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음의 비밀, 통닭

by 백경

금요일 밤, 아내랑 둘만 남았다. 애들은 룰루랄라 할머니 할아버지 있는 시골집에 놀러 갔다. 우리 부부도 오랜만에 룰루랄라다. 애들 있으면 못 먹던 것도 먹을 수 있고, 뭣보다도 여유롭다. 애들 데리고 걷는 길은 행복하지만 온데 신경이 쓰이는데, 애들 없이 둘만 걷는 길은 그런 게 없다. 온전히 먹는 데만, 걷는 데만 신경 쓸 수 있어서 좋다. 하지만 한 이틀 이상 둘만 붙어 있으면 심심하다. 그래서 딱 하루만 좋다.


소방서 동생이 알려준 해물요리 주점에 갔다. 해물 모듬이란 걸 시켰다. 내 얼굴 세 개 붙여놓은 것 만한 대접에 가리비, 단새우, 연어, 전복, 과메기, 광어, 피조개 등등등이 빼곡하게 담겼다. 너무 많은 거 같은데. 중얼거리던 아내는 다행히 저가 더 잘 먹었다. 못 먹는 멍게는 다 나 줬다. 나도 원래 못 먹는데 결혼하고부터 아까워서 먹기 시작했더니 이젠 잘 먹는다. 한 시간 반 만에 요리는 동이 났다. 많긴 뭐가 많냐.


배불러서 걷기 시작했다. 그러다 집 가는 길목에 있는 통닭집이 눈에 들어왔다. 나 어렸을 때부터 있었던 곳인데 이사하면서 십 년도 넘게 못 갔다. 딱히 먹고 싶은 건 아니고, 그냥 들어가 보고 싶었다. 나이를 먹나 보다.

가보자.

배부른데.

남기면 싸 오지 뭐.


예전엔 누렇고 흐릿했던 조명이 밝은 주광색 조명으로 바뀌어 있었다. 테이블도 깨끗했다. 원래는 코팅이 벗겨져서 끈적거리고 중심이 안 맞아 팔꿈치를 올려놓으면 덜거덕 거리는 테이블이었다. 바닥도 프랜차이즈 햄버거 가게처럼 하얀 타일을 깔았다. 사장 이모가 닭 튀기는 공간만 예전이랑 똑같았다.

오랜만이네. 이모가 말했다.

오랜만인 정도가 아니죠.

꼬맹이었는데 멋쟁이가 됐어.

이모 하나도 안 변했네요.

마스크 써서 그래.

아니, 진짜 옛날이랑 똑같은데?

기분 좋은 소릴 늘어놔 봐야 뭐 서비스가 나오는 것도 아닌데도 그렇게 말했다. 진심에서 우러나온 말이었다. 꼬맹이었던 내가 와이프까지 데리고 술 한 잔 하러 나타나는 동안 이모는 변한 게 없었다. 염색해서 머리는 더 까매졌다. 이모가 튀긴 통닭 맛도 그대로였다. 나 어릴 때 아부지가 심부름시키면 신이 나서 통닭을 받아서 집으로 오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때는 아부지가 통닭을 놓고 콜라 대신 소주를 마시는 걸 이해하지 못했다. 이젠 다 이해할 수 있다.

이모, 한 삼십 년 됐어요, 여기?

이십팔 년.

와아.

입에 맞아?

더 맛있어졌어요.

배부를까를 걱정하던 아내는 별말 없이 열심히 먹었다. 좋아하는 양배추 샐러드도 이모가 큼지막한 보울에 떠다 주셔서 실컷 먹었다. 아내는 요새 치킨무에 물을 타는 이상한 습관이 생겼는데 한 마디 하려다가 좋은 날이니 만큼 그냥 넘어갔다. 작은 조각으로 두 개 빼고 치킨은 자취를 감췄다. 남은 건 비닐봉지에 담아 가방에 넣었다.

안녕히 계세요, 이모.

그래, 또 와.


이모는 여전히 젊고 예뻤다. 암만해도 통닭을 자주 먹어서 그런 모양이다. 종종 들러서 먹고 가야지 하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