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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 사망 알림

by 백경 Mar 21. 2025

뒷머리가 쭈뼛 솟는다. 딸깍. 문서를 클릭하고 죽은 직원의 이름을 확인한다. 잘 모르는 사람이다. 아마 같이 근무한 적이 없기 때문이겠지. 문서에는 질병이라던가 사고라던가 하는 사망원인이 명확하게 쓰여있지 않다. 근 10년을 소방서에서 일한 짬바로 미루어 짐작한다. 자살했구나.


사람들은 소방관의 순직률보다 자살률이 높다는 사실을 잘 모른다. 조직은 곪은 부위를 외부에 드러내기 싫어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불 끄다 죽거나 물에 뛰어들다 죽어야 한다. 그러면 명예로운 죽음이지만 자살은 다르다. 모두가 쉬쉬한다. 소방관들은 왜 자살할까요. 묻는다면 이렇게 답해야겠다. 매일 아픈 사람, 죽은 사람, 슬픈 사람을 만나다 보면 세상이 흐릿해 보인다. 색깔이 사라지고 명암이 사라지고 그러다 보면 삶의 의미도 사라진다. 자랑은 아니지만 소방관들 중에 알코올중독이 많은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취하는 순간만큼은 인생이 무지갯빛이니까. 그러나 취기가 사라지는 순간 이전보다 더 깊은 우울이 찾아온다. 전부 그런 건 아니니 너무 염려 마시라. 내 얘기니까.


딸깍. 우측 상단의 X표를 클릭해 문서를 닫는다. 사망한 직원의 이름은 벌써 잊었다. 딸깍. 딸깍. 딸깍. 올해에는 또 얼마나 많은 소방관이 내 손끝에서 사라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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