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03) 자발적 노예라는 단어는 성립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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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순적 개념에서 시작된 질문
노예라는 것은 다른 사람의 소유권 하에 놓여 강제로 부림을 당하는 사람을 뜻한다.
현대인들은, 스스로 선택하여 '인적자원' 혹은 '직원'이라는 명칭으로, 기업의 소유권 하에 놓인다. 물론 강제로 부림을 당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현대인은 자의로 부림을 당하는 '자발적 노예'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자발적 노예'가 된다는 것은 자의로 타의에 의한 강제적 부림을 당한다는 말인데, 이는 스스로가 원하여 누군가의 억압 속에 살기 위한 다는 점에서, 명백한 모순이 있는 것 같다.
이러한 의문은 현대 사회를 살아가며 점점 더 구체화되었다. 우리는 스스로를 자유로운 개인이라고 여기면서도, 동시에 누군가에게 얽매여 있다는 감각을 지울 수 없다.
특히 직장인들이 '회사의 노예'라고 자조하거나, 대출에 묶여 '은행의 노예'라고 표현하는 모습을 보며 든 생각이다.
과연 우리는 정말 자유로운가? 아니면 스스로 선택한 족쇄에 묶여 있는 것은 아닐까?
그리고, 그렇게 정의될 수 있는 우리라면, 과거에 노예 / 노비라 불리던 자들과 무엇이 다른 걸까?
따라서 이를 표현할 수 있는 적절한 단어나, 어디까지가 노예의 경계선인지 명확히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본 주제를 제안하게 되었다.
시대를 관통하는 노예의 역사적 변화
노예는 고대시대부터 존재하여, 시대가 흐름에 따라 세기 별로 각기 다른 역할과 대우를 받아왔다.
때로는 전문기술자(교사, 의사 등)로서, 때로는 유형자산으로서 여겨져 왔다.
그중에서도, 대표적으로 한국의 노예제도 변천사를 예로 들어보겠다.
한국사 속 노예 제도의 변천사(고대 ~ 조선시대)
고조선: 초기 노예 제도의 형성
삼국시대: 범죄를 저지른 사람을 노예로 활용
고구려: 반역 시 반역자의 가족까지 노예로 삼는 연좌제
조선시대: 노비안검법, 노비환천법을 통한 제도적 정비
조선시대 노비의 등급 체계
사노비
- 솔거노비: 주인집에서 거주하며 직접 부림
- 외거노비: 호적을 가지고 독립적 생활 (농노라 불림)
공노비
- 국가 소유의 노비 : 사유재산 형성 가능
흥미로운 점은 외거노비의 경우 일정한 권리를 보장받았다는 것이다. 이들은 호적이 있었고, 농업에 종사하며 상당한 자율성을 누렸다.
뿐만 아니라, 공노비의 경우에는 준 공무원으로, 비교적 계층이동을 할 수 있는 기회들이 주어질 수 있었다.
물론, 여전히 양반의 말이 우선이다.
자산 개념의 시대적 변화
과거에는 노비와 토지가 주요 자산으로서, 가지고 있는 수만큼 세금을 지불해야 했고 그에 따라, 노비를 숨기는 일이 빈번했다.
현재에 이르러서는 부동산, 금융자산 등으로 다변화되었고, 더 이상 사람은 귀속되는 자산이 아닌 일시적 고용관계에 있는 '인적자원'이 되었다.
현재 '세계 노예지수(Global Slavery Index)'라는 것이 존재한다. 이는 최저임금 위반, 성매매, 강제노동 등을 기준으로 측정되는데, 놀랍게도 북한이 전 세계 1위로, 가장 높은 노예지수(104.6)를 가지고 있다
대한민국은 3.5점이며, 사람에 대한 가치를 매긴다고 했을 때, 단순 수치로만 계산해도 북한 사람 30명이 남한 사람 1명의 가치와 동등하게 여겨지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만약 현대에서 북한과 같은 국가에서 거주하고 있거나, 현재 노예로 살 때보다 더 못 살고 있다면, 차라리 과거의 노예가 나은 것은 아닐까?
