어 보이신다.

그래서 그런 아주머니와 이야기가 재미가 없어지시면,

기세에게 자주 배드민턴을 치자고 하신다.



기세가 보기엔 기분이 울적하실 때 더욱더 그러신 거 같다.



기세는 곧잘 아주머니가 배드민턴을 치고 나서 기분이 좋아지시면,

자장면이나 음식을 만들어 주시기 때문인지 마다한 적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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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운데 마당 한쪽에 있는 목공소에서는 아저씨가 열심히 목공기계를 돌리신다.

깎인 톱밥이 목공기계 옆에 쌓이면,

그 목공기계는 각목을 동그랗게 만들고,

예술적으로 한껏 멋을 부린 모양으로 변신시킨다.

무슨 이유로 똑같은 걸 많이 만드시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기세는 오늘 유난히 목공소 기계 소리가 무지 귀에 거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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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목공소 집 둘째는

학교에 누런색 종이로 싸고, 노끈으로 묶은 뭉치를 들고 학교로 향한다.

종이 포장 사이로 동그랗고 길쭉하게 생긴 몽둥이 같은 것이 꽤 많이 보인다.

아마도 어제 목공소집 아저씨가 만드신 그것일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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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학급별로 성적표가 나오는 날이다.

성적에 따라 아이들의 표정도 각각이다.

성적이 올라간 아이들은 선생님이 오기 전에 웃으면서 마음 놓고 실컷 떠든다.

반면에 떨어진 아이들은 선생님이 무엇을 들고 오실까 하는 걱정에 떠들지도 못하고,

걱정만 얼굴에 가득이다.

이유는 시험 성적이나 등수가 많이 떨어진 친구들에게

선생님이 자주 이용하시는 물건(플라스틱 자, 빗자루, 대걸레 자루등)이 몇 가지 있는데,

선생님의 기분 정도에 따라 등장하는 물건이 달라지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헉........

전혀 새로운 무기(?)가 등장했다.

선생님이 들고 오신 것은 얼마 전 목공소 아저씨가 만들던 그 몽둥이 같다.

회초리1.jpg

예술적으로 생긴 이것은 엉덩이에 착착 감기는 것이 정말 상상 이상이다.

더 기가 막힌 건 몽둥이 가운데에는 사랑(?)의 회초리라고 쓰여있는 것이다.

떨어진 등수대로 맞고 자리로 돌아온 기세는 한스러운 목공기계가 머리에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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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수돗가에 아주머니들이 모여 앉아 계신다.

웃는 모습의 목공소집 아주머니가 입에 침을 발라가며 연신 아들 자랑을 하신다.

화제는 갑자기 효행상을 받은 둘째 아들 이야기이다.





기세는 처음으로

새댁네 아주머니에게 먼저 배드민턴을 치자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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