(1) 사유재산 여부가 노예를 가르는 기준이다.
노예의 발전 과정을 살펴보면, 노비의 사유재산 소유 여부가 핵심적인 구분점이다. 현대로 올수록 사유재산이 축적되면서 노예라는 개념이 희미해졌고, 고대로 갈수록 노예의 정의가 명확해진다.
사유재산을 축적하기 위해서는 어떤 업종인지, 어떤 분야인지에 따라 노예의 역할이 달라질 것이다. 인류가 발전함에 따라 사람에게 당연하게 주어지는 다양한 권리들이 생겨났지만, 현대에서도 노예라고 해서 반드시 안정적인 것은 아닐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유재산을 축적하여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는 자산이 있다면, 단순 노예가 아닌 잠재적인 생산수단 확보자로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2) 선택의 자유가 노예와 자유인을 가른다.
링컨의 노예해방선언문을 떠올려보자. 노예를 해방하는 취지의 선언문이지만,
이제는 자유인이 된 흑인 노예들을 임의로 육군, 해군 등에 배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진정한 선택의 자유가 주어졌다고 보기에는 어렵다.
즉, 단순히 노예 해방이라는 이상주의 선언이 아니라, 전쟁 전략, 국내외 정치, 인권, 경제 구조 전환이 모두 포함된 중대한 역사적 결정이었다고 볼 수 있겠다.
위 사례와 비슷하다고 보기에는 어렵지만, 인도의 계층 구조인 카스트 제도에서 하위 계층은 세금을 내지 않는다. 통제를 받는 대신 "고민하지 말고 따르기만 하라"는 시스템이 보여주는 것처럼, 단순히 노예라고 부르지 않는다고 해서, 선택의 자유까지 완전하게 보장하지는 않는다.
선택의 자유가 없는 사람은 '노예'라 부르지 않는다고 해서, '노예'가 아닌 것일까?
(3) 권리의 존재 여부가 핵심이다.
신체포기각서라는 개념을 생각해 보자. 과연 나의 것을 포기할 수 있는 권리가 우리에게 있을까? 고대로 갈수록 개인의 권리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다.
노예란 과연 권리가 있는 존재인가? 인간성 포기, 생명 포기가 가능한 존재인가?
선택을 할 수 있는 권리의 존재 여부에 따라 노예인지 아닌지 분류될 수 있다면, '안락사'를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사람만이 노예가 아니지 않을까?
만약 권리가 없다면, 우리 대다수가 노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노예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것 같다.
혹은, 나의 죽음에 현금적 가치가 매겨지는 현대의 생명보험이야말로 일종의 '신체포기각서'가 아닐까?
죽은 사람의 신체는 가치를 매길 수 없는데도 말이다.
현대판 노예제를 마주하는 우리의 자세
우리는 과거 어느 때보다 자유로운 시대를 살고 있다고 믿는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현대의 직장인들은 과거의 외거노비보다 더 많은 권리를 가지고 있을까? 사유재산을 소유할 수 있고, 직업 선택의 자유가 있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대출에 묶여 있고, 회사의 지시를 따라야 하며, 생계를 위해 원하지 않는 일을 해야 한다.
과연 이것이 진정한 자유일까? 우리는 스스로 선택한 족쇄에 묶여 있는 것은 아닐까? 자발적 노예라는 개념이 현대 사회를 가장 잘 설명하는 단어는 아닐까?
앞으로 기술이 발전하고 사회가 변화함에 따라, 자유와 구속의 경계는 어떻게 변할지 생각해 보면 좋을 것 같다.
그리고 우리 각자는 어떤 선택을 통해 진정한 자유에 가까워질 수 있을지도 함께 고민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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